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내내 경비원의 인권보호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공동주택 관리업계는 물론 우리 사회 깊숙이 큰 울림을 일으켰다.

그 기폭제는 지난해 5월에 있었던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의 폭언·폭행 등 갑질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고 최희석 씨의 안타까운 행동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으며 국민적 공분을 불렀다. 또한 사회의 자정작용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촉구했다. 이는 경비원의 권익보호 법령개선 등 제도의 변화로 이어지고, 이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강화하게 했다. 이것은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에 반영됐다.

아파트 경비원들은 실질적으로 많은 업무를 함께 해왔다. 방범·안전관리라는 주된 업무 외에 청소, 택배관리, 재활용품 분리수거, 주차관리 등 여러 업무를 함께 해왔다. 몇 년 전부터 공동주택 내에서 경비원의 업무 범위와 관련한 법적상충, 권리보호, 처우개선 등 논란이 일었다.

이를 해소해 기존의 경비업법에 따르면 경비원이 경비 외 다른 업무를 할 수 없었으나, 공동주택 경비원의 경우 올해 10월부터 공동주택 관리업무도 수행할 수 있도록 이 또한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에 반영됐다.

경비업법 등의 개정에 맞춰 고용노동부도 ‘공동주택 경비원 근무환경 개선대책’의 후속조치로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 개선방안’을 지난달 17일 발표했다. 그리고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공동주택관리법 시행 전까지 ‘공동주택 경비원의 겸직 판단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겸직 여부는 감시업무 외에 다른 업무의 시간, 빈도, 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되 전체 업무 중 다른 업무 비중이 클 경우 승인하지 않는다는 방향 속에 세부기준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분이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다른 업무 비중이 높을 경우 아파트 경비원들의 감·단직 적용이 제외될 수도 있다는 부담 때문이다. 경비원 처우개선을 위한 제도개선이 도리어 이들을 해고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사자인 경비원들은 이번 개선방안을 접하고 본인들이 가장 먼저 해고될 지 모른다는 걱정을 벌써부터 하고 있다. 처우개선도 좋지만 고용안정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다.

경비원 권익보호와 관련해 놓칠 수 없는 큰 흐름이 ‘고용불안 해소’다. 역설적이게도 이들의 고용불안을 부추긴 것은 이번과 같이 최저임금 인상과 권리보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이슈다.

아파트 경비원들은 많은 수가 고령이다. 고령의 경비원들은 늘 고용불안의 그림자를 떨치지 못 한다. 이들에게 가장 힘든 점을 물으면 상당수가 고용불안을 꼽는다. 노동자들에게 임금인상, 권리보호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사항이지만, 이들에게 더 중요한 건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는 일이다.

공동주택에서 고령의 경비원을 고용할 때 감·단직 적용은 큰 메리트다. 이 부분이 제외된다면 사용자인 입주자대표회의는 기계식 경비와 젊은 경비원들로 교체하려는 유무형의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가뜩이나 경비원 등을 인력감축 한다, 구조조정 한다 목소리가 높은 때에 이들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들의 권리보호를 위한 개선안이 도리어 이들의 고용불안을 부추긴다면 얼마나 모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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