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에게 복잡할 수 있는 아파트 전기요금 계약 방식
불필요한 오해 없도록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아파트관리신문=김선형 기자] 공동주택 입주민 A씨는 요즘 전기세가 너무 많이 나오는 것 같아 누전 여부를 확인하다 깜짝 놀랐다. 아파트앱으로 확인한 세대별 전기료와 한전앱으로 확인한 전기료가 달랐기 때문이다. 한전에 문의해 보니 A씨가 거주하는 아파트는 한전과 단일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고압요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관리사무소에 전화해보니 세대에 저압요금을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집에는 비싼 저압요금을 받고 한전에는 값싼 고압요금을 내고 있다고?’

언론에서만 보던 아파트 관리비 비리를 적발했다고 생각한 A씨는 곧바로 입주민 단톡방에 해당 사실을 제보했다.

쉽게 확인 가능한 전기요금
부정 끼어들 여지 적어

아파트 관리비는 K-apt 사이트에도 공개돼 있고 관리비 부과 내역서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전기요금의 경우 사용량이 명확하게 기록으로 남고 한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입주민이 걱정하는 부정이 끼어들기 힘들다. 그러나 각 세대에 부과되는 전기요금은 각 아파트에 따라 부과 방식이 다르고 산정방식도 평소에 아파트 관리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던 입주민이 보기에는 복잡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특히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생활비 절약을 위해 아파트 관리비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고 4월 총선 이후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입주민이 아파트 전기요금에 대해 문의하면 관리주체는 물론 입대의도 오해의 소지가 없이 설명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우선 전기공급방식을 살펴보면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할 때 전압은 1~2만V 정도다. 그리고 전력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변전소에서 345kV 또는 765kV의 초고압 전기로 바꿔 지역으로 공급한다. 도시에 도착한 전기는 변전소에서 22.9kV로 전압이 낮아진 채로 일반 주택에 전달되는데 주택에서 사용하기 전 전봇대에 설치된 한전의 주상변압기를 통해 220V로 변압된다. 이를 주택용 저압전기라 부른다. 주택용 저압전기는 변압기를 한전에서 설치하고 운영 및 유지 보수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

반면 아파트는 22.9kV의 전기를 받아 아파트 전기실 수변전 시설을 통해 220V로 바꿔서 각 세대에 공급한다. 변압기를 아파트에서 관리하고 한전은 변압기 설치, 유지 보수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아파트는 단지 전체가 사용한 총 전기료를 한전에 납부한 뒤 납부한 금액을 세대수만큼 나눠서 각 세대에 고지한다. 한전과 어떤 전기 공급 계약을 맺는가에 따라 아파트가 납부해야 할 총 전기료가 달라지는데 현재는 종합계약과 단일계약, 호별계약 등 3가지 방식이 있으나 호별계약은 거의 활용되지 않는다. 

공용부분 전기 사용량 따라
계약에 따른 유불리 달라져

과거에는 아파트에도 주택용 저압요금이 적용됐다. 그러나 한전이 아파트에 전기를 고압으로 공급하면서도 비싼 주택용 저압요금을 받는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이에 2002년 산업자원부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및 아파트 전기요금제도를 변경하면서 종합계약(가), 종합계약(나), 단일계약 방식의 요금제도를 만들었고 2005년부터는 종합계약과 단일계약 방식 2개로 축소했다.

종합계약은 세대별 사용량에는 주택용 저압요금을 적용하고 공용전기료는 주택용 고압요금보다 더 저렴한 일반용 고압요금을 적용한다. 주상복합 등 공용부분이 많거나 입주 초기라서 전체 전기 사용량 중 공용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면 전기료 절감 효과가 있다. 

단일계약은 세대별 사용량과 공용전기료 모두에 주택용 고압요금을 적용한다. 공용부분 사용량 비중이 적을 때 유리하다. 

통상적으로는 단일계약 아파트의 비율이 높다. 소비자원이 2017년 서울 지역 아파트 112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1곳은 단일계약을 나머지 31곳은 종합계약을 체결하고 있었다. 종합계약을 체결한 31곳의 아파트 중 17개 아파트는 계약 방식을 단일계약으로 변경하면 전기요금이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는 일반적인 추세를 살핀 것이고 각 아파트의 사정에 따라 계약에 따른 유불리가 달라진다. 한전과 아파트의 전기계약은 1년 단위로 이뤄지므로 계약 방식을 바꾸고 싶다면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며 한전 사이버 지점에서 요금 비교도 가능하다.

계약방식 변경 등 전에는
충분한 검토와 설득 있어야

한전과 단일계약을 체결한 아파트는 전기를 절약하는 세대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각 세대에 부과되는 전기요금은 세대의 개별 전기사용료와 공용전기료를 합산해서 부과한다. 그러나 단일계약은 공용전기료에 일반용 고압요금보다 비싼 주택용 고압요금이 적용돼서 개별 세대 입장에서는 전기 절약의 효과를 못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몇몇 아파트에서는 아파트 전체 전기요금이 적게 나오는 단일계약을 한전과 체결한 후 아파트 전체 전기요금을 입주민에게 나눠서 부과할 때는 종합계약 방식에 따른 계산식을 적용해 고지하기도 한다. 입주민 모두가 사용하는 공용전기료를 낮추고, 아파트 전체 전기료 절감에 기여한 전기 절약 세대가 혜택을 받게 하자는 취지다. 단, 이 경우 전기 사용량이 많은 세대가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처음 소개한 사례가 이런 경우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2021년 각각의 사건에 대해 2개의 다른 판결을 내놨다.

2021년 4월에 있었던 첫 번째 판결에서 대법원은 “전용부분 전기사용량에 주택용 저압요금단가를 적용해 세대별 부담액을 과다징수 한 후 잉여금을 전용부분 전기사용량에 대한 납부대행액과는 목적, 성격, 관리책임주체, 비용부담재원이 다른 공용부분 전기사용량에 대한 납부대행액에 충당했다”며 “입주민은 관리규약에 따른 정당한 부담액을 초과해 전기료를 부담함으로써 손해를 입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시했다.

반면 같은 해 6월에 있었던 두 번째 판결에서 대법원은 “입대의가 전용부분과 공용부분 전기료를 산정하는 것은 단일계약방식을 선택해 절감된 이득을 입주자 등에게 배분하는 방법의 문제”라며 “특정한 방법만이 정당하고 나머지 방법을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최승관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전기요금의 경우 각 아파트마다 처한 사정이 다르기에 계약방식 변경을 통해 전기요금을 절감하고자 한다면 1년 단위로 계절별 사용량, 공용부분 사용량, 전기요금 절감 방안 등을 꾸준히 모니터링을 하면서 유불리를 파악하고 이에 대해 입주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단, 전기요금 계약 방식이나 전기요금 세대별 배분 방식을 아파트 관리규약에 규정해 둔다면 법적 안전성은 강하게 보호되겠으나 상황에 따른 운영의 탄력성이 저해될 수 있어 이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고 선택한 방식에 따라 정확하게 전기요금을 부과하고 잉여나 부족이 생기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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