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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란 칼럼] 사업주체가 체결한 계약, 아파트 대표회의 승계의무 없다
승인 2018.03.27 21:46|(1190호)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

사법시험을 합격한 후 사법연수원에 입소하기 전, 법조 선배들에게 어떤 것을 준비하면 좋을지 물어봤던 적이 있다. 이 모범적인 질문의 저의는 사실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요령이 있는지를 물었던 것이었던 듯하다. 선배들로부터 돌아온 대답이 하나같이 민법 공부를 충실히 하라는 것이었을 때 다소 실망감이 들었던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일천한 경험이나마 법조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이게 된 지금 그때를 돌이켜 보면 법조 선배들이 참으로 현답을 주셨구나 싶다. 민사적인 분쟁은 결국 민법의 기본 법리나 원칙을 관통하지 않고 해결되는 예가 거의 없으니 말이다. 물론 공동주택이나 집합건물을 둘러싼 민사적 분쟁이 일반적인 민사 분쟁과 다른 양상을 띠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은 한 동 건물을 여러 사람이 소유하고 사용하면서 벌어지는 특별한 사정들을 감안해 일반 민사법만으로 규율하기 어려운 점들을 특별히 달리 정해 규율하고 있는 여러 특별법들로 인한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공동주택관리법령,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령 등일 것이다.

하지만 공동주택이나 집합건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종 법적 분쟁을 내밀하게 들여다보면 결국 계약당사자의 확정이나 계약의 효력 문제, 손해배상청구권의 발생 근거나 그 요건사실 등 일반 민사의 법리로 귀결되곤 한다.

공동주택의 관리방식은 자치관리와 위탁관리로 크게 나눌 수 있고, 자치관리의 경우에는 자치관리기구의 대표자인 관리사무소장이, 위탁관리의 경우에는 주택관리업자가 공동주택을 관리하는 관리주체에 해당한다(공동주택관리법 제2조 제1항 제10호, 제5조, 제7조).

그런데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입주자 등이 관리방법을 결정하기 전에도 공동주택의 관리는 필요하다. 공동주택관리법은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을 건설한 사업주체로 하여금 입주예정자의 과반수가 입주할 때까지 그 공동주택을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공동주택관리법 제11조). 그렇다면 사업주체가 관리하고 있는 기간 동안 체결된 각종 용역계약 등에 대해 향후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법원은 사업주체가 체결한 위탁관리계약에 따른 권리·의무가 향후 구성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당연히 승계되는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를 승계할 의무가 없다고 봤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2다119450,119467 판결 등 참조).

사업주체는 입주예정자의 과반수가 입주할 때까지 그 공동주택을 직접 관리해야 하며, 입주예정자의 과반수가 입주했을 때에는 입주자 등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공동주택을 관리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는 점(공동주택관리법 제11조 제1항), 입주자 등이 그 요구를 받았을 때에는 그 요구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입주자를 구성원으로 하는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해야 하고(동법 제11조 제2항),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은 입주자 등이 해당 공동주택의 관리방법을 결정(위탁관리 하는 방법을 선택한 경우에는 그 주택관리업자의 선정을 포함한다)한 경우에는 이를 사업주체에게 통지해야 한다는 점(동법 제11조 제3항) 등에 비춰 볼 때 사업주체에 의한 공동주택의 관리는 입주예정자의 과반수가 입주할 때까지의 한시적인 관리이며 입주예정자의 과반수가 입주한 이후에는 입주자 또는 입주자가 구성하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의한 자율적인 공동주택의 관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사업주체가 입주예정자의 과반수 입주 이전에 공동주택의 관리와 관련해 제3자와 체결한 계약에 따른 권리·의무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의에 일률적으로 승계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그 계약의 효력을 사업주체에 의한 공동주택의 관리가 종료된 이후에까지 당연하게 확장시키는 것으로서 관련 법령의 규정 취지에 반한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입주자대표회의는 사업주체가 관리하고 있는 기간 동안 체결된 각종 용역계약 등에 대해 아무런 승계의무가 없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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