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다.
최근 몇 년은 특히 더웠다. 올해도 지난달에 이상 고온현상을 보이기도 해, 올여름을 어떻게 날까 진작부터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6월 초부터 한여름 날씨를 맞았다.

무더위를 나는데 에어컨은 필수품이다. 날씨가 어떻게 또 바뀔지 모르지만 무사히 무더위를 보낼 생각을 한다면 미리미리 에어컨 가동상태를 점검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경비실의 열악한 실태를 생각하면 한여름 걱정과 함께 염려가 앞서게 된다. 찜통 경비실에서 근무하는 경비원들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공동주택 관리업계 안팎에서 높다. 고령인 아파트 경비원들에게는 정말 위험한 근무환경이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많은 아파트가 경비실에 에어컨 설치 등 노력을 했지만 여전히 상당수 아파트 경비원들이 바깥 온도보다 높은 비좁은 경비실에서 선풍기에 의지해 장시간 대기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찜통더위에 순찰 등으로 고생하는 경비원을 위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경비실 내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미담사례가 잇따랐고, 지자체들도 환경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관리사무소 등의 에어컨 설치는 공동주택 단지 내 종사자들의 인권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건축법에 따라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경비실의 휴게·경비 등 시설을 설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과도한 규제와 복잡한 절차가 적용돼 에어컨을 설치하려 해도 지자체에 복잡한 서류를 내고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알지 못한 채 증축했다가 과태료 처분을 받거나 용적률·건폐율 제한 때문에 증축 승인이 나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서울시가 이런 절차를 없애는데 팔을 걷어붙였다. 제도 개선을 통해 경비원들이 조금 더 편하게 여름을 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할 때 따로 구청의 허가를 받지 않도록 조례를 바꾸기로 했다. 복잡한 서류를 낼 필요 없이 구청에 간단히 신고만 하면 된다. 일부 자치구는 예산을 들여 설치도 돕기로 했다.

지난 20일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건축 조례’ 개정 공포를 통해 아파트 관리사무소 에어컨 설치상의 불합리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시행한다고 천명했다. 이번 조례 개정에 따라 앞으로 서울시 내 30㎡ 이하의 작은 규모인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가설건축물 축조신고’만 하면 승인 절차 없이 에어컨을 설치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번 절차 간소화로 시설 설치에 드는 시간이 최소 한 달에서 2~3일로 획기적으로 단축돼 불필요한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말 반가운 일이다. 서울시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들에서도 적극 도입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경비원 등 공동주택 관리 종사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근무하느라 이중고였다. 아무쪼록 더위에 시달리던 경비원들의 근무 환경이 올 여름엔 좀 더 나아지기를 기대한다.

지난해 내내 경비원의 인권보호에 대한 논의가 사회 깊숙이 울림을 준 바 있다. 이런 변화 하나하나가 공동주택의 안정과 따뜻한 공동체 형성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 반가운 소식 속에서도 걱정되는 건 안전이다. 이맘때의 고충의 하나가 안전이다. 공동주택 관리 종사자들 모두 개선된 환경에서 안전한 여름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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