신민호 성북구아파트입주자대표연합회 사무국장

공동주택은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동별로 동대표를 선출하고 그중 입대의 회장을 선출해 매월 회의를 개최 후 안건을 처리한다. 그런데 동대표 중 서로의 파가 갈려 안건처리에 애로가 발생하면 회의 때마다 반대를 위한 반대로 안건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다수결로 처리하다 보면 반대한 동대표와 찬성한 동대표 간 반목으로 인해 더욱 사이가 멀어져 회의 시 고성이 오가고 파행되는 아파트가 의외로 많다.

모 아파트의 동대표 9명 중 대표회장을 무조건 따르는 7명과 안건에 대한 검토를 철저히 해서 찬성 또는 반대의견 피력하는 2명이 있다. 그런데 중임제한으로 9명 중 8명이 동대표를 처음하는 입주민이고 한 사람만 여러 번 동대표를 역임해 관련법 지식 등이 해박하다. 그런 이의 의견을 대표회장이 잘 경청해 안건을 처리해야 하는데 무리하게 자기편 인원수만 믿고 반대의견을 무시하고 다수결로 처리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문제가 불거져 급기야 입주민들이 대표회장 해임을 위한 서명 운동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회장 역시 중도 사퇴했다. 그사이 아파트 관리는 엉망이 됐고 이들의 동대표 임기가 끝나 새로운 입대의가 구성됐음에도 여전히 전 동대표들이 야기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아파트가 있다.

반대로 동대표 전원 찬성으로 안건처리를 시도해 아무 문제 없이 2년의 임기를 마치고, 공동체 활성화 최우수아파트로 선정된 아파트가 있다. 대표회장을 만나 비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안건은 대표회장이 충분한 검토 후 상정하고 동대표들을 최대한 설득해 동의를 이끌어 낸다고 한다.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긴급하지 않은 안건은 다음 회의로 미루고 문제점을 보완해 통과하도록 해 2년 동안 문제없이 입대의를 운영했다고 한다.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한다.

현재 동대표는 중임제한으로 처음 동대표를 하는 입주민들이 대다수고, 기본적인 법령 지식이 없고 주변 사람의 권유 또는 관리사무소나 입대의와의 갈등으로 진출한 이들이 많다. 회의자료는 통상 3~5일 전에 미리 배포하고 사전에 검토 후 회의에 임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동대표는 회의 장소에 와서 봉투를 개봉해 회의에 임하니 제대로 안건에 대한 의견이 있을 리 없고 내편의 의견에 따라 찬성 또는 반대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동대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회의에 참석 전 반드시 안건을 파악하고 찬성과 반대의 생각을 정리해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고 표결에서는 책임 있게 참여해야 한다. 또한 다수결로 결정된 사항은 자신이 비록 반대했다 하더라도 입주민들에게 잘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아울러 회의를 주재하는 대표회장은 안건별로 시간을 정해 전체 진행시간을 정해 놓고 각 안건별로 간략한 안건설명, 찬반 의견 발표, 합의되지 않으면 표결처리, 이후 입주자들에게 설명할 때 강조할 점 등의 순서로 신속하게 회의를 진행해 지나치게 회의가 길어져서 의견이 대립되거나 난상토론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서로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공동주택은 작은 국가와 같다. 동대표를 잘 선출해야 공동주택이 발전하고 입주민 간 화합이 잘된다. 동대표로 봉사할 이들은 기본적인 소양을 가지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내편, 네편이 아니라 올바른 편에 서야 한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입대의는 잘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작은 관심이 큰 변화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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