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지난 10일 장수명 공동주택 기공식이 세종특별시 2-1생활권 M3블록에서 개최됐다. 지난해 12월 30일 착공해 2019년 3월 준공 예정이며, 국내에서 처음으로 10년 임대 후 분양으로 전환하는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는 것이다. 연구실증을 위해 건설하는 동은 2개동으로 1개층 당 전용면적 59㎡의 2호가 1개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4호 조합이며, 총 116세대다. 2개동 모두 기둥방식으로 1개동은 기둥과 보가 있는 라멘구조방식으로, 다른 1개동은 슬래브와 기둥으로 구성된 무량판구조로 각 58세대씩이다. 원래 이 단지는 2012년 사업승인을 받은 단지로 몇 차례의 사업승인 변경을 받은 곳이며, 평면과 구조를 변경해 2개동을 실증을 위한 시범 공동주택으로 설계 변경한 것이다.

장수명 주택은 주택법 제2조 제23호에서 ‘구조적으로 오랫동안 유지·관리될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추고, 입주자의 필요에 따라 내부구조를 쉽게 변경할 수 있는 가변성과 수리용이성 등이 우수한 주택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골격이 되는 구조체의 내구성을 바탕으로 우수한 공간의 가변성을 확보하고 전용설비나 내장의 유지관리를 쉽게 설계·건설함으로써 구조체를 유지하며 설비와 내장을 교체하면서 장기간 거주자 맞춤형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택이다. 건설 후 시간이 흐르면 건축물을 구성하는 구조체는 강도나 성능에 문제가 없지만 짧은 기간에 설비는 고장이 나고, 내장도 낡아져 수리가 필요하며, 방의 개수나 크기 등의 변화가 필요하게 마련이다. 이때 적은 비용으로 쉽게 고쳐 새집처럼 사용할 수 있고 가족수가 변화하거나 생활의 변화가 생길 때, 다른 사람이 이사 와도 쉽게 내부공간을 변경시켜 자신에게 맞는 집으로 고쳐서 새집처럼 살 수 있도록 미리 설계하고 시공해 두는 것이다. 수명이 긴 구조체부분과 전용설비나 내장과 같이 수명이 짧은 부분을 분리하는 것이다. 마치 자동차에서 수명이 짧은 부품이 고장 나면 후드를 열어 부품을 점검하고 교체해 새 차처럼 탈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의 개념이다.

지금까지 건설돼온 수많은 공동주택은 이러한 점이 소홀히 다뤄져 왔고, 수명이 짧은 전용설비를 철근리트 구조체 속에 매설하거나 온돌층 속에 묻어 처음에는 문제없이 깨끗하게 사용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녹물이 나오거나 고장이 났을 때 점검 등 고장부위를 찾기도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드는 문제점이 있었다. 또한, 공용설비는 일부가 전용부분에 위치해 있고, 윗집 화장실 오배수배관이 아랫집 화장실 천장 속에 있어서 관리도 어렵고 원하지 않는 설비소음에 시달릴 수도 있었다. 또한 세대 내부에 방을 구성하는 벽은 철근콘크리트 벽으로 구성돼 방의 크기를 조절하거나 개수를 증감시키는 것이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층간 소음도 미흡했다. 최근 필요에 따라 입주시에 세대의 일부를 임대할 수 있는 부분임대형(구부소유형)으로 한 사례들과, 방 일부분의 개수를 선택하는 소위 가변형아파트로 분양되고 있지만 통합과 분할이 입주시에 선택하는 경우로 한정되고 한 번 선택하면 살면서 다시 가변하기란 쉽지 않다. 1층에 필로티를 만들기 위해 1층과 2층 사이에 구조전환층을 두고, 지하는 일반적으로 설비 피트층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어 공간의 낭비가 초래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없애고, 장기간 거주해도 거주공간을 적은 비용으로 쉽게 조절해 맞춤형으로 할 수 있고, 설비가 고장 났을 경우도 적은 비용으로 쉽게 점검하고 교체할 수 있도록 해 거주자에게 살면서 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해 오래 사용해도 유지관리를 통해 새집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미리 생각해 설계·시공하도록 한 것이다.

