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 기획 시리즈 - 관리 현장 옭아매는 사업자 선정지침 2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 [별표 4]의 비고. 8개로 구분되는 기업신용평가등급 중 5번째에 해당하는 회사채에 대한 신용평가 등급 BB+, BB0에 준하는 등급의 배점과 최상위에 해당하는 회사채에 대한 신용평가 등급 AAA에 준하는 등급의 배점이 똑같이 만점이다.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 [별표 4]의 비고. 8개로 구분되는 기업신용평가등급 중 5번째에 해당하는 회사채에 대한 신용평가 등급 BB+, BB0에 준하는 등급의 배점과 최상위에 해당하는 회사채에 대한 신용평가 등급 AAA에 준하는 등급의 배점이 똑같이 만점이다. 또한 관리 실적의 만점 기준은 5개 단지 상한으로 제한돼 있어 웬만한 신규, 영세업체도 만점 기준을 충족할 수 있어 변별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관리신문=고현우 기자] 본지는 지난호에서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이하 선정지침)의 제정 및 변천 과정을 살펴본 바 있다. 취재 과정에서 공동주택관리 관계자들은 ‘선정지침은 그 시작부터 현재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한준 전 한국주택관리협회 회장은 “선정지침 도입 전 한주협에서는 ‘공동주택관리는 사적 자치의 영역임에도 정부에서 이에 개입해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회장으로서 이와 같은 의견을 국토교통부 등에 피력했으나 아파트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이 완강해 결국 해당 의견이 관철되지 않았다”며 “결국 선정지침이 도입됐으나 공동주택관리 관련 비리는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주택관리업은 퇴보하고 입주민들의 선택권은 보장되지 않는 등 부작용이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이러한 선정지침은 폐지되거나 모든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악평을 받는 선정지침은 어떤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을까.

왜 위탁관리수수료만? 선정지침의 기형적 구조

2010년 시행된 선정지침은 경쟁입찰 방법을 도입하면서 낙찰 방법을 최저낙찰제로 강제했다. 그것만으로 문제가 많았지만 더욱 문제가 된 것은 업체들이 ‘위탁관리수수료’를 두고 서로 경쟁하도록 하면서 최저낙찰제가 ‘최저가격낙찰제’가 아닌 ‘최저이윤낙찰제’로 운용됐다는 점이다.

기업이 시장에서 가격을 결정할 때는 비용에 이윤을 붙여서 결정한다. 위탁관리수수료는 회계용어로 표현한다면 매출이익에 해당한다. 아파트의 관리업무를 대행하는 전체 용역비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인건비를 제외한 순수익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단지는 위탁관리인 경우에도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인건비를 입대의가 직접 지급한다. 결국 업체의 수익은 위탁관리수수료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위탁관리수수료는 본사 운영비와 임직원들의 인건비, 인력 채용, 관리종사자 교육 비용 등으로 사용된다. 이를 제외하고 남는 금액이 관리업체의 영업이익이 된다. 이러한 위탁관리수수료를 최저로 입찰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위탁관리업은 성장할 기회를 박탈당했다.

최저낙찰제는 정부가 내세웠던 관리비 절감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따르면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의 평균 공용관리비는 ㎡당 1319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평균 위탁관리수수료는 ㎡당 약 7원으로 공용관리비에서 위탁관리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0.5%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위탁관리수수료는 관리비 절감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선정지침은 일반관리비를 제외하고 위탁관리수수료만을 최저낙찰제 적용 대상으로 하도록 했다.

물론 선정지침 개정으로 2013년 7월 1일부터 위탁관리수수료와 더불어 도급용역비 총액 입찰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3년간 이어져 왔던 선정지침의 최저낙찰제로 인해 위탁관리수수료의 최저가 입찰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관리 노병용 회장은 “위탁관리계약에 있어 ‘가격’이라는 것은 용역비 전체를 의미함에도 개정 이전 선정지침의 최저낙찰제는 용역비의 극히 일부인 위탁관리수수료만을 최저가격의 적용 대상으로 정했는데 이는 다른 업종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기형적인 구조”라며 “선정지침이 마련된 취지는 주택관리업자 선정 과정에서의 비리를 막고 우수한 사업자가 선정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선정지침은 주택관리업자가 본사를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재원인 위탁관리수수료를 최저가격으로 입찰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오히려 우수한 사업자에게 불리한 규정으로 변모했다”고 전했다.

