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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 칼럼] 아파트 관리비 횡령사건, 수년간 부실 회계감사보고서 제출
승인 2020.03.17 09:56|(1285호)
중앙대학교 부동산관리투자전략최고경영자과정 곽도 교수

지난해 말 12월 26일 서울 노원구 모 아파트에서 관리사무소 경리직원으로 근무하던 50대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나흘 뒤 60대 관리소장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관리소장과 경리직원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며 횡령 의혹이 제기됐고 숨진 경리직원 개인 계좌로 관리비 수억원이 흘러들어간 정황이 확인됐다.

노원구가 지난 2월 11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최근 10년간 아파트 관리비 잔액이 장부 기록보다 9억9000만원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억4000만원은 숨진 경리직원의 개인계좌에 입금된 것으로 확인됐다.(연합뉴스 2020. 2. 11.) 도대체 수년 동안 외부회계감사를 하면서 은행잔고와 장부를 대조하지 않은 한국공인회계사협회 회원사가 수년 동안 이렇게 엉터리 감사보고서를 작성했다니 아직도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이렇게 썩은 곳이 남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년간 관리비를 횡령한 당사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수많은 입주민에게 끼친 손실금은 과연 누가 어떻게 변상할 것 인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해마다 많은 예산을 투입해 실시하는 외부회계감사에서 가장 기본사항인 장부와 은행잔고를 수년 동안 확인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한국공인회계사협회는 정중하게 사과문을 발표해야 하고 피해 손실금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공식적인 입장표명이 있어야 하는데도 현재까지 묵묵부답으로 임하고 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과 관련 외부 회계감사 시 부실한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회계법인에 대해 전체 피해액의 30%의 배상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2월 2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김상훈 부장판사)는 김모씨 등 투자자 290명이 대우조선해양과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외부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약 146억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고재호 전 대표에는 전체 손해배상의 70%를, 안진회계법인에 30% 인정된다고 판결했다.(뉴스1 2020. 2. 20.) 이외에도 2018년 기준 최근 3년 동안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피소된 회계법인이 모두 236억원의 손해배상을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부실감사 등을 사유로 회계법인이 피소돼 종결된 소송은 82건이며 이 중 20건의 소송에서 회계법인이 패소(일부 패소포함)하거나 화해로 236억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졌다.(CBS노컷뉴스 2018. 9. 6.) 노원구 모 아파트의 경우 매년 외부회계감사를 실시하면서 가장 기본사항인 장부와 은행잔고 현금시재액에 대한 확인조사를 수년간 하지 않은 사실은 그동안 외부회계감사가 얼마나 허술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증명해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한국공인회계사협회는 제대로 된 철저한 감사를 위해서는 감사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회계감사 시간을 늘려 잡아서 독점인 감사비를 아파트 주민으로부터 더 받아내겠다는 속셈이다.

수년 전 아파트 비리 문제가 언론에 자주 보도되자 한국공인회계사협회가 아파트 비리를 바로잡기 위해 외부회계감사제도를 실시해야 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갖고 정부에 아파트 외부회계감사를 의무화하도록 제안을 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공인회계사협회가 내걸었던 외부회계감사 제도로 아파트 부정과 비리를 척결한다는 슬로건은 정부를 기만한 것이다. 통상 외부회계감사보고서에는 부정과 비리 적발사항은 빠져있고 기껏 계정과목 오류나 장기수선충당금 수립등 지엽적인 사항만 감사보고서에 담고 있다.

외부회계감사를 통해 동대표나 관리소장이 거래 업체와 돈을 주고받는 부정과 비리를 직접 적발하기가 어렵고 특히 수사 경험이나 정보가 없는 비전문가인 공인회계사가 부정을 밝히는 일은 한마디로 불가능한 일이다.

아파트 단지의 부정과 비리를 바로 잡으려면 제도 개선을 통해 공사계약, 물품구매 등을 통합 일원화하는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부정과 비리를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아파트 부정과 비리를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매년 약 200억원을 챙겨가는 외부회계감사제도를 개선해 세무사도 참여하는 사전 장부기장 지도로 바꿔야 한다. 경리직원 등에 의한 횡령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사후 감사보다는 사전 기장지도가 훨씬 효과적이다.

사전 기장지도제도가 도입되면 현재 공인회계사가 독점하고 있는 감사비를 50% 내지 1/3 가격으로 대폭 낮출 수 있어 전 국민의 75%가 거주하는 공동주택 관리비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아파트 단지를 주인 없는 봉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외부회계감사에서 가장 필수 사항인 은행잔고와 장부의 대조 확인 조사 없이 수년 동안 부실 외부회계감사보고서를 작성한 데 대해 한국공인회계사협회는 정중하게 사과문을 발표해야 하고 입주민에게 입힌 손실금에 대해 변상하겠다는 공식적인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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