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일본 위탁관리업체, 맨션을 둘러보다
인터넷망을 통한 본사 통합 관리…사업장에는 최소한의 인력만
맨션관리회사의 장기수선계획 대응 능력 높아

다이와라이프넥스트 본사 견학과 질의응답 후 연수 참가단은 일본과 한국의 관리 차이점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체험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온영란 기자]
다이와라이프넥스트 본사 견학과 질의응답 후 연수 참가단은 일본과 한국의 관리 차이점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체험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온영란 기자]

[아파트관리신문=온영란 기자]  “일본 맨션에는 소방, 전기, 기계 등 각종 자격을 가진 안전관리자가 상주하지 않고 수도, 난방, 가스 등 개별 사용료를 공급업체가 세대별로 직접 부과한다는 설명을 듣고 무척 놀랐습니다. 일본과 비교해 현재 우리나라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장들은 업무 범위를 벗어난 일들을 너무나 당연하게 하면서 각종 규제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다시 한번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관리가 지난 8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우수 관리소장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 위탁관리회사와 맨션을 둘러본 20여명의 관리사무소장들은 하나같이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해외연수에는 ‘관리비 절감 및 서비스개선 사례 경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관리사무소장들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일본 주요 위탁관리회사와 위탁회사가 관리하는 주요 맨션들을 둘러보며 한국과 다른 서비스, 사업장 내 시설, 관리업무 등에 대한 주요 사항들을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번 연수에서 관리사무소장들은 한국과 일본의 아파트 관리에 있어 차이점 세 가지를 주요 포인트로 꼽으며 일본의 실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관리 부분은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자격증 소지자 선임 및 
상주의무 없는 일본 

다양한 분야의 안전관리자 선임과 상주의무를 부여하고 겸직을 금지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전기, 기계, 소방안전관리자 등 자격증 소지자의 선임과 상주의무가 없다. 

전국에 있는 사업장을 인터넷망을 통해 관리회사 본사에서 시스템으로 통합 관리하고 본사 시설전문팀의 정기적인 점검과 문제가 생긴 곳을 수시점검하는 순회 관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개별 공동주택에는 청소, 경비를 담당하는 최소한의 인력과 관리서비스를 총괄하는 현장 책임자가 있을 뿐이다. 물론 정기적인 법정 안전점검은 하고 있으나 안전관리자의 상주의무는 없어 주기적으로 해당 시설을 전문업체에 맡겨 관리함으로써 입주민들의 관리비 부담은 줄고 서비스 만족도는 높다.  

맨션을 둘러보며 설명을 들은 관리소장들은 “자격을 가진 직원을 고용해야 하다 보니 일 잘하는 직원을 내보내야 하는 아쉬운 상황도 발생하고 있고, 안전관리자들이 상주한다고 해도 24시간 감시적 근무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근본적으로 이런 규제가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지진 등 재해가 더 많은 일본도 이 같은 규제가 없다는 것은 각종 의무화 법률만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 전기 등 개별 사용료
공급업체가 직접 관리

일본의 맨션관리가 우리와 크게 다른 또 다른 점은 일본은 맨션의 크기나 규모와 관계없이 전기, 수도, 가스, 난방 등의 공급은 해당 공급업체에 의해 중앙 집중적으로 관리된다는 것이다.  

해당 공급업체가 직접 세대에 부과를 진행하고 각 세대는 직접 청구서를 받아 공급업체에게 요금을 지불한다. 일본은 공급업체가 직접 검침, 부과, 징수를 하고 있고 미수금 및 연체관리를  직접한다. 

연수에 참가한 소장들은 “이번 일본 연수를 통해 가장 와닿는 부분이 개별 사용료 부과일 정도로 우리나라 관리사무소는 공급업체가 직접 해야 할 업무까지 떠안으며 각종 민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최근에는 TV 수신료 납부와 관련한 민원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일본의 공급업체 직접부과방식은 한국도 빨리 추진해야 할 부분”이라며 다 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전기검침수당의 예처럼 얼마 되지 않은 수당을 미끼로 중앙정부와 공급업체들이 관리사무소에 각종 시설 등의 관리와 부과를 떠넘기며 책임을 회피하는 행태를 더이상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을 이번 일본 연수를 통해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간결하고 실용적인 
일본의 공동주택관리 

자격자의 선임 및 상주의무가 없고 개별 사용료는 공급업체가 직접 부과하는 등 일본은 한국과 달리 철저하게 업무가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업화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일본 공동주택 관리원은 어떤 업무를 하게 되는 걸까? 

일본은 거의 모든 관리업체들 본사에서 ‘콜센터’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입주민들은 365일 언제나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해당 콜센터에 민원을 접수할 수 있다. 현장관리원은 1차적인 문제해결에 나서고 본사가 종합적으로 상황을 통제하기 때문에 관리원이 직접적인 최종 문제해결에 나설 필요가 없다. 

주생활연구소 김정인 박사는 “일본의 관리원은 문제 발생 시 관리업체에 문제 상황을 알리는 관리보조자의 역할이자 파수꾼으로 문제 상황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면서 “관리업체가 그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많은 민원과 문제에 노출돼 대응하는 한국의 주택관리사의 현실과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리계약에 있어서도 업무의 범위를 상세하게 지정하고 필요한 비용을 제시하며 업무 성과로 재계약을 결정하게 되므로 관리회사에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대응한다”면서 “분쟁의 소지가 거의 없는 시스템이고 분쟁이 발생했을 때도 계약 내용에 근거하기 때문에 책임소재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일본은 장기수선계획 대응 능력이 높다. 일본 맨션관리회사들의 전체 매출 중 장기수선계획에 의한 공사 관련 매출 비중이 절반에 이른다. 

특히 종합적인 능력을 갖춘 전문업체가 대규모 수선공사를 진행한다. 비용이 다소 높아질 수 있지만 단순한 수선이 아닌 디자인부터 인테리어 설계까지 입주민과 상의해 새 아파트처럼 유지한다.

우리관리 노병용 회장은 “아파트 관리시스템은 주거 환경과 입주민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일본과 한국은 단지 규모나 지리적, 정서적인 차이로 인해 일본 사례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과도한 규제와 형식적인 행정업무에 치우쳐 있는 한국과 달리 실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일본의 관리사례는 배울 점이 분명하다”며 “정부와 관련 기관들의 연구를 통해 두 나라의 장점을 아우를 수 있는 관리시스템이 형성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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