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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란 칼럼] 공동주택 장기수선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승인 2018.05.03 13:53|(1195호)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

지난 3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윤관석, 더불어민주당)의 주최로 공동주택 장기수선제도의 법제 현황과 주요 이슈에 대한 세미나가 국회에서 열렸다. 한국주택관리연구원이 주관한 이 세미나에서는 현행 공동주택 장기수선제도의 법제 현황을 살펴보면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향후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이어졌다.

나는 이 세미나에 토론자의 한 사람으로 초청받아 영광스럽게도 논의의 한 자락을 맡게 됐는데, 맨날 법정에 나가 이미 규정된 법체계 안에서 한정된 변론만 하던 나에게는 이런 발언의 기회 자체가 참 소중했다. 사법부의 판단이라는 것은 이미 규정돼 있는 법 규정의 문의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고, 비록 자신의 의뢰인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싸우는 변호사라 하더라도 그 역할 역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야 없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법이 이상하거나 애매해서 발생하는 애석한 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답답한 일이 없을 수가 없다. 장기수선제도 역시 그런 면에서 늘 지적돼 오는 문제점이 있었다.

우선 장기수선제도가 갖는 경직성이 큰 문제로 지적된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는 장기수선계획을 3년마다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이를 조정해야 하며 수립되거나 조정된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주요시설 교체나 보수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동법 제29조 제2항). 주요시설을 신설하는 등 관리여건상 필요하면 3년이 경과하기 전에도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할 수 있는데 이때에는 전체 입주자 과반수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동법 제29조 제3항).

이와 같이 현행 장기수선제도는 정기조정과 수시조정을 통해 조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통한 정기조정은 3년에 한 번씩 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시의적절한 장기수선계획 조정을 어렵게 하는 시기적 경직성이 문제된다. 또한 3년이 경과하기 전에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하는 수시조정은 주요시설 신설 등 관리여건상 필요성 외에도 전체 입주자 과반수 동의를 받도록 함으로써 절차적 경직성이 문제된다. 상당수의 입주민이 입주자가 아닌 사용자에 해당하는 공동주택의 현실 속에서 전체 입주자 과반수 동의를 얻어 수시조정에 성공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장기수선계획 조정의 경직성보다 더욱 개선이 시급한 문제는 따로 있다. 장기수선제도 관련 절차의 일원화다.

공용부분의 변경을 초래하는 공사를 장기수선계획 조정을 통해 시행할 경우 공동주택관리법상의 장기수선계획 조정 절차를 거쳤다고 끝이 아니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이라 약칭) 제15조 제1항에 따르면 공용부분의 변경에 관한 사항은 관리단집회에서 구분소유자 4분의 3 이상 및 의결권 4분의 3 이상 결의를 얻어야 하고, 관리단집회가 아닌 서면 결의를 통해 이를 결정하려면 더욱 가중된 정족수인 구분소유자 5분의 4 이상 및 의결권의 5분의 4 이상이 필요하다(동법 제41조 제1항).

집합건물법 제2조의 2에 따르면 공동주택관리법의 특별한 규정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저촉돼 구분소유자의 기본적 권리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효력이 있으니 공동주택관리법상의 정기조정 내지 수시조정 절차를 거친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가중된 정족수인 집합건물법상의 절차를 갖춰야 적법하다는 것이다.

수범자인 국민에게는 지켜야 할 법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의 무지는 용서받지 못한다는 법언은 비법률가인 보통의 국민들이 어떤 법을 지켜야 하고, 어떻게 준수하면 되는지가 명확할 때 그 빛을 발하게 된다.

일선 관리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장기수선제도 관련 절차를 일원화하고 교육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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