이 단지의 시범 실증동은 장수명 주택 인증제도의 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일반등급’은 건설하지 않는다. 현재 1000세대 이상 건설하는 아파트 단지에 의무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은 ‘일반등급’으로 보통의 아파트 단지에 건설하는 공동주택보다는 우수하지만 본격적인 장수명 주택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한계점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본 단지에서 시범적으로 건설하는 1개동은 두 번째 등급인 ‘양호등급’을, 다른 1개동은 ‘우수등급’과 ‘최우수등급’을 적용한다. ‘양호등급’이상은 장수명 주택으로서 필요한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기 때문에 연구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여기에서 시범적으로 적용하는 내용에 대해 주요한 특징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짓고 있는 공동주택과 차이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구조체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철근콘크리트 구조체에서 철근의 피복두께를 증가시키고, 콘크리트의 품질을 향상시켰다. 둘째, 일반 아파트에서 사용하는 내력벽식구조방식이 아니라 기둥방식으로 무량판구조(양호등급 동)와 라멘구조방식(우수, 최우수등급 동)을 적용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층간소음을 줄일 수 있도록 고려했다. 셋째, 양호등급 동에서는 물을 사용하지 않는 방의 개수나 크기 조절을, 우수·최우수등급 동에서는 방의 개수 조절뿐만 아니라 현관이 분리된 부분임대형의 실현과 부엌이동의 가능성도 포함했다. 넷째, 물을 공급하는 설비와 전기공급설비 등은 2세대 중앙에 위치하는 공용설비공간에 집중시키고, 개별 세대 내에는 공급계통은 포함하지 않고, 배수계동의 공간만 위치시켜, 공용공간의 점검을 용이하게 했다. 아울러 세대내부로 분배하는 급수계통이나 전기계통은 구조체 속에 매설하지 않았고, 급수계통은 2중배관을 통해 화장실과 부엌으로 연결되도록 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 다섯째, 화장실 오배수 배관은 세대 내에서 쉽게 점검할 수 있도록 층상벽면배관방식을 적용해 아래층에 설비소음을 거의 전달되지 않도록 고려했다. 여섯째, 세대에서 지하공간까지 연결된 기둥방식을 적용함으로써, 별도의 구조 전환층 없이 1층에 필로티를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주동 바로 하부에 주차를 하거나 차량통로로 활용하도록 계획했다. 일곱째, 전용면적 59㎡이지만 남향의 4베이로 최근의 유행을 따랐다는 점이다. 여덟째, 일부세대에 한정돼 있지만 2중바닥과 건식온돌로 적용해 온돌의 건식화와 층간소음에 대한 검증도 시범적으로 실시한다. 이외에 탈부착가능한 건식외장도 검증하며, 여기서 검증하지 못하는 것은 홍보관을 6호 건설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자 한다.

시범적으로 건설하는 규모는 비록 2개동에 한정돼 있고, 적용하는 기술도 한정돼 있지만 개별 기관차원의 연구와 선행 장수명 연구단의 연구까지 합하면 3차례의 실험동(실물 Mock-up)을 건설하고 처음으로 실제 거주하는 주택을 건설하면서 초기 건축비와 기술과 제도를 검증하는 것이 목적이다. 본 실증동은 현재까지 초기 건축비가 지나치게 비싸서 장수명 주택을 건설할 수 없다는 건설업체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양호등급의 경우는 현재 일반적으로 짓고 있는 아파트 수준에서 건설가능하다는 점을 검증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며, 기술과 제도의 검증이 다음 목표다. 현재까지의 검토는 양호등급 3% 정도, 우수등급과 최우수 등급은 5~10% 정도 비용상승으로 가능하다는 잠정적인 결론이 도출된 상황이다. 본 실증이 성공하게 되면 그 결과는 가이드라인과 매뉴얼로 기술제공이 이뤄질 것이며, 정부의 인센티브와 결합해 보급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제공될 것이다. 현재도 공급자를 위한 용적률과 건폐율 인센티브가 우수, 최우수등급에 115/100까지 가능한 것으로 제도화돼 있다. 이 과제의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필자로서는 확대보급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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