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관리·용역업체 변경 후 고용 갈등 ‘법적 문제’

최근 들어 갈등 더 불거져
‘입찰 시 승계 약정’이 쟁점

최근 경비원 전원 교체 이슈가 불거진 A아파트에 결정 철회 현수막이 걸려 있다. <고경희 기자>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아파트 관리방식이 자치 또는 위탁으로 변경된 경우, 관리업체·용역업체의 재계약이 불발된 경우 기존에 근무하던 관리소장과 직원, 경비·미화원은 그대로 근무할 수 있을까.

최근 경비용역업체가 바뀌면서 경비원 전원이 해고되는 사례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경기 안양시 A아파트에서 근무한 경비원 16명과 노동단체들은 지난달 24일부터 ‘경비업체 변경에 따른 경비원 전원 교체 철회’ 촉구에 나섰다. 새 경비업체가 기존 경비원들에 대해 고용승계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그동안 경비업체가 바뀌어도 고용승계가 이뤄졌고 승계 거부 사실도 계약종료일을 일주일 앞두고 통보했다”며 경비원들이 반발하면서 주목받았다. 경비원들은 복직 시까지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관리방식 또는 관리업체·용역업체 변경 시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아 일어나는 대표회의, 업체와 근로자 사이의 법적인 다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근로자로서는 고용승계가 되지 않으면 새 근무지로 배치되기 전까지 실업자 신세이기 때문에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부당해고에 대한 법적 판단도 사안마다 달라 혼란을 야기한다.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로 관리방식을 변경하면서 경비원 전원 해고 결정을 내려 논란이 된 서울 강남구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최저임금 인상과 퇴직금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관리방식을 변경하며 내린 해고 결정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다”며 대표회의의 손을 들어줬다.

대표회의가 관리방식을 전환해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기존 근무 경비원들의 고용승계를 보장하는 등 해고 회피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이고 해고 통지 전부터 아파트 노동조합과 성실하게 협의를 거쳤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경기 김포시 B아파트에서 근무하다 위·수탁 관리계약 해지로 해고된 경리가 관리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 해고는 위탁계약이 종료돼 업체가 아파트 관련 사업을 종료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통상해고에 해당하고 업체가 새 업체에 고용승계를 부탁하는  등 해고 회피 노력을 다해 정리해고 요건도 갖췄다”며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아파트에서 새 경비업체를 선정하면서 고용승계를 입찰조건으로 약정하지 않았다면 새 업체는 경비원 고용승계 의무가 없다는 판정을,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새 위탁관리업체가 대표회의와 관리직원 고용승계 합의를 하지 않았다면 승계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서울지노위는 관리업체 변경이 영업 양도·양수 성격이 아님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서울지노위는 전 경비업체와 경비원 노동조합이 한 고용보장 노력 합의는 새 업체에 효력이 없다며 경비원들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각하했다.

반면, 근로자의 부당해고 주장을 인정한 사례도 있다. 2015년 4월 대법원은 강원 원주시 아파트 관리소장과 관리직원 3명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자치관리에서 위탁관리로 아파트 관리방식을 변경하면서 관리직원들의 고용승계 여부에 관해 아무런 결의를 하지 않았고 관리업체가 고용승계를 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은 해고 회피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부당해고 판단을 내렸다.

“고용승계 거절이 무조건
부당해고로 이어지진 않아”

이와 관련해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는 C씨는 “관리업체나 경비·미화용역업체가 변경되는 이유는 대표회의에서 직원들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경우, 인건비를 줄이는 경우, 향응이 있는 경우”라며 “또 관리업체가 바뀌면서 자회사에 용역을 주기 위해 변경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C소장은 관리업체가 바뀌면 직원 고용승계가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관리업체 측의 입장은 달랐다. 위탁관리업체의 한 관계자는 “소장 및 직원들에 대한 불만으로 업체를 변경하는 아파트에서는 고용승계를 하면 불만족스러워 한다”며 “고용승계를 하는 경우 회사 측에서 소장에게 입주민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 달라고 주문한다”고 털어놨다. 또 이 관계자는 업체가 바뀌어도 근로자들이 전 회사에 소속감이 없어 타 단지 배치를 원하지 않거나 고용승계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고용승계를 둘러싼 각종 이슈에 대해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는 “위탁관리업체, 용역업체 입찰 시 대표회의에서 고용승계를 약정했다면 승계가 가능하다”면서도 고용승계 거절 자체를 부당해고로 이어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계약이 중도해지 될 경우 그 효력을 두고 다툴 문제일 뿐 위·수탁 및 용역계약 종료에 따른 근로계약 종료를 모두 부당해고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아파트에서 경비·미화원을 직접 고용하는 경우에는 다툴 여지가 있으나 대다수의 단지에서는 최저임금 문제, 지휘·감독 관계에 엮이지 않고 각종 리스크(Risk)를 피하기 위해 관리업체에 전체를 위탁하고 있으며 이로써 대표회의가 고용관계에서 벗어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지휘·감독 권한이 실질적으로 대표회의에 있다고 하더라도 근로계약을 업체와 체결하기 때문에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경비원이 사회적 약자라는 시선에 모든 고용문제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일반적인 파견근로자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라고 제도 변화가 쉽지 않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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