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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처우 위한 감·단직 조건 강화···정작 당사자들은 “곧 잘리겠네”이슈분석: 고용부 ‘감·단직 승인제 개선안’ 뭐가 문젠가
승인 2021.03.04 09:50|(1330호)
고경희 기자 gh1231@aptn.co.kr

겸직 판단 기준 제도개선이
도리어 해고로 내몰 수도
경비 외 업무 많으면 불승인
“근기법 적용 시 고령자 먼저”

<아파트관리신문DB>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정부에서 아파트 경비원의 처우개선 방안 중 하나로 경비 외 분리수거, 청소 등의 업무 비중이 높은 경우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에서 제외하는 움직임을 보여 관리현장의 관심이 뜨겁다. 일각에서는 경비원 처우개선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이 도리어 이들을 해고로 내몰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비원 등 감시·단속적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휴게, 휴일 관련 규정 적용대상에서 제외돼 초과근무수당·휴일근무수당 지급 없이 근무하고 최저임금이 인상돼도 휴게시간을 늘리는 편법으로 임금이 동결되는 사례가 발생해 문제가 됐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7일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개선방안은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 유효기간 3년 설정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과 관련한 겸직 판단기준 마련 ▲휴식권 보장 ▲근무체계 개편을 골자로 한다.

이 중 관리현장의 눈길을 끈 것은 ‘겸직 판단기준’이다. 현행 규정상 감시·단속적 업무 외에 다른 업무를 반복 수행하거나 겸직하는 경우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대상에서 제외되지만 판단기준이 없음에 따라, 이번에 기준 설정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방안으로 겸직 판단기준이 마련되면 재활용품 분리수거, 청소 등 감시업무(경비업무) 외 다른 업무를 수행하는 공동주택 경비원의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 여부가 불분명해질 전망이다. 감시·단속적 근로자는 심신의 피로가 적다는 이유로 승인을 받아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규정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아파트 경비원의 경우 분리수거, 청소, 택배, 주차관리 등 경비업무 외의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이것이 업무강도 및 피로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비원은 경비업법에 따라 경비 외 다른 업무 수행이 금지됐으나,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에 따라 오는 10월부터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동주택 관리에 필요한 업무’에 종사할 수 있게 된다.

고용부는 이에 발맞춰 감·단직 승인과 관련된 겸직 판단 기준을 마련, 겸직 여부는 감시업무 외에 다른 업무의 시간, 빈도 및 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되 경비원 전체 업무 중 다른 업무 비중이 상당한 정도를 차지하는 경우 겸직으로 봐 승인을 하지 않는다는 방향하에 세부 기준을 마련한다.

이번 개선방안은 경비원의 열악한 근로환경 및 처우개선을 위해 마련됐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경비원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방안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뒤늦게 개선방안 내용을 접한 경비원들은 가장 먼저 ‘해고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경기도 소재 아파트에 근무하는 경비원 A씨는 “경비업무 외 업무비중이 경비업무보다 높지 않아 큰 걱정은 안 되지만, 만약 감·단직 승인이 거절된다면 해고될까 걱정된다”며 “처우개선도 좋지만 고용안정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노동자 노조설립을 목표로 사업을 운영하는 ‘안양군포의왕과천비정규직센터’(이하 ‘안양비정규직센터’) 관계자도 “근로기준법 적용이 아파트에서 관리비 인상 요소로 작용해 결국 경비원들이 고용불안에 놓일 수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또 다른 아파트 관계자는 경비원 대부분이 고령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김원일 수석부회장은 “고령자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각종 지원제도와 감·단직 승인제도에 따른 근로기준법 규정 적용제외로 아파트에서 65세 이상의 고령 경비원을 고용하고 있는데, 감·단직 승인이 되지 않고 일반근로자와 같이 근로시간 등 근로기준법 규정이 적용된다면 굳이 고령자를 고용할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비교적 젊은 경비원을 고용하거나 무인경비시스템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경비업체 관계자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으로 경비원의 업무범위가 확대되는 만큼 경비 외 업무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지켜봐야 한다며 “아파트에서 근로기준법에 따른 휴일 및 휴게시간 규정 적용으로 발생하는 경비 공백을 어떻게 메꿀지도 과제”라고 전했다.

반면, 경비원에 대한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은 대놓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등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불리한 근로계약을 강요하는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안양비정규직센터 관계자는 “이번 개선방안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도록 정하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근로계약을 의무화하는 것”이라며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으로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감·단직 승인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을 전제로, 개정법 시행 이후 발생할 경비원 대량해고 사태를 대비해 정부에서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과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 등이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등 공동주택 관련 단체와 경비원 업무범위 및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 개선을 위해 의견을 교류하고 있는 가운데, 고용주에 해당하는 경비업, 주택관리업 등 업단체가 협의 대상에서 제외돼 핵심이 빠진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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