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알파고 이후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증대됐으며, IBM의 인공지능 의사인 왓슨과 같이 여러 산업분야에서 인공지능의 적용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주택을 비롯한 건축분야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과 사물 인터넷(IoT)을 기반으로 스마트 홈, 스마트 빌딩, 스마트 시티 까지 확장된 다양한 기술들이 선보이고 있다. 인간 주변의 모든 사물들을 인터넷을 기반으로 서로 연결해 개별적으로 작용하던 것을 정보통신을 통해 사물들 간의 대화와 데이터를 교환할 수 있도록 통합화해 더 편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기술로 진화한 것이다. 이것은 건강, 환경, 산업, 자동차, 기상, 에너지, 건물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으며, 우리생활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아파트 분야에서도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아파트 분양광고에 ‘사이버아파트’‘인텔리전트아파트’라는 이름이 유행처럼 등장하던 키워드의 하나였다. 인터넷과 광케이블의 사용으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해짐으로써 생겨난 용어였다.

1999년에 정보통신부는 지식기반 국가건설을 위한 정보화 정책으로 ‘사이버 코리아 21’을 추진하고 일정기준 이상의 구내정보통신설비를 갖춘 공동주택 및 업무용건물을 대상으로 ‘초고속정보통신인증제도’를 시행해 인프라 정비를 촉진하고, 나아가 2007년부터 ‘홈 네트워크 건물인증제도’를 시행해 가정 내 네트워크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한 배관·배선, 장비설치 공간 등 통신 인프라를 인증하고 있다. 제도도입과 디지털 기기의 발전을 바탕으로 통신업체의 인터넷 보급 확산 전략과 건설업체의 분양 차별화 전략이라는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사이버 아파트가 점차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주택건설업체들은 초고속정보통신망을 기반으로 홈 네트워크, 홈 오토메이션 기기를 결합해 편리성, 안전성을 증대하고 사이버 커뮤니티의 구축 등을 제시하면서 아파트에 적용해 왔다.

한동안 이러한 수준으로 계속돼 오던 이 분야가 최근 재조명되고 있다. 알파고 열풍 이후 인공지능의 관심은 새로운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건축분야에서도 3D프린터, 사물인터넷, 음성인식, 안면 인식 기술, 첨단 IT장비 등의 발전된 기술의 융합은 피할 수 없는 분야가 되었다. 개별로 작동되던 각종 기기와 서비스가 인공지능형 통합제어를 바탕으로 지능형 서비스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것이다. 음성만으로 가스, 조명, 환기, 도어폰 등 각종 빌트인 기기 제어, 전기 가전기기 제어, 날씨, 뉴스, 길찾기 등 다양한 생활정보 제공, 쇼핑, 배달, 택배, 음악 등의 각종 생활서비스 제공, 안전과 재해대응, 건강지원을 위한 서비스, 출입의 편리성 등 생활을 위한 주변기기와 생활서비스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편리한 생활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원터치 제어하는 것이 현실화 됐다. 통신업체의 통신기술과 건설업체의 건설기술을 융합해 주택 전반에 걸친 생활환경 전반에 걸친 인공지능 서비스를 적용해 미래주택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주요 건설업체에서는 아파트에서 이 기술들을 접목해 분양한다고 하는 기사들을 내놓고 있다. 건설이라는 중후장대 산업의 하드웨어 기술만으로 차별화 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동차 산업과 같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가 더 이상 기계가 중심이 아니고 전자기기와 같이 변화했듯이 아파트도 더 이상 건축물과 공간으로만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 공간을 구성하는 구조에서 급배수·전기설비가 부가되고, 일차적인 통신설비가 부가돼 오던 것에서 정보통신 설비와 인공지능설비가 통합돼 시스템화 되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 당시 처음으로 통신요소기술을 아파트에 적용할 때만 해도 새로운 기술로 여겨지지 않았고,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지 않았다. 획일적인 아파트의 공간구성과 설비에 분양 차별화를 위한 그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지장 없는 작은 아이템으로 치부해 왔다. 그때부터 20년 정도 지난 지금에는 무서운 속도로 발전된 정보통신기술과 사물인터넷,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기술 까지 발전하면서 아파트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아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아이템의 하나로 성장했다. 이것은 개별 기기에서 건물이나 단지나 지역차원을 거쳐 도시로 전개되면서 스마트 홈, 스마트 빌딩, 스마트 시티로 확산되고 있다.

편리성은 한번 겪어보면 그 이하로 내려가는 것은 쉽지 않다. 많은 아이템을 갖춘다고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며, 모든 아이템을 다 사용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은 꼭 필요한 아이템 몇 가지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마치 TV에서 할 수 있는 수많은 아이템이 있고 리모컨에는 수많은 기능을 수행하는 버튼이 있지만 대부분은 사용하는 아이템에 국한돼 있는 것처럼, 스마트폰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이것저것 사용하다가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사용하는 아이템은 한정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반드시 중장비 아이템을 갖추는 것만이 좋은 아파트가 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기계나 전자시스템은 잘 작동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고장이 나거나 작동할 수 없으면 없는 것보다 못할 경우도 있다. 결국은 많은 시스템이 있다는 것은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그만큼 고장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고 비용이 수반된다는 사실이다. 물론 편리성 등의 대가로 지불되는 것으로 소위 말하는 가성비의 문제가 내재돼 있기도 하다.

항상 염두에 둬야 할 것은 기술의 발전에는 그에 필적하는 감성의 제공이 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거주자의 감성을 염두에 둔 기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자화 돼 가는 건축이라 하더라도 그 기본은 공간을 만드는 기술이다. 건축이 다른 산업과 다른 점이 바로 이 생활을 위한 공간에 있다. 건축공간이 우선돼 거주자의 안전과 쾌적성과 편리성, 건강성 등 인간생활의 기본 조건을 갖추고 난 다음 보조적으로 설비와 시스템이 덧붙여져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주거공간과 인간생활을 지원하는 도구로서 기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똑똑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똑똑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건축공간을 만드는 것과 조화 속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머리만 똑똑해서는 안 되며, 인간적인 감성과 건전하고 건강한 신체의 기반 위에서 똑똑함이 함께해야 하는 것이다. 첨단기술과 인간적인 감성을 갖출 수 있는 바람직한 건축의 균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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