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우리 집 안을 보고 있다.’

월패드가 최근 공동주택 입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월패드 카메라를 해킹해 가정 내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 무더기로 유출됐기 때문이다. 누구나 가장 편한 상태로 생활하는 공간인 집 안의 일상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거나 유포된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일상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입주민들 사이에 한층 더해지는 분위기다.

사건이 처음 알려진 건 최근 다크웹에 올라온 게시물 보도 때문이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아파트 월패드 해킹 영상과 명단이 돌면서, 경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명단에 거론된 아파트 관리사무소마다 비상이다. 입주민들 모두 혹시 우리 아파트도 해킹되지 않았나 걱정이다. 전국의 75% 이상이 공동주택인 우리나라 현실상 이 문제는 바로 전국적 이슈로 떠올랐다.

월패드는 누군가 찾아왔을 때 현관 앞을 확인시켜주는 용도로 많이 쓴다. 경비실과 통화도 할 수 있다. 출입문, 조명, 난방 등 집안의 기능을 제어할 수도 있다.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에는 월패드가 많이 설치돼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홈네트워크 기기를 사용 중이다.

기존의 인터폰이나 비디오폰 같은 경우는 정보 교류가 단지 안에서만 이뤄졌다. 인터넷이 연결돼 있지 않다 보니 내용이 외부로 직접 나갈 길이 없었지만, 지금은 홈네트워크가 인터넷에 연결돼 있어 누구라도 이 홈네트워크를 해킹하면 정보가 외부로 노출될 수 있다. 

월패드가 해킹됐다는 건 인터넷에 연결된 집안의 다른 기기들도 언제든지 해킹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번 같은 경우는 카메라를 해킹해서 집안 내부를 촬영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월패드 자체 기능만 놓고 보면 더 큰 악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번 사건은 한마디로 건설사의 편리성 위주가 낳은 참사다. 홈네트워크 설치의 법적 기준을 대부분 지키지 않았다. 지자체도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부분에서 자유롭지 않다. 세대마다 반드시 설치돼야 할 홈게이트웨이가 제대로 시공되지 않았고, 단지 서버에는 방화벽이 제 역할을 못 했던 듯하다. 한 집만 해킹에 뚫리면 다른 집까지 엿볼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대규모 해킹 사태는 예견됐던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해킹 등 보안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현실로 확인된 것이다. 

당장 집안에서 몰래 촬영되는 피해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첫 번째로 공동주택 보안 네트워크를 나누는 ‘망분리’가 거론된다. 집집마다 사이버 경계벽을 세우자는 것이다. 당장 과학기술정통부는 세대 간 망분리 의무화 조기시행을 모색 중이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 구축에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월패드 업체들도 앞다퉈 보안 강화에 나서고 있다. 보안기술 업체는 차선으로 현실적인 보안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시설과 제도가 정비되기 전에 일단은 입주민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사용하지 않는 월패드 카메라는 스티커 부착 등 방법으로 가리고, 비밀번호를 따로 설정한 적 없다면 현관문처럼 수시로 바꾸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각 월패드 제조사의 최신 보안 업데이트를 꼭 받으라고 말한다. 

정보화, 자동화가 진행될수록 보안의 중요성이 더욱 와닿는다. 아파트 관리주체에 대한 보안교육도 시급하다. 아무리 편리하다 해도 이렇게 뻥뻥 뚫린다면 어느 입주민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겠는가. 보안강화가 가장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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