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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규환 칼럼] 공동주택에서 빈번한 명예훼손 사건들
승인 2020.03.05 10:06|(1283호)
법무법인 우리로 주규환 변호사

최근들어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에서 명예훼손이나 모욕 관련한 사건들이 상당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에게도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형사 고소와 민사상의 손해배상 청구까지 진행하고 싶다는 취지의 상담을 해 오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 경우 필자는 명예훼손에 대해 형사상으로 소액의 벌금형이 선고되고 민사상으로는 가사 상담자의 주장대로 명예훼손의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하더라도 위자료로 많지 않은 금액이 인정될뿐이기 때문에 쉼호흡을 크게 하고 조금만 참으라고 조언을 건네며 고소나 민사소송을 자제하길 권유한다. 그럼에도 자존심이 심하게 상했거나 명예감정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느끼는 일부 의뢰인은 결국 고소와 민사소송을 진행하게 된다.

이처럼 사회가 다양화되고 과거와 달리 권리의식이 상당히 높아진 여러 입주자들이 모여 살면서 필연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는 갈등의 한 국면으로 공동주택 단지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공동주택 단지에서 많이 발생하는 명예훼손 관련해 형법상 명예훼손이란 사람의 인격적 가치와 그 사람의 사회적 행위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외적 명예를 침해하는 것을 말하고 명예훼손죄는 크게 공연성과 함께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할 것을 요한다.

원칙적으로 공연성이란 불특정한 또는 다수의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또한 공연성이 있는 상태에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는 것을 요하는데 사실이란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과거와 현재의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반드시 사실을 적시할 것을 요한다는 점에서 추상적인 가치판단(예를 들어 ‘나쁜 놈’은 사실이 아닌 가치판단 표현으로 이러한 표현 사용시 원칙상 모욕일 뿐 명예훼손이 아니다)의 표현을 사용하는 모욕죄와 구별된다.

명예훼손에 있어 피해자가 특정됐느냐는 점과 관련해 반드시 피해자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주위사정과 종합 판단해 그것이 어느 특정인을 지목한 것인지를 알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한다 할 것이다.

한편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이 진실한 사실이고 그 사실 적시가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해서일 경우에는 형법에서 처벌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러한 불처벌의 경우는 반드시 진실한 사실이어야 하고 허위의 사실일 경우에는 아무리 공공의 이익에 관해서라도 처벌을 면하기 어렵고 대부분의 아파트 사건들에서 이처럼 진실한 사실인 명예훼손 표현이 아파트 입주민의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처벌을 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처럼 진실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와 관련해 대법원 판례가 확립돼 있다. 대법원 판례에서 진실한 사실이라고 함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기만 하면 세부에 있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또 진실한 사실과 관련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항으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거나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라 함은 적시된 사실이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행위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을 의미하고, 행위자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무방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단 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을 처벌하지 않는 사유인 공공의 이익과 관련해 추상적인 가치판단 등 고도의 법률적 판단을 요하는 항목이라고 할 것이어서 재판까지 받아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생각할 때 특단의 경우가 아니라면 아파트 단지 내에서 공공의 이익을 임의로 판단해 명예훼손적 표현을 섣불리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으로 지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서로 간에 역지사지 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공동주택 내에서 서로 간에 명예훼손적 표현을 줄이는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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