이어 “결국 선정지침으로 인해 일부 업체는 주택관리업자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본사 인력 유지도 힘들어졌고 존속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관리 서비스의 질은 저하됐으며 주택관리업계의 건전한 발전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제정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며 “또한 일부 업체는 이익 보전을 위해 관리사무소장 채용 시 뒷돈을 요구한다고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채용된 주택관리사는 금전적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자신이 근무하는 아파트의 공사 업체 선정 과정에서 이윤을 챙길 개연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아파트 비리 척결을 위해 마련된 선정지침은 오히려 비리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불러왔다”고 덧붙였다.

적격심사제가 무슨 소용? 부족한 변별력

선정지침이 제정된 2010년에는 최저낙찰제만 선택할 수 있었으나 이로 인한 부작용을 인지한 국토부는 2013년 7월 1일부터 적격심사제를 도입해 입주민들의 선택지를 확대했다. 그러나 적격심사제 역시 최저낙찰제와 비슷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 이유로는 적격심사제 표준평가표의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꼽혔다.

표준평가표의 평가항목은 기업 신뢰도(30점), 업무 수행 능력(30점), 사업 제안(10점), 입찰가격(30점) 총 4개로 나뉜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기업 신뢰도의 평가 내용은 신용평가 등급과 행정처분 건수/관리세대수로 나뉜다. 이 중 신용평가 등급(15점)의 배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8개로 구분되는 기업신용평가등급 중 5번째에 해당하는 회사채에 대한 신용평가 등급 BB+, BB0에 준하는 등급의 배점과 최상위에 해당하는 회사채에 대한 신용평가 등급 AAA에 준하는 등급의 배점이 똑같이 만점이기 때문이다.

업무 수행 능력 항목도 변별력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업무 수행 능력의 평가 내용은 ▲기술자 보유 ▲장비 보유 ▲관리 실적(각 10점)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관리업체들은 입찰공고에 명시된 기술자, 장비를 확보해 만점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입찰에 참여한다. 결국 관리 실적이 만점 여부를 판가름하는 요소가 되는데 여기서 관리 실적의 만점 기준은 5개 단지 상한으로 제한돼 있어 웬만한 신규, 영세업체도 만점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

이렇듯 표준평가표의 부족한 변별력 탓에 관리업체들은 결국 입찰가격 항목에서 만점을 받기 위해 위탁관리수수료를 정하는 6~7개 항목에 대해 ‘㎡당 1원’을 제시할 수 밖에 없다. 또한 대부분의 업체가 나머지 평가 항목에서 만점을 획득할 수 있어 사실상 소수 평가자의 주관이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업 제안 항목에서 최고득점을 한 업체가 낙찰자로 선정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문제도 발생한다는 전언이다.

한주협 김철중 사무총장은 “일부 아파트는 ‘사업 제안 항목에서 최고점을 부여할 테니 리베이트를 해달라’고 업체에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최저낙찰제의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적격심사제 역시 비리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수익이 부족해진 업체들은 관리직원들에 대한 전문 교육을 제대로 실시할 수 없었고 관리사무소에 관리업무를 일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관리주체 무용설’은 여기서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다”, 입주민들의 불만

선정지침은 주택관리업계뿐만 아니라 입주민들에게도 불만으로 작용한다. 입주민들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장직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린 최승관 변호사는 자신이 직접 주택관리업자 선정 과정에 참여하면서 느낀 문제점에 대해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평가배점표에 따라 배점을 해보니 입찰에 참여한 4개 업체가 사업 제안 항목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결국 어느 업체가 사업 제안 항목 최고점을 받느냐가 당락을 좌우하게 됐다. 다른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라며 “사업 제안 항목에서 고득점을 할 수 있는 요인은 누가 프레젠테이션에서 더 어필을 잘하는가다. 그렇다면 입대의는 최종 선정에 앞서 프레젠테이션 당시 업체가 어필했던 조건을 이행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행 선정지침에 따르면 최고득점을 한 업체에 대한 사후 검토가 불가능해 강제적으로 최고득점을 한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정지침에 따르면 적격심사제에서 최고득점을 한 업체가 2개사 이상인 경우 최저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낙찰자로 결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최저가격마저도 동일한 경우에는 추첨으로 낙찰자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저낙찰제 역시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업체가 2개사 이상인 경우 추첨으로 낙찰자를 결정하도록 한다.

이와 관련 최 변호사는 “하나의 입찰에서 최고득점을 한 2개사 중 A업체는 가격에서, B업체는 사업 제안 항목에서 감점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입주자대표회의는 위탁관리수수료가 조금 비싸더라도 입찰 당시 가장 마음에 드는 조건을 제시한 A업체를 선택할지, 위탁관리수수료가 싼 B업체를 선택할지에 대한 권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 선정지침에 따르면 최저가격을 제시한 B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해야 한다. 이는 입대의의 선택의 폭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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