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역사의 구분 기점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이다. 기원 전(BC)과 기원 후(AD)를 뜻하는 이 단어가 코로나19의 위력으로 그 의미와 쓰임새가 바뀌고 있다. ‘코로나 전(Before Corona)’과 ‘코로나 후(After Disaster)’로 또다른 시대가 전개되고 구분된다는 얘기다. 그만큼 코로나19의 재앙과 공포가 전세계적으로 휘몰아쳤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코로나19가 강타하면서 우리 생활과 삶은 빠르게 비접촉, 비대면 사회로 변화했다.

올 한 해 우리의 일상을 찬찬히 보면 전 분야에서 급속도로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맥락에서 떠오르는 단어 하나를 꼽자면 그것은 ‘비대면’일 것이다. 처음에 낯설게 느껴졌던 ‘언택트’라는 이 말은 이제 일상언어가 됐다.

코로나19 전염에 대한 공포로 직접 움직이는 것이 불안한 시민들은 비대면의 새로운 생활방식을 택하고 빠르게 적응했다. 사람들 간 접촉을 피하는 언택트 문화가 자연스레 확산됐고, 원격교육과 재택근무가 크게 늘었다.

언택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을 더한 개념으로 새로이 대면하는 방식인 ‘온택트’가 이제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정부 부처 등 공공기관의 회의는 물론 축제, 박람회, 시상식, 패션쇼 등 웬만한 것은 모두 온라인으로 치러진다. 각종 기념식도 비대면 행사로 열린다. 사무실과 집에서 온라인 중계 채널과 화상회의 채널에 접속해 응원과 댓글로 이전의 대면 방식을 대체하고 있기도 하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 분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단 많은 각종 행사들이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커뮤니티 시설은 문을 닫았고, 대면 모임들은 일단 멈췄다.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해서는 다른 사회 분야만큼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그동안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던 것들이 곳곳에서 차질을 빚자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우선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의방식이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화상회의를 한다든가 모바일 메신저나 SNS를 통한 비대면 방식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화상통화도 늘었다. 서면결의도 늘었다. 오프라인투표가 어려워지면서 온라인투표에 대한 현장의 관심도 높아졌다. 그렇지만 관계자들은 비대면 문화가 불편하고, 소통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기도 하다.

한동안 코로나19의 진정세를 보며 조만간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이뤄지면 머지않아 정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빠른 재확산을 보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화조치를 접하면서 많은 이들이 어둡게 보고 있다. 2차 대유행 걱정이 피부로 더 와닿고, 이 상황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거라는 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라는 말이 한층 현실적이다. 전문가들은 설사 코로나가 수그러들더라도 비대면 사회는 새로운 일상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한편으로 비대면의 그늘도 심각하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이런 상황이 지속될수록 사람들이 겪는 우울감이나 고독감도 커가고 있다.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한 모습도 보인다. 지나보면 늘 위기에는 단순히 위험만 있지는 않았으며, 새로운 기회가 함께 있었다.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어찌됐든 직접 만나고 소통하는 그런 날이 조금이라도 빨리 다시 오기를 학수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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