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길익 소장의 조경더하기 <3>

조길익 소장

어릴 적 버찌가 익을 때면 한 움큼씩 따다가 입에 털어 넣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입가엔 시커먼 흔적이 남았다. 까까머리 친구들은 그런 얼굴을 마주 보곤 낄낄댔었는데, 그때가 천진난만하게 뛰어놀던 살만한 세상이었다.

30여 년 전엔가 정부에서는 모(某) 가수의 ‘버찌’라는 노래를 금지곡으로 지정한 적도 있었는데, 노래 가사 중에 버찌~♪ 버찌~♬ 하며 젊은 여자가수가 목청껏 불러댔으니 옷을 벗으라는 외설(猥褻)로 들렸던 모양이다. 지금 생각해도 피식 웃음이 난다.

버찌

벚꽃이 왜(矮) 나라꽃이라고 마음의 거리를 두고 내키지 않았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단지에서나 길가에서나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어서 그런지 그런 감정은 꽤 희미해졌다. 아마도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에 환한 꽃이 가져다주는 긍정(positive thinking)의 효과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왕벚나무는 우리나라 고유의 특산종이다. 장미과에 속하는 왕벚꽃나무는 국화로 삼고 있는 일본이 원산지라 주장하지만 원래는 제주도 한라산과 해남 두륜산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제주도가 자생지(自生地)로서 그 군락이 확인됐으며, 1964년에 천연기념물 제159호로 지정돼 두 그루가 자라고 있는데 높이는 15m 정도에 이른다.

섬진강변을 물들인 벚꽃

그뿐 아니라 앞뜰 벚꽃이 흐드러지게 폈다 꽃비를 내릴 즈음 산벚나무는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연둣빛 이파리들과 어우러져 수채화를 그려놓은 듯 매혹적이다.

벚나무(oriental cherry)는 팝콘 터지듯 봄에 피는 꽃은 화려하고 우아하며, 가을에 붉게 물드는 단풍도 볼만하다. 그래서 공원이나 가로수로 많이 심으며, 우리가 관리하는 아파트단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나무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벚나무는 번식력이 아주 강한 나무로 4월 초순부터 시작해 중순이면 전국을 하얀 꽃구름으로 뒤덮는다. 벚꽃의 개화일은 한 개체 중 몇 송이가 완전히 폈을 때를 말하므로 꽃이 만개한 시기와는 약간 다르다.

서울 여의도의 윤중로가 벚꽃으로 유명하지만, 석촌호수와 안양천 벚꽃길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워커힐호텔에 이르는 아차산 자락길을 일품으로 꼽고 싶다. 활짝 핀 벚꽃 터널을 걸으며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흥얼거려보련다.

능수벚나무

능수버들처럼 가지가 아래로 축 늘어지는 능수(수양)벚나무도 있다. 그리고 이들의 겹꽃 무리가 있다. 장미과의 낙엽활엽교목이며, 능수(수양)벚나무는 교목과 관목의 중간인 아교목(亞喬木)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연분홍 겹벚꽃

벚나무는 볕이 잘 드는 토심(土深)이 깊고 비옥한 토양에서 잘 자란다. 대기오염에 대한 저항성은 보통으로 수명이 짧고 내병충해성도 약한 편이다.
 

부후병 걸린 벚나무

※ 관리 포인트
-개화시기는 4월 초순~4월 중순이다.

- 응애 방제용 약제를 살포하고, 진딧물은 발생 초기인 4월에 살포해 구제한다.

- 나무의 나이와 관계없이 걸리는 빗자루병은 꽃이 피지 않거니와 경관수(景觀樹)로서 가치를 잃게 되므로, 잘라내어 태우거나 지오판 도포제(塗布劑)를 바른다.

- 벚나무사향하늘소는 가슴높이 아래에서 확인되며, 흉고(胸高) 직경이 굵은 나무에서 피해가 크다. 따라서 점착 트랩을 설치하거나 직접 성충을 잡아 없애는 방법이 있으며, 농약을 살포해도 된다.

- 목재 부후병(腐朽病)은 나이가 많은 나무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외과(外科) 수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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