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의 자체 준칙 제정에 국토부 “법률 우위·유보 원칙 위반”
서울시 “권한도 없고 내용도 위법” 철회 및 이행계획서 제출 요구
관리규약 개정해야 하는 현장에선 “어느 준칙 참조해야 하나” 혼란

[아파트관리신문=김선형 기자] 기초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제정된 마포구의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에 상급 지자체인 서울시와 공동주택관리법령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마포구와 서울시 및 국토교통부가 의견 대립을 보이는 가운데 현재 관리규약 개정을 준비하고 있는 단지들은 혼란에 빠졌다.

대단지 비리 근절 이유로
마포구 자체 준칙 제정

마포구는 지난해 10월 24일 ‘마포구 관리규약 준칙’을 제정했다. 관내 단지에는 제정된 준칙에 맞춰 각 단지의 관리규약을 개정해 줄 것을 공문 등으로 요청했다. 

구는 “자치구마다 공동주택의 특성이 달라 서울시 준칙을 마포구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고 준칙 제정 이유를 밝혔다. 

마포구의 경우 자체 감사 결과 1000세대가 넘는 몇몇 대단지에서 동대표가 편법을 통해 장기 집권하며 장기수선충당금을 소진하고 입주자등의 동의 없이 장충금 징수액을 징수하거나, 고액의 소송 비용을 장충금과 관리비로 충당하는 사례들이 다수 발견됐다는 것이다.

마포구 윤호중 도시환경국장은 “장충금을 허위로 사용하고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새로운 사람들이 입대의에 진입하는 것을 막고 있는 단지가 있다”며 “감사로 이를 지적하고 아파트 게시판에 공개해도 게시판 자체가 눈에 잘 띄지 않아 보지 못하는 입주민분도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이에 마포구가 제정한 관리규약 준칙에는 ▲1000세대 이상 공동주택 입대의 회장 중임금지 ▲1000세대 이상 공동주택 동대표 1회만 중임 가능 ▲입대의 또는 선관위 운영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을 때 지자체장이 단지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입대의, 선관위, 관리사무소의 정치적 행위 금지 ▲전자투표 방식 우선 채택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면서 마포구 관리규약 준칙을 기준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단지에는 지원 사업 선정 시 가점을 부여해 우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동대표 중임 제한에 대해
국토부 “위법성 소지 있어”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마포구 관리규약 준칙에 공동주택관리법령과 다른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입대의 회장은 동대표 중에 선출토록 하고 있다. 동대표는 1회 중임할 수 있다. 그러나 동대표 후보가 없고 몇몇 요건을 갖추면 다시 동대표에 선출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마포구 관리규약 준칙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0세대 이상의 동대표는 한 차례만 중임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는 “일부 단지에서 오랫동안 입대의를 운영하면서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그 단지에 한해 법령에 따라 바로잡아야지 모든 입대의를 비리의 온상처럼 몰아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며 “동대표 중임 등의 사항은 시행령에 명시돼 있음에도 이를 준칙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은 관리규약 준칙이 법령을 위반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아파트들이 지금도 동대표를 구하지 못해 어려워하고 있는데 여기서 더 제한을 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 또한 서울시 문의에 대한 답변 공문에서 “공동주택관리법령의 위임 없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국민의 자유와 재산을 침해하는 행정작용은 법률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되며, 상위법령의 내용과 충돌되는 규정은 ‘행정은 법률을 위반해선 안 된다’는 법률우위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답했다. 

“구청장은 준칙 제정권자 아냐”
서울시, 마포구 준칙 철회 요구

보다 근본적으로 논란에 불을 당긴 부분은 ‘마포구청장이 관리규약 준칙을 제정할 권한이 있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공동주택관리법 제18조 제1항에 따르면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도지사 또는 특별자치도지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동주택의 관리 또는 사용에 관해 준거가 되는 관리규약 준칙을 제정해야 한다”며 “이 규정에 따라 관리규약 준칙의 제정 권한은 시·도지사에게 명시적으로 부여돼 있고 시장·군수·구청장은 준칙의 제정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마포구의 준칙 제정에 대해 살펴본 결과 권한 없는 준칙 제정이라는 점과 준칙 내용에도 위법성이 발견돼 3회에 걸쳐 관리규약 준칙의 철회와 이에 대한 이행계획서 제출을 요구했으며 이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마포구 윤호중 도시환경국장은 “자치구청장이 관리규약을 제정할 수 없다면 구가 만든 규약은 그 제정의 차원을 넘어 입주민들에게 알권리를 주기 위해 만든 하나의 홍보 계도물로 볼 수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서울시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계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관리규약 준칙은 강제성이 없고 어디까지나 아파트 입주민등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구에서 만든 이번 준칙은 구의 그동안 감사 사례들을 토대로 공동주택에서 많이 발생하는 문제의 해법을 제시한 것이지 결코 행정력을 동원해 강제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라며 “관련해서 국토부나 서울시 등에 법령 개정과 조례 제정 등을 건의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마포구? 
현장은 관리규약 개정 혼란

서울시와 마포구가 마포구의 관리규약 준칙을 두고 대립하는 가운데 관리규약을 개정하고자 하는 단지의 관리사무소장들은 어느 준칙을 참조해야 하는지 고심하고 있다.

서울시 준칙을 따라 관리규약을 개정했다는 한 관리사무소장은 “마포구가 제정했다는 준칙을 검토해 보고 취지 등에는 수긍이 가는 면도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마포구가 준칙 제정 권한이 있는지도 의아하고 후에 법적인 문제도 생길 것 같아 서울시 준칙을 참조해 단지 관리규약을 개정했다”고 말했다.

마포구 준칙을 따라 관리규약을 개정했다는 다른 관리사무소장은 “공문이 와서 기계적으로 관리규약을 개정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진 못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리사무소장은 “마포구와 서울시 준칙을 두고 고민하긴 했지만, 1차적 관할 지자체가 마포구기도 하고, 혹시 따르지 않으면 후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지 않겠냐는 마음에 마포구 준칙을 참조했다”고 말했다.

이번 마포구 관리규약 준칙에 대해 지난해 제정 당시부터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장정희 마포구의원은 “감사 등으로 특정 단지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 특정 단지를 대상으로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면 되는 것이지 법적으로 위임된 권한을 넘어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구에서는 강제성이 없다고 하나 명시적으로 관리규약 준칙을 반영한 단지에는 지원금 선정 시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한 것은 사실상 준칙을 강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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