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코로나19가 바꾼 ‘비대면 관리 문화’

온라인투표 관심 증가
여전히 노인세대 사용 어려워

경기 안양시 A아파트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예정된 입주자대표회의를 비대면(오른쪽 공고문)으로 진행했다.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코로나19 확산 이후 오프라인 대면이 어려워지면서 아파트 관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던 입주자대표회의, 동대표 선거, 커뮤니티 활동 등이 코로나19로 인해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오프라인 투표가 어려워지면서 온라인투표에 대한 관리현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투표시스템(K-voting)은 공동주택 대표자 선거 등 공공성이 높은 단체 등이 휴대폰 등 웹, 모바일 환경에서 생활주변 선거 또는 투표를 하는 시스템으로 2013년부터 도입됐다.

언제 어디서나 투표가 가능하고 다양한 기기로 참여 가능하며 ▲다양한 투표 방식 ▲단일성 ▲기밀성 ▲공정성 등의 장점이 있어 ▲쉽고 빠른 선거과정 ▲선거인의 투표참여 기회 증가 ▲투·개표 정확성 ▲선거 진행 인력·시간 등 비용 감소 ▲신속한 개표 결과 등의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노인세대가 많은 아파트의 경우 스마트폰과 PC 등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까닭에 온라인투표 도입이 어려워 대책이 필요한 상태다.

경기 안양시 A아파트는 지난 5월에 동대표 선거를 실시했는데, 노인세대가 많은 아파트 특성상 온라인투표 도입이 쉽지 않아 관리규약 및 선거관리규정에 따라 방문투표만 운영했다. 방문투표는 선거관리위원이 위생장갑과 손소독제를 들고 세대에 방문해 양측 모두 위생장갑을 끼고 투표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A아파트 관리소장은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온라인투표 시스템을 도입할까 고민했지만 어르신들에게 온라인투표 방법을 안내하기 어려워 관련 규정에 따라 방문투표로만 진행한 것”이라며 “일부 입주민들이 이 시기에 동대표 선거를 해야 하냐며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였지만 동대표 임기도 정해져 있고 처리해야 할 사안이 시급해 어쩔 수 없이 예정대로 선거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안양시 B아파트는 내년 동대표 선거 때까지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면 온라인투표와 서면 투표를 병행할 예정이다. 서면 투표는 우편함에 투표용지를 넣으면 입주민들이 원하는 후보에 표시해 투표함에 넣는 방식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수원시 C아파트는 현재 안내문 전달 시 하단에 절취선을 표시하고 의견 작성 양식을 기재해 입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동대표 선거일에도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될 경우 같은 방식으로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아파트 단지 내 피트니스센터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폐쇄됐다. <고경희 기자>

입대의 회의, 비대면으로 대체
행사 계획은 무기한 연기

입주자대표회의를 여는 것도 쉽지 않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코로나19 추가 확산 최소화를 위해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방법을 한시적으로 서면으로도 가능하도록 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14조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방법 및 의결사항에 대해 대표회의 구성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 등은 관리규약준칙에 동대표가 회의에 직접 출석해야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코로나19의 추가 확산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대표회의 회의 시 의결을 서면으로 진행할 수 있게 해당 지자체가 지도·감독해 달라”고 주문했다.

비대면 회의 및 서면결의 방법은 회의소집의 경우 일시, 안건 논의방법, 서면결의 진행 사실 등을 통지·공고하고 안건논의는 메일, 메신저, 유선전화 등을 통해 안건별로 논의하며 의사표시를 하도록 했다. 서면결의는 대표회장이 회의록을 작성해 각 동대표가 서면결의 하도록 했다.

비대면 의결 지침 이후 서울 성동구의 아파트에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화상통화로 회의를 대체해 눈길을 끌었었다.

이러한 비대면 의결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A아파트는 회의 안건이 담긴 회의록을 동대표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작성해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비대면으로도 회의를 이어갈 수 있어 동대표들의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또 다른 단지에서도 모바일 메신저나 SNS를 통해 비대면 회의를 실시하고 있다.

다만, A아파트 소장이 “깊은 논의가 필요한 안건은 비대면으로는 용이하지 않아 다음 회의로 미뤄 둔 상태”라고 말한 것에 비춰 비대면 회의가 대면 회의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계획한 각종 행사도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됐다. B아파트는 올해 관리동 시설개선을 기념해 지난달 행사를 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다음으로 미뤘다. 코로나19 재확산 전 커뮤니티 시설 운영을 재개했지만 한 입주민이 지난달 15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문을 닫게 됐다.

A아파트는 매년 열던 바자회를 올해는 취소했으며, 경로당 복날행사는 어르신 세대에 삼계탕을 배달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한 관리소장은 “커뮤니티 시설, 경로당이 폐쇄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면서 입주민들이 우울해하고 있고, 층간소음 등 입주민 간 갈등도 잦아졌다”며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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