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는 빅데이터 기법에 의해 경기도 관내 공동주택의 관리비 부과 실태를 점검하고, 그 중 ‘관리비 위험군’을 선별해 24개 점검항목을 체크하는 방식의 관리비 일제점검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에 따라 현재 각 시·군에서 24개 체크리스트를 점검하는 방식의 1차 점검을 진행 중에 있으며, 1차 점검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될 경우 경기도에서 민간전문가와 함께 2차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과거 아파트 관리비 사건이 터질 때마다 관리 비리를 적발한다고 하면서 대규모 일제점검이 몇 차례 실시된 적은 있었지만, 매번 감사의 구체적인 원칙과 기준도 없이 전국적으로 몇 건의 비리 적발이라는 식의 이벤트성 실적 감사에 그쳐왔다.

이번 경기도 일제점검의 경우 일단 경기도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빅데이터에 기반해 점검 대상 단지를 선별하고, 24개 실태점검 체크리스트를 사전에 마련해 점검을 실시한다는 점에서는 과거보다 일보 진전된 기획이라고 평가한다.

더구나 필자가 경기도로부터 이번 관리비 일제점검의 민간전문가로 위촉까지 받았기 때문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이번 관리비 일제점검 체크리스트의 내용 중에서 일부 항목들은 관리비 실태 점검이 목적이 아닌 단지 실적채우기에 급급한 사항들이 포함돼 있어 빠른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이번 경기도의 일제점검이 발표되자 경기도 관내 일선 관리 현장에서는 경기도가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자율성을 침해하고 지나친 간섭을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필자가 그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이번 관리비 일제점검 사항을 살펴보고 다음과 같은 점에 대한 의견을 피력해 보고자 한다.

우선 일제점검 체크리스트에서는 ‘관리규약에 근거 없는 직원 포상금, 회식비 지급’이 3건 이상이면 비정상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관리규약에 근거 없이 포상금이나 회식비를 지급하는 것을 지적하기 전에 관계법령이나 관리규약이 어떠한지를 먼저 살피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즉, 현재 공동주택 관계 법령이나 관리규약에 관리직원의 포상금이나 회식비 지급 등에 관한 명문의 근거가 없음에도 일선 관리현장에서 이를 지급하고 있다면, 경기도가 먼저 국토부에 관련 법령의 개정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거나 관리규약준칙에 그 지출에 관한 근거 규정을 먼저 마련하고, 그 다음에 일선 현장에서 관리규약준칙에 맞게 관리규약을 개정하도록 지도하면서 개정된 규약에 맞춰 포상금이나 회식비를 지출하도록 감독하는 것이 합당한 일의 우선순위라고 생각한다.

‘고령자 용역원 2대보험 미정산’이나 ‘1년 미만 퇴직자에 대한 연차수당이나 퇴직금 미정산’도 역시 같은 의견이다.

경기도에서 1년 미만 퇴직자에 대한 퇴직금 미정산 항목을 체크리스트에 반영한 것은 최근 대법원에서 1년 미만 퇴직자의 경우 관리업체가 미지급한 퇴직금을 입주자대표회의에 반환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 선고 이전에 기존 하급심 법원의 주류적인 판결은 미지급 퇴직금이나 국민연금에 대한 정산을 인정하지 않는 추세였고, 이번 대법원 판결의 원심 판결도 미지급 퇴직금의 반환을 인정하지 않는 취지였다.

즉, 일선 관리현장에서는 아직 1년 미만 퇴직자의 퇴직금이나 국민연금 미납자의 납부금을 다시 반환받아야 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전무한 실정이고, 그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된 바가 없어 법원의 판결도 계속 바뀌어 왔는데, 갑자기 이번 일제점검에서 1년 미만 퇴직자나 국민연금 미납분을 반환을 점검의 기준으로 제시한 것은 지나치게 성급한 결정이며 관리 현장의 고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정이라 할 것이다.

우선 경기도 공동주택 관리규약준칙에서 예시하고 있는 ‘공동주택 위·수탁 관리 계약서’에 이미 지급한 퇴직금이나 국민연금을 실제 지급하지 않을 경우 이를 반환할 것인지 여부에 관한 명확한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향후 관리현장에서 이러한 계약에 따르고 있는지 여부를 점검해도 늦지 않는 것이다.

그밖에 ‘수선유지비 또는 장기수선충당금의 사용’이나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 사용’과 같이 현재 실무에서 각 금원의 지급용도가 모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항도 경기도가 먼저 각 금원의 사용 용도를 관리규약준칙에서 좀 더 상세하게 규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경기도가 실시하는 이번 관리비 일제점검이 단지 관리비리 적발 실적을 뽐내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선 관리현장에서 관리비가 좀 더 올바르게 부과되고 지출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시하기 위한 것인지 여부를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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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산하
최승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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