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익 소장의 조경더하기 <4>

조길익 소장

봄의 전령사(傳令使)라 불리는 세 가지 꽃이 있다.

응달진 곳에는 아직 잔설(殘雪)이 허연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은은한 향과 고결함 성품을 자아내는 매화(梅花)가 첫째요. 텅 빈 산 여기저기 분홍의 립스틱을 바르는 진달래, 그리고 개울가에 노란 얼굴을 훤히 비치며 너울거리는 개나리(golden-bell tree)가 그것이다.

매화야 보는 이로 하여금 덩달아 품격이 높아질 것 같은 고혹적인 꽃이지만, 개나리는 어디 그런가! 어림도 없는 소리… 하지만, 겨울이 지나는가 싶으면 양지바른 곳부터 노란 물결 출렁이며, 가장 밝은 빛으로 가슴 일렁이게 만드는 꽃이 바로 개나리꽃이다. 이른 봄 잎보다 먼저 피어 봄을 알린다.

활짝핀 개나리

개나리꽃은 서민적이다. 꽃송이는 병아리 주둥이를 닮은 듯 삐죽거리고, 색깔은 아장아장 걷는 샛노란 병아리를 빼다 박았다.

나리 나리 개나리 / 잎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 떼 종종종 / 봄나들이 갑니다~♬

동화작가 윤석중의 ‘봄나들이’는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게 하는 추억의 동요로, 개나리꽃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입에서 맴도는 노래다. 줄기에 붙은 꽃은 노란색 단복을 맞춰 입고 줄지어 가는 아기들을 연상케 한다.

하늘거리는 개나리

개나리는 여느 관목과는 다르게 새로운 줄기가 하늘로 너울거리거나 늘어지는 특성이 있다. 그런데도 단지에는 산(生)울타리로 개나리를 심기도 하는데, 육면체로 반듯하게 잘라놓은 모습은 보기가 마뜩잖다.

왜냐하면 꼭 쓰다 달아빠진 몽당빗자루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어지간하면 제멋대로 자랄 수 있도록 쭉쭉 늘어지게 내버려 두자. 그런 곳에 심자는 얘기다.

개나리로 뒤덮인 응봉산 <출처: 다음카페 '5060여행동호회'>

서울에서는 성동구에 있는 응봉산(鷹峯山)이 개나리꽃으로 유명하다. 사월이 되면 봄을 기다렸다는 듯 해발 100여 미터도 안 되는 나지막한 산이 온통 노랗게 물들어 장관(壯觀)을 이룬다. 산기슭에는 덜컹대는 경의중앙선이 지나며, 한강을 끼고 있어 시원한 봄바람을 맞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개나리는 줄기를 꺾어서 땅에 꽂기만 하면, 어디서든 뿌리를 내리고 잘산다. 꺾꽂이(삽목(揷木))로 쉽게 번식시킬 수 있다는 뜻으로 옮겨심어도 잘산다는 의미다. 볕이 많고 적건 상관없이 잘 자라며 추위와 건조, 공해에도 강한 편이거니와 지역을 가리지도 않는다. 배수가 잘되는 사질양토가 좋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괜찮다.

개나리 줄기와 잎

정원수(庭園樹)나 울타리용(用)으로 좋으며, 가림막이 필요한 곳에 심어도 좋다. 홀로 심는 단식(單植), 줄지어 심는 열식(列植), 무리 지어 심는 군식(群植) 등 다양하게 이용한다. 물푸레나뭇과(科)의 낙엽활엽관목이다.

※ 관리 포인트
-우리나라 각지에 재배할 수 있다. 햇빛이 잘 들고 물빠짐이 좋은 곳을 택해 심는다.
-종자번식 시 9~10월에 채종 후 음건해 저장했다가 봄에 파종한다. 씨 뿌리기 1~2년 후 30cm 내외로 자란 묘를 본포에 정식하는데 시기는 3월, 10~11월이다. 이랑은 2m, 포기사이는 1m 이상으로 한다.
- 잎말이벌레가 생겨 나온 순을 해치거나, 가지가 말라 죽는 가지마름병이 발생한다.
- 잎말이벌레는 디프테렉스나 데나뽕을 뿌려 구제한다.
- 가지마름병은 병든 가지를 잘라 태워 버리거나, 꽃눈이 트기 전에 석회유황합제 10배에 전착제를 넣어 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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