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

아파트를 관리하는 데 필요한 경비·미화, 관리 등의 업무는 결국 근로계약에 기반한 근로의 제공이라 할 수 있다. 근로계약 역시 정해진 기간 동안 당사자가 부담할 의무와 취하게 될 권리가 주된 내용을 이룬다. 계약이 무탈하게 갈등 없이 이행되고 종료된다면 계약 속에 담긴 당자사의 의사표시 해석은 크게 문제 될 일이 없다. 그러나 분쟁이 생기면 계약이 구체적으로 어떤 뜻인지 여하에 따라 승패가 달라지므로 의사표시 해석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위·수탁 관리계약이 기간 만료로 해지되고 새로운 관리주체가 선정된 경우 이전 관리업체 소속의 관리사무소장의 고용이 승계되지 않을 때 부당해고라고 할 수 있는가? 경비용역업체와 몇 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해 경비원으로 근무한 경우 기간 만료 후에도 계약의 갱신을 기대할 수 있는가? 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들이다. 법원은 과연 어떻게 보고 있을까?

부당해고를 다투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상대방이 사용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위탁관리의 경우 관리사무소장을 비롯한 관리직원들은 위탁관리업체 소속이므로 통상 해당 업체가 사용자가 된다. 그러나 근로계약의 구체적 내용에 따라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역시 사용자로 보는 경우가 있다.

최근 법원은 위탁관리업체와 더불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역시 사용자로 표기된 근로계약이 체결된 사안에서 관리사무소장에 대한 임금과 수당이 모두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지급되고, 급여명세서 역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작성되고 관리된 상황에서 근태 역시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해 실질적 사용자로 기능한 경우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본 바 있다(서울행정법원 2020구합83430 판결 참조).

이 사안에서 관리사무소장은 소속 관리업체의 위·수탁관리계약 해지로 인해 근로계약 갱신이 거절되자 부당해고로 다퉜다. 법원은 총 6차례에 걸쳐 근로계약이 갱신돼 온 점, 소속 관리업체의 귀책사유 없이 위·수탁 관리계약이 해지될 경우 근로계약 관련 모든 책임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 있고 고용승계 책임 역시 입주자대표회의와 새로운 관리주체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서 소속 관리회사의 귀책사유 없이 위·수탁 관리계약이 종료된 상황에서 관리사무소장으로서는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정당한 신뢰를 가진다고 봤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실질적 이유가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았고, 추상적이고 막연한 갈등관계가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가 될 수 없음은 명백하므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근로계약 갱신 거절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통상 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는 기간이 지나면 근로자로서의 신분 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 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당연히 퇴직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등에 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규정이 있거나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계약이 체결된 동기와 경위, 계약 갱신 기준 등 갱신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 관계가 형성돼 그에 따라 갱신될 수 있다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될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해 부당하게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

결국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있는지, 있다면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었는지가 관건이다. 부당해고를 다투는 근로자는 이 두 가지 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일단 갱신기대권이 있다고 인정되면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었다는 것은 사용자에게 증명 책임이 있다(서울행정법원 2020구합 83614 판결 참조)

최근 판결이 선고된 사안을 살펴보자. A는 시설경비업을 영위하는 회사와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로 계약기간을 정해 계약직 근로계약을 여러 번 체결하면서 한 아파트에 경비원으로 근무했다. 각 근로계약서에는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경우 근로관계는 자동종료된다’고 명시돼 있었고 회사는 계약기간 만료로 근로관계 종료를 통보했으나 A는 부당해고라며 다퉜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A의 손을 들어주자 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재심판정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 역시 재심판정에 위법이 없다고 봤다. 법원은 비록 근로계약에 기간 만료시 근로관계가 자동 종료된다고 명시돼 있었다 하더라도 본건 아파트 시설경비계약을 1년 단위로 체결해왔고, 합의했거나 귀책 사유가 있는 근로자를 제외하면 경비원들이 꾸준히 근로계약을 갱신해 왔다는 점, A 역시 여러 차례 계약을 갱신해왔다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그 다음으로 문제 되는 것은 계약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인데 A의 말투와 태도가 입주민을 불쾌하게 해 교체 요구가 있었다거나 근무태도가 불량이었다는 사실확인서는 뒤늦게 작성되고 제출됐다는 점에서 믿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통상 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는 기간 만료로 당연 퇴직한다. 그러나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기대권이 생겼다면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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