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

‘월급이 내 통장을 스쳐 지나간다’는 말은 웃기고도 슬픈 우리네 서민들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최저임금이라는 울타리 끝에 매달려 있는 근로자들에게는 더욱 아픈 현실일 것이다.

국가가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위해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최저임금제도는 말하자면 근로자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셈이다.

그런데 제도라는 것이 그 제도를 만들었던 본래의 취지나 목적이 그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그늘이나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최저임금 상승을 둘러싸고 근로자와 사업자 사이에 터져 나오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어느 한 쪽도 그저 달가운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특히 지난 장미대선을 치르면서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겠다는 대선 공약이 큰 이슈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근로자의 생계는 좀 더 풍요로워지겠지만 월급을 줘야 하는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결국 인력을 줄이거나 아예 무인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최저임금의 부담을 벗어나려는 타개책을 모색하기도 한다.

아파트는 어떨까? 많은 사람들의 주거공간이 밀집돼 있는 공동주택은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많은 근로자들이 일하는 일터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도 최저임금의 부담을 벗어나고자 무인경비시스템 도입 등이 검토되고, 경비 인력을 감소하거나 휴게시간을 늘리는 방식을 고민하기도 한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법 제10조 제1항에 따라 2018년 1월 1일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적용되는 최저임금액을 시급 7530원으로 정하고, 사업의 종류별 구분 없이 전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고시했다(고용노동부고시 제2017-42호).

올해 최저임금 시급인 6470원보다 16.4% 인상된 것으로서 월급기준으로 환산하면 2017년 135만2230원에서 157만3770원으로 매달 약 22만원 가량 증액된 것이다. 이는 과거 5년간 최저임금의 평균 인상률인 7.4%를 훨씬 상회하는 만큼 최저임금을 줘야 하는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고, 받는 입장에서는 일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지 불안에 시달린다.

최저임금 상승을 둘러싼 아이러니를 보고 있으면 관리소장 업무에 대한 부당간섭 배제조항이나 경비원 등 근로자에게 업무 이외의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 역시 떠오른다. 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는 관리소장의 업무에 입주자대표회의가 부당하게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선언하고(동조 제1항), 이를 어겨 입주자 등에 손해가 생기거나 그럴 우려가 있을 때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사실조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동조 제2항). 만일 조사 결과 부당간섭행위가 인정되면 명령 등의 조치를 해야 하고(동조 제3항), 관리소장이 이런 일로 해임되면(동조 제5항)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102조 제2항 제8호). 그리고 경비원 등 근로자에게 업무 이외의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해서는 안 된다고도 규정돼 있다(공동주택관리법 제65조 제6항).

물론 선언적인 의미에서는 큰 의미가 있는 규정이지만 막상 부당간섭을 문제 삼으려면 사실상 그 직을 걸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현장의 목소리다. 경비원 등 근로자에게 업무 이외의 부당 지시나 명령을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 역시 경비업법상의 경비업무에 한정된다면 아마 경비원을 고용하려는 아파트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입장도 상당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현실을 감안하지 않으면 또 다른 병폐를 양산하기 마련이고, 탁상공론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다. 상생을 위한 심도 있는 방안 모색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아파트관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