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4일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서 매년 1회 이상 회계감사를 받도록 주택법이 개정된 이후 처음 실시된 외부회계감사에 대한 감사결과가 발표됐다.

회계감사를 주도한 국무조정실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의 감사대상 아파트 9009개 단지 중에서 8319개 단지가 회계감사를 실시했고, 그 중 19.4%에 이르는 1610개 단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주요 이유를 살펴보면, 현금흐름표 미작성이 가장 많았고, 그 이외에 회계자료 누락하거나 승강기 유지비를 수선비로 계상하는 등의 회계처리 부적정, 장기수선충당금의 과소·과대 적립 및 목적외 사용, 잡수입 관리대장 누락이나 수익사업에 대한 납세의무 미이행 등의 순으로 위반사례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회계감사 결과 발표와 더불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공동주택 합동감사 결과와 경찰의 공동주택 관리비리 특별단속 결과도 함께 발표됐다.

지방자치단체의 합동감사에서는 전국 429개 단지를 점검해 312개 단지에서 총 1255건의 비위 또는 부적정 사례가 적발됐고, 경찰의 특별단속에서도 입주자대표회장과 동대표 및 관리소장 등의 관리비 횡령 및 금품수수 등의 비리가 적발됐다는 소식이다.

외부회계감사 제도를 통해서 공동주택 관리비에 대한 회계처리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회계감사에서 지적된 부적정 사례를 전국 아파트에 널리 알려 하루 속히 개선이 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에 대한 대책이 단지 앞으로 감사의 횟수와 수사의 강도를 늘리고, 그에 따른 처벌의 수위를 높이는 것만으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합동감사에서 지적하는 부조리 사례들은 고의적이고 계획된 비리라기보다는 행위자인 동대표나 관리주체가 관련 법령이나 규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볼 만한 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필자가 겪어본 바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아파트의 동대표들은 장기수선충당금과 수선유지비의 사용용도를 구분하지 못하거나, 사업자 선정지침의 구체적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등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전문적인 식견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더구나 청·장년층 입주자들의 경우는 생업에 종사하기 바빠 아파트 관리업무에 관심을 갖기 어렵고, 막상 동대표를 해보기 위해 일부 억척스런 입주민들의 등쌀에 몇 달 하다가 그만두는 일이 태반이다.

거기에 더해 주택법령과 관리규약은 하루가 멀다 하고 변경이 이뤄지니 도대체 뭐가 옳고 뭐가 그른 것인지 도무지 알 도리가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왜 동대표들과 관리소장들은 법과 규약을 준수하지 않는가’라고 타박만 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언론에서 말하는 이른바 ‘아파트 비리’라는 것을 없애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그 해답을 엄격한 처벌이 아닌 관심과 지원에서 찾아야 하고, 그 관심의 지원의 핵심이 바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과 지원을 위해서는 현행 법령을 정비하고 예산과 인원을 충원하는 것이 당연히 수반돼야 한다.

현재 주택법령에서는 시장·군수·구청장들에게 1년에 불과 4시간의 윤리 및 운영교육을 받을 의무만을 부과하고 있고, 그나마 이 4시간의 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동대표직을 유지하는데 어떠한 지장도 초래하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현재 자치단체에서 실시하는 운영교육의 실태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오직 4시간을 채우는 것이 목적인 그야말로 형식에 불과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과연 4시간 교육만으로 관련 내용을 숙지할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참고로 서울시와 경기 부천시, 성남시, 안양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법령에서 정한 4시간의 운영교육과는 별도로 ‘아파트관리 주민학교’ 또는 ‘공동주택 아카데미’와 같은 공동주택 관계자 교육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장기수선계획 수립이나 공동체 활성화 방안, 공동주택 관계법령 해설 등 공동주택 관리에 필수적인 사항을 주제로 전문가의 수준 높은 강의가 이뤄지다보니 지역 내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국토부나 다른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우수사례를 참고해서 내실 있는 동대표 교육이 이뤄지도록 노력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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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산하
최승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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