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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란 칼럼] 업무상 횡령죄가 뭐길래
승인 2018.06.12 09:28|(1199호)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

입주자대표회장과 관리소장에 대해 업무상 횡령죄로 벌금형을 선고했던 1심 법원의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이 최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 두 사람은 아파트 잡수입으로 동대표들과 관리사무소 직원들을 위한 명절 선물을 구입하거나 떡값 비용, 하계 휴가비를 지원하는 데에 집행했다는 이유로 업무상 횡령죄로 기소된 것이었다.

업무상 횡령죄는 업무상 임무를 위배해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마치 자기 소유인양 처분해 버리는 것을 말하고,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게 되면 그 사용 자체로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4. 5. 27. 선고 2003도6988 판결 등 참조).

이들은 주민자치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와 같이 집행한 것이었고,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도 거쳤으며 지출내역에 대해서는 관리비 부과 내역서에 기재하고 매월 게시해 입주민들에게도 알렸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이들의 행위를 관리규약이 정하고 있는 잡수입의 목적 범위를 위반한 사용이라면서 횡령에 해당한다고 봐 유죄 판결을 선고한 것이었다.

그러나 2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고,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한 이유를 자세히 설시하고 있다.

우선, 문제된 위 아파트 관리규약에는 ‘잡수입은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공동체 활성화와 주민자치활동 촉진을 위해 필요한 비용 등에 우선 지출할 수 있고, 집행 잔액 중 입주자와 사용자가 함께 적립에 기여한 잡수입은 관리비에서 차감하거나 예비비로 적립하되 관리주체가 예비비를 집행하고자 할 때에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고, 잡수입 발생 및 지출내역과 집행 잔액에 대한 적립내역 등은 매월 게시판에 게시하고 관리비 고지서 배부 시 첨부해 알리도록’ 하고 있다.

2심 법원은 이들이 잡수입으로 동대표나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명절 선물을 구입하거나 하계 휴가비를 지원하는 것이 주민자치 활동 촉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 점이나 잦은 민원 등으로 동대표가 되기를 꺼려하는 현상,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아파트 내 공동체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도 상당부분 수행하는 점에 비춰 보면 잡수입을 위와 같은 용도로 사용한 것이 공동체 활성화와 주민자치활동 촉진을 위한 비용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또한 위 아파트 관리규약에 공동체 활성화 등을 위해 우선 지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반드시 위 용도에 한정해 지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도 않았다. 집행 잔액 중 일부는 예비비로 적립하도록 하고 있는데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등 이를 집행하기 위한 절차 또한 모두 거쳤고, 입주민에게 알린 점 등도 무죄 판결의 이유가 됐다.

위 판결이 특히 화제가 된 이유는 이와 비슷해 보이는 행위에 대해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업무상 횡령의 유·무죄를 가르는 차이점이 무엇일까? 아파트에서 업무상 횡령이 문제되는 금원의 집행은 해당 금원이 당초의 제한된 용도를 벗어났는지 여부와 해당 금원 집행을 위한 절차를 준수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할 것이다.

이 사안은 잡수입을 관리규약이 정하고 있는 목적 범위 내에서 정해진 절차를 준수해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1심에서 유죄까지 선고된 점이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2심에서라도 이를 바로잡아 일선에서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에게 정확한 이정표를 제시한 점이 그나마 다행스럽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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