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호소문 남기고 숨져
동료들은 ‘관리소장 압박이 원인’

A씨가 작성한 호소문. 호소문에는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고 본인의 처우에 대한 억울함이 담겼다.
A씨가 작성한 호소문. 호소문에는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고 본인의 처우에 대한 억울함이 담겼다.

서울 대치동 소재 모 아파트에서 근무하던 70대 경비원이 ‘관리사무소장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책임져야 한다’는 호소문을 남기고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 아파트에서는 이번 일이 있기 약 일주일 전에도 미화원 한 명이 해고 통보를 받은 다음날 자택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 일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 아파트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던 경비원 A씨는 14일 오전 7시 15분경 경비대장 등에게 ‘주민에게 드리는 A의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A4 한 장 분량의 글을 사진으로 찍어 전송하고 약 1시간 뒤 자신이 근무하던 초소가 있는 동 9층에서 투신했다.

손으로 꾹꾹 눌러쓴 호소문에는 경비대장에 대한 업무배제, 지하실 작업복 환복 금지 등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 대한 관리소장의 처우가 부당하다는 내용과 그동안 동고동락한 동료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평소 아파트 관리 업무에 솔선수범해 왔던 A씨를 강제로 반장직에서 물러나게 한 관리소장에 대한 항의와 해고 통보를 받은 뒤 9일 자택에서 숨진 미화원 B씨에 대해서도 관리소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현재 이 아파트에서 근무하고 있는 관리소장은 지난해 12월에 부임했다. 경비원들은 새로 부임한 군 출신의 관리소장이 기강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근무자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군대식 통제를 하며 사소한 실수도 트집을 잡아 심하게 다그쳤다고 주장했다. A씨의 동료 경비원은 “관리소장이 공공연하게 ‘저거 또 왜 아직도 안 잘렸어’ 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모욕을 안 느낄수 있겠냐”며 “입대의 회장에게 사안에 대해 말을 해봐도 한통속이라 소용이 없었다.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료 경비원은 “여러가지 이유 중에서 신임 경비원의 실수 등을 이유로 A씨를 반장직에서 일방적으로 해임한 것이 A씨에게는 굉장한 모욕이었다”며 “A씨는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어 실직에 대한 부담이 없었을 텐데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보면 관리소장으로부터 받은 모욕감이 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전했다.

A씨의 유족 역시 “아버지가 새로 관리소장이 부임한 뒤로 관리소장이 동료들을 괴롭히는 것 때문에 보고 있기 힘들다는 말을 했다”며 “아버지 성격이 워낙 활동적이어서 은퇴 후에도 계속 일을 찾아서 했다.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분이어서 관리소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할 때도 ‘그럼 그냥 그만두면 되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얼마나 심리적 괴로움을 겪었을지 가늠이 안된다”고 말했다.

단지 안에 부착된 관리소장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 유인물
단지 안에 부착된 관리소장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 유인물

관리사무소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호소문에 실명이 거론된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관리소장은 “지금 이 단지에 부임한 지 3개월 정도 됐다. 와보니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어 사람 몇 명 내보내고 체계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소문에서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책임지라고 하지만 어떤 고통인지 구체적인 주장이 없다. 오히려 이런 부분이 나의 결백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A씨의 호소문에서 언급된 미화원 B씨의 죽음에 대해서도 “일각에서는 나의 해고통보 때문에 B씨가 죽었다고 하는데 나는 B씨에게 해고 통보를 한 적이 없다”며 “작업을 하면서 캐리어에 몸을 기대고 다리를 저는 B씨를 보고 저렇게 해서 어떻게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어 ‘앞으로 저런 사람은 우리 단지에 배치하지 마라’라고 업체에 요구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경찰은 A씨의 죽음에 대한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 중이며, 제보를 받은 강남구청 주택과에서도 당일 현장조사를 나섰다. 또한 해당 아파트 경비원과 미화원들은 관리소장의 책임을 물으며 퇴진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에 걸린 관리소장 등의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  [사진제공=해당 아파트 입주민]
해당 아파트에 걸린 관리소장 등의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 [사진제공=해당 아파트 입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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