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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두 칼럼] 뇌의 가소성과 부동산투기
승인 2021.04.23 09:18|(1337호)
한국집합건물진흥원 김영두 이사장(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뇌의 가소성(plasticity)이란 주변의 환경에 따라 뇌가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뇌도 신경계의 일부이기 때문에 뇌의 가소성이라는 말 대신에 신경가소성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도 있다. 가소성은 영어로 plasticity라고 하는데, 이는 유연함을 의미하는 플라스틱(plastic)의 명사형이다. 따라서 뇌의 가소성은 ‘뇌의 유연함’이나 ‘뇌의 적응력’으로 대신해도 좋다.

우리가 주변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뇌의 가소성 때문이다. 뇌의 가소성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뇌를 근육처럼 생각하면 된다. 근육을 사용하지 않으면 근육이 퇴화하고, 근육을 많이 사용하면 해당 근육이 발달하게 된다. 근육의 일부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몸의 다른 근육들이 발달하게 된다. 요가나 필라테스를 하면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사용할 수 있게 돼 몸의 근육이 전체적으로 발달하게 된다. ‘근육’을 ‘뇌’로 바꿔 넣으면 근육에 대한 이러한 설명은 뇌의 가소성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다. 요가나 필라테스는 다양한 독서나 대화로 바꾸면 되겠다.

뇌의 가소성을 뇌가 변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설명했지만, 뇌의 가소성으로 인해서 우리 몸이 확대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사고로 다리를 잃은 사람은 뇌에서 다리를 움직이겠다는 신호를 보내도 그 신호를 다리로 전달할 수 없다. 그러나 다리를 움직인다는 뇌의 신호를 인공다리에 연결시켜서 인공다리가 그 신호에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면 실제 다리처럼 움직일 수 있다. 인공다리는 실제 다리와 마찬가지로 뇌가 직접 움직일 수 있는 우리 몸의 일부가 된다. 척수를 다치면 뇌에서 아무리 신체 각 부분에 정보를 보내도 근육을 움직일 수 없다. 그러나 뇌와 근육에 칩을 삽입해 척수를 거치지 않고 뇌의 정보를 직접 근육으로 보낸다면 척수를 다쳤더라도 근육을 움직일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을 뇌-기계인터페이스(Brain Machine Interface) 기술이라고 한다. 이러한 기술을 더 넓히면 생각만으로 기계를 움직이는 것도 가능하게 된다. 예전에 오바마 대통령은 척수가 손상된 환자가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인공팔과 악수를 한 경우도 있다. 그리고 미국에 있는 사람이 뇌의 정보를 바다건너 일본으로 보내서 일본에 있는 인공팔을 작동시킨 경우도 있다. 뇌가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보면 놀라울 뿐이다. 

 뇌가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면 그 환경에는 당연히 사회적 환경도 포함된다. 그리고 사회적 환경에는 법제도도 포함된다. 따라서 뇌는 법제도에 따라 변화한다. 법제도가 뇌를 변화시키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변화의 방향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순응적인 사람이라면 법에 어긋나지 않게 자신의 행태를 변화시킬 것이다. 그러나 저항적인 사람이라면 법에 맞서기도 하며,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법망을 피해나갈 방법을 찾기도 한다. 물론 법에 맞서는 사람이나 법을 회피하는 사람으로 인해서 법의 규범력이 약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법은 일정한 제재수단을 마련한다. 그러나 사람의 뇌는 그러한 제재수단까지 회피해 나가는 방법을 찾게 된다. 따라서 법이나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뇌의 가소성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법이나 정책은 마음의 흐름을 반영해야 하지만, 법이나 정책으로 인해서 마음이 흘러갈 곳도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이 흘러가는 곳이 법이나 정책이 목적으로 하는 곳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법이나 정책에 결함이 있다면 그 결함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게 되고, 결함을 악용해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뇌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된다. 따라서 법이나 정책을 만드는 사람은 늘 약한 고리가 없는지 살피고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 법이나 정책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실력은 이러한 과정에서 판가름 난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투기로 인해서 우리 사회가 홍역을 앓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부동산만 그런 것이 아니다. 모든 자산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경제를 돌리기 위해서 돈이 많이 풀리니 자산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하지만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그냥 방치할 수 없다면 결국 법과 정책에 의해서 이를 제어할 수밖에 없다. 그 법과 정책은 작금의 흐름에 편승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투기세력을 정밀하게 골라낼 수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러한 흐름에 동조하지 않도록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법과 정책을 회피해 나가려는 시도를 좌절시켜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보복소비로 표출되듯이 부동산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을 억눌러 더 크게 폭발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점검해야 하고 풍선효과도 조심해야 한다.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 어려운 일을 첨예한 정치대립 속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러니 과연 법과 정책이 부동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모든 문제는 환경에 적응하는 인간의 뇌의 가소성과 그러한 인간의 뇌가 다시 환경의 일부를 이루는 재귀적인 현상에서 기인한다. 법과 정책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뇌의 가소성을 잘 헤아려 우리 사회에 맞는 바람직한 법과 정책을 만들어 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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