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부동산관리투자전략최고경영자과정 곽도 교수

경주 최부잣집은 1600년 초 최진립에서부터 1900년대 최준까지 12대에 걸쳐 9대 진사와 12대 만석꾼으로 살아온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랫동안 부(富)를 지켜온 명문집안이다. 경주시 교동(校洞) 69번지에 위치하며 이 집은 아흔아홉 칸이나 됐고, 부지 2000여평에 1만여평의 뒷 정원도 있었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최진립은 경주 인근에서 의병장으로 활약해 큰 공을 세워 무관직 병절교위 부장(교지)에 제수돼 관직에 오르게 됐다. 이듬해 정식으로 무과에 급제해 경흥부사, 공조참판, 삼도수군통제사, 전라수사 등을 거쳤다. 1636년 병자호란 때 예순 아홉의 나이로 끝까지 항전을 하다 1636년에 장렬히 순국했다. 이듬해 인조는 그의 죽음을 애도해 병조판서에 증직하고 정려각을 내렸다. 최씨 집안을 조선에서 일약 명문가 반열에 올린 최진립에게 나라에서 영원히 제사 지내는 불천위로 지정했다. 12대 손인 최준은 1947년 전 재산을 대구대학 설립에 투입해 육영사업에 몰두해오다 5·16 군사정변 후 ‘대학설치령’이 강화되면서 심각한 운영난으로 1967년 대구대와 청구대가 합병해 영남대로 명칭이 바뀌면서 영남대 운영권이 박정희 일가로 넘어가게 됐다. 여기서 경주 최부잣집 만석꾼 역사는 마감을 하게 된다. 매우 안타까운 이야기다. 그러나 400년을 이어온 최부자집의 가훈을 통해 오늘날 우리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최부잣집의 가훈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마라. 한 번 당쟁에 걸려들어 역적으로 지목되면 남자는 사약을 받거나 아니면 유배형을 당했고, 그 집안 여자들은 졸지에 남의 집 종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하는 것이다. 오늘날도 정권이 비뀌면서 적패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전직 고관들이 감옥을 드나들면서 본인은 물론 그들의 가정과 집안까지 파멸시키는 사례들 때문에 고위 관직에 대해 지명을 고사하는 사례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둘째, 만 석 이상의 재산을 모으지 말며 만석이 넘으면 사회에 환원하라. 최부잣집은 만석 이상의 재산 불가 원칙에 따라 나머지 재산은 사회에 환원했다. 환원 방식은 소작료를 낮추는 방법이었다. 우리나라 대부분 재벌들은 기부나 소유재산의 사회 환원에 매우 인색한 편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해 더불어 사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가진 자들의 배려가 부족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셋째, 흉년에는 남의 땅을 사지 마라. 조선시대에는 흉년이 들어 아사 직전의 위기상황에 직면하면 쌀 한 말에 논 한 마지기를 넘기기도 했다. 우선 먹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으니 논 값을 제대로 따질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넷째, 과객(過客)을 후히 대접하라. 최부잣집의 1년 소작 수입은 쌀 3000석 정도. 이 가운데 1000석은 집안에서 쓰고, 1000석은 과객을 접대하는데 사용했고, 나머지 1000석은 주변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데 썼다고 한다.

다섯째, 며느리들은 시집온 뒤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최씨 집안의 며느리는 삼베 치마를 하도 오래 입어 이곳 저곳이 누덕누덕 기워져 있었는데, 서 말의 물이 들어가는 ‘서말치 솥’에 빨래를 하기 위해 이 치마 하나만 집어넣으면 솥이 꽉 찰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최부잣집 여자들의 절약정신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일화다. 최근 중국 TV에서 근검절약(勤儉節約) 중화미덕(中華美德)이란 중국정부의 홍보 광고를 본 일이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가 앞장서서 근검절약 정신 함양을 위해 전 국민 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 같다.

여섯째,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예나 지금이나 백성이 먹을 것이 없으면 폭동이 일어나 가진 자에 대한 약탈이나 목숨까지도 해치게 된다. 지난 8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탈북 여성이 어린 아들과 함께 숨진 지 두 달 만에 발견됐는 바 굶어 죽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했다. 위에서 열거한 경주 최부자집의 전통적인 가정규범은 오늘날 우리들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추운 겨울 날씨에 힘들게 살아가는  가난한 이웃의 손을 잡아주는 따뜻한 마음들이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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