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익 소장의 조경더하기 13

한여름 뜨거운 뙤약볕 아래 타는 듯 붉은빛 뽐내는 나무가 있다. 바로 배롱나무(木百日紅)다. 본격적인 여름, 7월의 시작과 함께 피기 시작하는 배롱나무꽃은 여름 내내 우리 눈을 호강시킨다. 꽃은 무려 100여 일이나 피어있어 백일홍(百日紅)이라 불리는데 지금부터 피기 시작하면 9월 하순까지 여러 송이의 꽃이 마치 이어달리기하듯 피고 지고를 계속한다.

붉은 꽃이 흔하지만 하얀 꽃이나 보랏빛 도는 신비스러운 꽃도 가끔 만날 수 있는데 태양이 이글거리는 한여름에 크고 풍성한 꽃을 피우는지라 초록 세상에서 만나는 한 무더기 붉고 흰 꽃은 어디에도 견줄 데가 없을 만큼 아름답다.

흰꽃 배롱나무
흰꽃 배롱나무

배롱나무는 우리와 친근하다. 예부터 고찰이나 종택, 사당, 서원, 정자 등에서 자주 만나왔기 때문인데 청렴한 성품을 닮으려 이 나무를 심지 않았나 생각된다.

보랏빛 배롱나무꽃
보랏빛 배롱나무꽃

우리가 관리하는 단지에서도 노인정 옆 배롱나무가 주민들의 무더위를 식혀주듯이 담양의 소쇄원이나 식영정, 명옥헌에서는 옛 어른들의 삶에 동반자였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강진 백련사, 고창 선운사, 경주 서출지 등도 배롱나무로 옛터의 명성을 잃지 않는 곳이다.

昨夕一花衰 어제저녁 꽃 한 송이 떨어지고
|今朝一花開 오늘 아침에 한 송이 피어
相看一百日 서로 일백일을 바라보니
對爾好衡杯 너를 대하여 좋게 한잔하리라

바쁜 일상이지만 성삼문(成三問)이 읊은 배롱나무 한시로 잠시 더위를 식혀보는 건 어떨까? 유독 ‘좋게 한잔하자’라는 마지막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월동하기위해 볏짚으로 싸맨 배롱나무
월동하기위해 볏짚으로 싸맨 배롱나무

생육환경을 보면 흙의 성질을 가리지 않으나 유기질이 많은 기름진 흙과 햇볕을 좋아하며 추위에 약해서 중부지방에서는 방한 조치를 해야 겨울을 날 수 있다.

배롱나무 꽃
배롱나무 꽃

배롱나무는 꽃을 관상하기 위해 심지만 아름다운 얼룩이 있는 줄기도 보기에 좋아 정원수, 공원수, 조경수로 많이 이용된다. 나무줄기가 허물을 벗는 특이한 성질은 아름다운 꽃과 줄기를 탄생시키기 위한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부처꽃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 소교목이다.

껍질이 벗겨지는 어린 배롱나무
껍질이 벗겨지는 어린 배롱나무

부산 양정동에 있는 배롱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68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데 나이가 무려 800살 정도로 추정된다니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가까이 살고 있다면 시간을 내서 한번 가보는 것도 좋겠다.

배롱나무 열매
배롱나무 열매

녹록지만은 않은 우리 관리사무소 업무, ‘배롱나무’ 사행시로 직원들과 함께 소통해 보련다.

배, 배려와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면
롱, 롱런(long-run) 합디다!
나, ‘나로부터 비롯하라’는 말
무, 무조건 실행해볼까요.

※ 관리 포인트
- 개각충은 잡아 없애든지 6월경 애벌레일 때 마라손을 뿌려 구제한다.
- 통풍과 채광이 잘되도록 해 병충해에 쉽게 걸리지 않도록 관리한다.
- 백분병은 봄에 몇 차례 타이젠을 뿌려 주고 병든 잎은 모아서 태워 버린다.
- 진딧물, 깍지벌레는 입제로 된 농약을 뿌리 근처에 뿌려 준다.
- 그을음병은 페니트로티온 유제, 살포만코제브 수화제나 티오파네이트메틸 수화제를 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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