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비용절감을 위한 장수명 주택의 국가 연구개발이 시작되고 장수명 주택 인증제도가 도입된 지 약 2년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설명과 성과가 대중매체를 통해 몇 차례 이뤄져 시작시기에 비해 이해도가 높아졌다. 2월에는 비용절감형 장수명 연구단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장수명 주택 시범동 기공식에 대한 내용을 많은 매체가 보도했고 종전보다 관심이 높아진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장수명 주택 건설에 동감하고, 주택공급에 대한 인식변화와 사용 및 유지관리에 대한 새로운 방향이 필요하다는 많은 지지가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오해와 필요 없다는 인식도 있었다.

오해와 인식의 차이에 대한 내용은 다음과 같이 4가지로 요약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해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가 수명이 짧아야 빨리 철거하고 다시 많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시장이 커지는데 장수명화 하면 시장이 축소되지 않겠는가. 둘째, 1930~1940년대 건설한 교량도 아직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내구성이 좋은데 무슨 연구가 필요한가. 셋째, 100년 정도의 앞날에 대비해 건물을 만든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넷째, 내진이나 소음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서 오래 사용하는 것만 중요한가이다.

첫 번째 건설시장의 축소문제에 대한 우려다. 주로 공급자나 건설 분야 종사자들의 인식이다. 인구증가와 고성장 사회에서 우리는 공급중심의 시장을 경험했다. 지금까지 건설산업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부족한 주택을 공급하면서 재산을 증식해 왔기 때문에 산업자체도 건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이제 주택공급을 둘러싼 사회·건설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신축할 수 있는 토지도 거의 없고, 계속 도시가 확산해갈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더구나 저출산 고령화와 함께 2030년을 정점으로 해 인구도 감소한다고 예측하고 있다. 국민의 수명연장과 조기 퇴직 등으로 주택에 투자할 수 있는 재산적인 여력은 감소하고 있다. 준공 후 30~40년에 조기철거 재건축도 일부 부유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이익창출에 한계가 있고, 철거비용과 쓰레기 처리의 한계와 같은 환경부하증대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재건축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재산증식을 위한 이익이 뒷받침돼야 하며, 현재 아파트 단지가 가지고 있는 허용 용적률 범위 내에서 사업성이 있어야 한다. 즉, 허용 용적률 내에서 기존 주택 면적의 유지 내지는 증대와 세대수 증가 등 사업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아니면 허용 용적률이 높아지면 가능성은 커질 수 있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재건축도 어려워진다. 주택의 장수명화로 인한 건설시장 축소의 문제가 아니라 인구구조 변화, 주택재고, 사회여건 변화와 연계되는 문제이므로, 이러한 조건 변화로 신축시장은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유지관리와 리모델링을 통한 수요로 전이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미 선진국들에서 겪고 있는 시장의 흐름으로 좋은 건물로 잘 지어서 잘 유지관리하고 오래 사용하는 방향으로 인식을 전환해 이에 대비한 새로운 시장창출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복사기 산업에서 복사기 본체보다 토너산업이 중요하듯 건축에서도 구조체를 만드는 산업에서 일정 부분 내장·설비 등의 인필산업으로 전환해 갈 것에 대비한 인필산업의 육성으로 건설산업은 확대할 수 있다.

두 번째 내구성의 문제다. 내구성은 콘크리트의 피복두께나 품질향상으로 얼마든지 높일 수 있다. 철골 등도 내구성 처리를 하면 동일한 결과를 가질 수 있다. 교량은 내구성이 중요한 분야이며, 공간의 변화나 위치변화 등의 가변성이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정교한 설비가 거의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수관 정도이며 매설하지 않으므로 설비의 노후화도 중요하지 않다. 건축물과 교량의 구성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인식이다. 건축물도 철근콘크리트 구조방식인 경우 피복두께나 품질향상 등을 통해 300년 주택, 500년 주택도 가능하다. 주택 특히 공동주택은 세대수가 많고 구분소유를 하고 있어, 이를 위한 설비와 개개인의 기호가 다른 내장의 선택이 전제돼 있으므로 수명이 짧고 변화가 큰 설비와 내장·외장으로 구성돼 있고, 구조체와 같은 수명이 긴 부분 구조체 속에 수명이 짧은 설비를 매설해 유지관리와 교체 등이 용이하지 않음에 따라 고장과 노후화로 인한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서로 다른 사람들, 거주자 변화, 변화하는 생활 등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공간구성의 가변성이 전제돼야 하는 점 또한 교량과는 다르다. 교량은 건축물을 구성하는 수많은 구성부품과 자재들의 복합성과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성능저하에 대한 고려, 거주자 생활의 다양성과 변화를 지지하는 가변성 고려, 내구성을 가지는 구조체의 삼박자가 기본이 되는 건축물과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소치이다.

세 번째, 100년 정도의 변화에 대응하는 건축물을 만든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대해 유럽은 100년 이상 된 건축물이 많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충정아파트는 약 90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최근 기술의 변화주기는 지난 100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리 변화하고 있음은 일상생활에서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일상생활의 기본이 되는 주생활을 수용하는 공간으로서 본질은 크게 변화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개개인의 생활의 다양성·개성과 거주자의 변화 등 주택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성과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가변성이 있는 공간을 만들고, 설비노후화에 대비한 교체와 수리가 용이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장수명 주택에서는 미래 생활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도록 수명이 긴 구조체와 수명이 짧고 변화가 심한 설비·내장, 외장 등을 물리적으로 분리해 건설하는 방식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구조체만 그대로 두고 모든 것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미래에 대비한 배관이나 설비변화를 위한 여유를 두는 것도 가능하다. 어떻게 구성하는가에 따라 유행하는 디자인이나 재료변화를 적용할 수 있도록 외관의 변화도 가능하다. 다만, 현실화하는 주택은 경제성과 관련해 현재 상태에서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선택해 대응하는가에 달려있는 문제이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네 번째로, 내진이나 소음 등의 타 성능을 제외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장수명화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내진, 소음, 에너지 등의 모든 주택이 가져야 하는 성능의 기본은 건축법규와 주택법규의 규정을 따른다. 기본적으로 건축물이 가져야 하는 성능은 건축법규의 성능을 준수하고 장수명 주택의 성능을 추가로 조금 더 강화하는 방향에 대한 것이 장수명 주택이다. 제로에너지 주택이라면 다른 성능을 법 규정을 지키면서 에너지측면을 강화해 제로화한 주택으로 말하는 것과 같다. 최근에 법규가 강화돼 주택의 기본적인 성능이 이전보다 강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장수명 주택의 수준을 높이면 층간소음 성능은 기둥방식과 화장실 층상배관설비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으로 향상될 것으로 예측한다.

만물은 시간이 지배한다. 시간이 흐르면 사람의 생각과 생활이 변화하며, 공간의 사용도 변화하고, 설비나 내장도 성능이 저하하며 노후화한다. 이를 수용하기 위한 기반 위에서 성립하는 것이 장수명 주택이다. 장수명 주택에 대한 오해와 이해의 차이는 이러한 인식과 이념의 부족이나 차이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며,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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