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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란 칼럼]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데, 놓치는 것들은 있다
승인 2018.02.14 17:56|(1185호)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

한 아파트에서 3년간 경비로 근무하던 A는 퇴직 무렵 2년 치 퇴직금을 받았다. 그러자 A는 지방고용노동청에 전체 근로기간 중 1년 치의 퇴직금은 받지 못했다면서 진정을 제기했고, 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미지급된 퇴직금을 A에게 지급하라는 시정지시를 받았다.

그러나 아파트에서 A에게 2년 치 퇴직금만 지급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A가 처음 근무한 1년간은 매월 퇴직금을 분할해 급여와 함께 지급해왔기 때문이었다. 일종의 퇴직선급금 명목으로 1년 치 퇴직금은 모두 지급됐다고 보고 나머지 2년 치 퇴직금만을 지급한 것이었다.

일단 시정지시에 따라 A에게 1년 치 퇴직금을 추가로 지급한 아파트는 억울하고, A가 괘씸하기도 했다. 아파트는 A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아파트는 이렇게 주장했다. 첫째, 아파트에서는 A가 근무하는 첫 해에는 퇴직금을 매월 분할해 전액 지급했다. 둘째, 그런데 A가 퇴직 후 지방고용노동청에 마치 위 기간 동안 퇴직금을 전혀 받지 못한 것처럼 허위로 진정을 했다. 셋째, 지방고용노동청이 이로 인해 퇴직금을 미지급한 것으로 잘못 판단해 아파트는 그 시정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추가로 퇴직금을 지급했다. 넷째, 이는 부당이득에 해당하므로 A는 이를 아파트에 반환해야 한다.

결론은 어찌 됐을까? 1심에서는 아파트가 이겼는데, 항소심에서는 뒤집어졌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0. 24. 선고 2017나14092 판결 참조) 항소심의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아파트와 A 사이에 1년간 매월 월급과 함께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 금원이 지급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아파트와 A 사이에 퇴직금을 분할해 지급하기로 한 약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은 강행법규 위반으로서 무효다. 따라서 아파트가 지방고용노동청의 시정지시에 따라 추가로 지급한 퇴직금은 정당한 퇴직금으로서 A가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한 부당이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퇴직금은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후불적 임금의 성격을 가지므로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중간 정산하거나 분할해 지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법령이 정한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한해 인정된다. 이와 같은 퇴직금 중간정산 제도는 퇴직금청구권을 보장하면서도 사용자 측에는 퇴직금 일시 지급의 부담을 줄이고, 근로자 측에는 퇴직금 활용도를 높인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제2항 및 동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은 무주택자인 근로자 본인 명의의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를 비롯해 근로자 본인이나 배우자 등 부양가족이 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하고, 그 요양비용을 근로자가 부담하는 경우 등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그리고 위 법령이 인정하는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퇴직금분할약정은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한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를 위배해 무효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다77006 판결 등 참조) 위 항소심 판결은 이 같은 입장에 따라 추가로 지급된 퇴직금은 적법하게 지급된 퇴직금이므로 부당이득 반환 대상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만일 아파트가 A에게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매월 월급과 함께 지급한 금원을 부당이득 반환으로 구했으면 어땠을까? 앞서 본 바와 같이 퇴직금분할약정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령이 정하고 있는 중간정산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한 무효다. 그렇다면 매월 월급과 함께 추가로 지급받은 퇴직선급금 명목의 금원이야말로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금원이 아니겠는가? 이것에 대해 반환을 구했다면 결론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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