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관 칼럼

최승관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최승관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수도권 소재 모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A씨로부터 한 통의 상담전화를 받게 됐다.

A관리소장이 근무하는 아파트는 입주 3년차가 지난 단지인데, 최근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1년 내지 3년차 하자처리에 관한 방도를 마련하라는 지시를 받고 처리방안을 고민하다가 필자에게 연락을 했다.

처음에는 건설사에 하자처리에 관한 협의를 요청했으나 건설사에서 하자처리에 관한 특별한 의견이 없었고, 부득이 건설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로 대표회의에서 의결을 받고 소송을 제기하려고 하니 여러 어려움에 부딪치게 됐다고 한다.

특히 하자소송을 제기하려고 하면 변호사 보수는 물론이고 인지대, 송달료와 법원 감정비용 등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데 이러한 비용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관리소장은 우선 장기수선충당금을 소송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그런데 주택법 제51조에서는 장기수선충당금의 사용은 장기수선계획에 따르되, 입주자 과반수의 서면동의가 있을 경우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의 분쟁조정 등을 위한 비용이나 감정을 실시하는 비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번엔 잡수입을 소송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관리규약을 열람했으나, 해당 아파트 소재지 공동주택 관리규약준칙은 입주자가 적립에 기여한 잡수입은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하게 하고, 입주자와 사용자가 함께 적립에 기여한 잡수입은 공동체 활성화에 필요한 비용 및 공동관리비 차감의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관리소장은 마지막으로 하자소송에 소요되는 제비용을 변호사에게 선부담시키고 사후에 판결금을 받아 변호사 보수와 소송 제반 비용을 상환하는 방식을 알아봤다고 한다.

건설사가 하자보수에 대한 의지가 없는 상태이므로 연차별 하자담보책임이 소멸하기 전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입주자들로부터 일일이 소송비용을 걷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변 단지 관리소장으로부터 ‘주택법에서 하자판결금은 하자보수의 용도로만 사용해야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니 잘 알아봐야 한다’는 취지의 충고를 받고 이른바 ‘멘붕’에 빠져버렸고, 그래서 결국 필자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전화를 걸게 됐다는 것이다.

필자는 주변 아파트 단지 관리소장의 충고는 주택법령의 구체적인 내용을 오해한 것이니 다음의 설명을 잘 들어보라 전했다.

인근 단지 관리소장은 주택법에서 입주자대표회의가 하자보증사로부터 받는 ‘하자보수보증금’의 용도를 입주자대표회의가 직접 하자를 보수하거나 제3자에게 보수하는데 사용하도록 하는 제한 규정을 두고 있을 뿐인데 건설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도 같은 제한이 있다고 오해한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하자소송’은 건설사에 대해 청구하는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를 말하는 것이고, 이러한 건설사에 대해 구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의 근거법은 주택법이 아닌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이므로 그 사용 용도는 주택법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집합건물법상의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은 오직 해당 아파트의 구분소유자만 청구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가 각 구분소유자들로부터 청구권을 양수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표회의는 소송이 끝나 판결금을 지급받으면 소송에 소요된 비용을 우선 정산하고, 공용부분 하자는 대표회의가 직접 업체를 선정해 하자를 보수하며 전유부분 하자는 구분소유자에게 보수비용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을 가장 일반적으로 택하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필자는 최근 아파트 하자소송 판결금 중 일부를 대표회의가 소송에 큰 기여를 한 대표회장과 관리소장에게 포상금으로 지급했다가 업무상 배임죄로 재판을 받게 된 사건이 있었는데, 1심과 2심은 유죄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례가 있다는 것까지 함께 설명해 줬다.

필자의 이러한 설명을 듣고 나서야 관리소장은 동대표들과 다음 절차를 논의할 수 있게 됐다며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사실 이러한 오해는 하자보수보증금의 사용 용도를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의 분쟁조정에 소요되는 비용 등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만약 그러한 용도 이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하게 할 경우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이 이뤄진 2013년 6월부터 이미 예정돼 있었다고 할 것이다.

국토부와 입법자가 현장의 이러한 오해까지 미리 고려해서 주택법을 개정한 것이 절대 아니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건설사와 보증사는 이러한 오해의 덕을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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