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대법원 “절감 이득 배분 문제···위법 아냐”

‘부당이득’ 인정 판례도 있어
관리 현장 혼란 가중

전력량계 <아파트관리신문DB>

한국전력과 단일계약방식의 전기사용계약을 체결했음에도 세대별 전기료 부과 시 종합계약방식으로 산정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게 입주민이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대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 판결이 나온지 불과 2개월 전 대법원에서 다른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게는 부당이득금 지급 주문을 한 바 있어 전기료 부과방식을 둘러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대구 수성구 A아파트 입주민 B씨가 “한전과 단일계약방식의 전기사용계약을 체결했음에도 세대별 전기요금 배분 방식을 종합계약방식으로 산정해 전기료를 과다 징수했다”며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B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과 같이 B씨의 상고를 지난 6월 기각했다.

한전이 아파트에 전기를 공급하고 전기요금을 계산·부과하는 방식은 단일계약방식과 종합계약방식이 있다. 단일계약방식은 세대별 사용량 및 공동설비 사용량을 포함한 전체 사용량을 세대수로 나눠 평균사용량을 산출하고 이에 대한 기본요금 및 전력량 요금에 세대수를 곱한 후 주택용 고압요금단가를 적용해 전체기본요금 및 전력량 요금으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종합계약방식은 세대별 사용량은 주택용 저압요금 단가를 적용하고 공동설비 사용량은 일반용 고압요금 단가를 적용해 요금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 아파트는 종합계약방식으로 전기를 공급받아 오다가 2007년 단일계약방식으로 변경했는데, 대표회의는 그 이후에도 입주자들에게 종합계약방식에 의한 주택용 저압요금 단가에 따라 산정된 전기요금을 세대별 전기요금으로 부과, 징수했다.

개별세대 전기요금 부과 시 종합계약방식에 의할 경우 세대전기료는 많아지지만 공동전기사용량에 대한 전기요금 부담액이 적어져 상대적으로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세대가 공동전기요금을 많이 부담하게 되는 반면 단일계약방식의 경우 세대전기료는 적게 부과되지만 공동전기료가 많아져 전기사용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세대가 공동전기요금을 많이 부담하게 된다.

이 아파트에 따르면 단일계약방식 적용 시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세대는 대표회의가 한전에 납부하는 전체 전기료 절감에 기여하게 되고 전체 전기요금을 세대별로 배분함에 있어 세대별 전기요금 산정에 주택용 저압요금 단가를 적용할 경우 공동전기료 비중이 낮아져 전기료 절감 혜택이 전체 세대에 고루 돌아가게 되지만 주택용 고압요금 단가를 적용할 경우 공동전기료 비중이 높아져 전기사용량이 적은 세대들은 전기요금 절감에 기여했음에도 전기료 부담이 가중된다. 반면, 전기사용량이 많은 세대들은 전기료 부담이 감소하게 돼 대표회의는 불합리한 결과를 피하고자 주택용 저압요금 단가에 따라 세대별 전기료를 산정해 왔다.

이에 입주민 B씨는 “의결이나 입주자 과반수 찬성 없이 한전과 체결한 계약방식인 단일계약방식이 아닌 종합계약방식으로 전기사용료를 징수해 전기사용료 차액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면서 대표회의에 부당이득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1심,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B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입주자 등과 피고는 아파트 전체에 부과된 전기료를 세대별로 나누는 방법을 정하지 않았는데 관리규약에는 ‘세대전기료의 경우 월간 세대별 사용량을 한국전력공사의 전기공급약관에 따라 산정한다’고 돼 있을 뿐 전용부분 전기료를 산정하는 단가나 공용부분 전기사용료를 산정하는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단일계약방식에서 전용부분 전기료를 주택용 저압요금 단가로 산정하면 그보다 낮은 주택용 고압요금 단가로 산정하는 경우에 비해 공용부분 전기료 비중이 낮아져 전기료 절감 혜택이 전체 세대에 골고루 돌아간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가 전용부분과 공용부분 전기료를 산정한 것은 단일계약방식을 선택해 절감된 이득을 입주자 등에게 배분하는 방법의 문제이고 특정한 방법만이 정당하고 나머지 방법을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앞서 2심 재판부인 대구지방법원은 “피고가 전기차감적립금을 운영하면서 계약변경 이후 2012년 11월까지 한전으로부터 부과 받아 납부한 전기요금과 이를 납부하기 위해 각 세대로부터 징수한 전기요금 사이에 차액이 발생한 경우 전기차감적립금에 적립시키거나 차감했는데 같은 달 전기차감적립금을 각 세대별로 환급했고 원고에게도 그 금액을 송금해 이를 모두 입주자들을 위해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A아파트 잉여금 ‘세대 환급’
C아파트는 ‘공동전기료 납부’

반면, 한전 계약과 다른 방식으로 세대별 전기료를 부과해 공동전기료로 납부한 대표회의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판례도 있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대전 유성구 C아파트 입주민 D씨 등이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2심 판결을 뒤집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한다”는 사실상 원고 승소 취지의 판결을 지난 4월 내린 바 있다. 환송 판결은 지난 6월 화해권고결정으로 결론이 났다.

C아파트는 종합계약방식으로 전기를 공급받아오다가 2002년 7월 단일계약방식으로 변경해 한국전력과 전기사용계약을 체결했는데, 대표회의는 계약일 무렵부터 2014년 7월까지 세대별 전기료는 주택용 저압요금단가를 적용해 각 세대별로 징수하고 공동전기료는 승강기전기료만을 동별로 구분해 승강기 사용 세대수에 따라 배분·징수했다.

대표회의는 주택용 저압단가를 적용해 발생하는 잉여금으로 공동전기료를 납부했고 남은 금액은 가수금 전액명세서에 ‘전기료 차액분’으로 명시해 가수금으로 관리했다. 또 한전이 부과한 전기료보다 세대 부과 전기료가 적은 경우 가수금으로 충당했다.

입주민 D씨는 “세대별 전기료에 주택용 저압요금단가를 적용해 초과 징수한 후 초과 징수된 금액을 공동전기료로 충당함으로써 주택용 고압요금단가를 적용할 때 세대별 전기료 차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게 했다”며 입주자대표회의에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1심과 2심 재판부는 세대별 전기료 부과방법을 정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D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주택용 저압요금단가를 적용해 세대별 부담액을 과다징수한 후 그 잉여금을 공용부분 전기사용량에 대한 납부대행액에 충당했고 이로 인해 원고들은 관리규약에 따른 정당한 부담액을 초과해 전기료를 부담함으로써 손해를 입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면서 2심 법원에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할 것을 주문했다.

A아파트 사건을 담당한 대법관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대법관이고 C아파트 사건을 담당한 대법관은 주심(박상옥 대법관)을 제외하면 A아파트와 같다.

그렇다면 관리규약에 세대별 전기료 부과방법이 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대별 전기료를 한전과 계약한 단일계약방식과 달리 주택용 저압요금단가를 적용해 입주민들에게 징수한 두 아파트는 어떤 이유에서 2개월 만에 다른 판결을 받게 됐을까.

우선 A아파트의 경우 한전으로부터 부과 받아 납부한 전기요금과 각 세대로부터 징수한 전기요금 사이에 차액이 발생할 경우 적립 또는 차감하는 ‘전기차감적립금’을 운영하면서 같은 달 각 세대별로 환급했다.

이와 달리 C아파트는 주택용 저압요금 단가를 적용해 발생하는 잉여금으로 공동전기료를 납부하고 남은 금액은 가수금으로 관리하면서 한전이 부과한 전기료보다 세대 부과 전기료가 적은 경우 충당했다.

구 주택법령에 따르면 관리주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용부분 전기사용량에 대한 납부대행액과 공용부분 전기사용량에 대한 납부대행액을 구분해 각 납부대행액을 용도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

C아파트 사건에서 대법원은 구 주택법령을 근거로 “세대별 부담액을 산정·징수함에 있어 한전으로부터 부과 받은 금액을 단일계약방식의 계산방법으로 역산해 공용부분 전기사용량에 대한 납부대행액과 전용부분 전기사용량에 대한 납부대행액을 구분해 전자는 주택공급면적에 따라 배분하고 후자는 한전의 전기공급약관에 따라 사정한 세대별 사용량 등을 기준으로 세대별 합리적인 단가를 적용해 배분해야 한다”면서 C아파트가 ‘주택용 저압요금단가를 적용해 세대별부담액을 과다징수한 후 잉여금을 전용부분 전기사용량에 대한 납부대행액과는 목적 및 성격, 관리책임주체와 비용부담재원을 달리하는 공용부분 전기사용량에 대한 납부대행액에 충당’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두 판결 모두 아파트 관리현장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부대표변호사는 각 세대에 잉여금 환급 등 두 사례의 차이를 강조하면서도 “A아파트는 물론 C아파트 판결에서도 관리규약에 세대별 전기료 부과방식을 한전 계약방식과 다르게 정했으면 적법한 것인지 여부를 여전히 알 수 없다”며 “C아파트의 경우 함부로 잉여금을 만들어 입주민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것에 대해 ‘정해진 용도가 아닌 비용을 부과·징수를 해서는 안 된다’는데 경종을 울렸다면, A아파트에 대한 판단은 별다른 고민 없이 이뤄진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로 현장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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