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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란 칼럼] 공유인 공동주택의 동대표 결격 사유 판단 기준
승인 2019.06.17 09:39|(1247호)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

수년 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을 대리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사건의 방어 및 본안 소송을 맡은 적이 있다. 그 의뢰인은 입주자대표회장으로 선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입주민으로부터 동대표가 될 수 없는 결격자임에도 회장으로 선출됐다면서 소송을 당한 것이었다. 흔하다면 흔한 사건이었지만, 의뢰인이 젊은 편에 속했고, 결격사유가 특이해 기억에 남는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닌데, 당시만 해도 공동주택관리법이 제정되기 전이었고, 입주자대표회장이라면 왠지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들이 연상됐다. 그런데 그 의뢰인은 어린 자녀를 둔 꽤 젊은 가장이었고, 문제된 결격사유는 공동소유자임에도 다른 공동소유자의 위임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보통 배우자와 집을 반씩 공유해 2분의 1 공유지분을 갖는 경우는 많이 봤어도 자녀들까지 포함해 지분을 나눠 갖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던 터라 4인 가족의 가장으로서 4분의 1 지분을 소유한 것이 더욱 특이했던 것 같다.

그는 동대표 후보자 등록신청을 하면서 공유자인 아내나 자녀들의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공유자인 아내의 위임장을 제출해 보완하는 조건으로 후보자등록을 받아준 선거관리위원회 결의에 따라 그는 처의 위임장을 보완해 제출했고, 동대표로 당선된 것이었다.

소를 제기한 측은 동대표 선거에서 정한 후보자 등록기간 내에 다른 공유자의 위임장 등을 제출하지 않은 채 후보등록을 신청했다면 이는 적법한 후보등록이 아니므로 동대표 선출은 무효이고, 그를 입주자대표회장으로 선출한 결의 역시 무효라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상당히 의미 있는 판단을 했다.(수원지방법원 2015. 12. 15. 선고 2015가합3511 판결 참조) 법원은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과 주택을 공동 소유하는 자라면 주택의 소유권이 전혀 없는 자와는 달리 봐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즉, 법원은 주택의 소유권이 전혀 없는 경우와 달리 배우자나 직계존비속과 주택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자라면 다른 공동소유자인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으로부터 그 지분에 관한 위임을 받지 않고도 동대표의 피선거권 자격을 갖춘 것으로 본 것이다.

법원이 이와 같이 판단한 데에는 당시 법령에서 동대표는 입주자 중에서 선출해야 하고, 여기서 입주자란 주택의 소유자 또는 그 소유자를 대리하는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이라고만 규정돼 있다는 점(구 주택법 시행령 제50조 제3항, 구 주택법 제2조 제12호 다목), 동대표의 피선거권 상실 사유에 ‘주택의 소유자가 서면으로 위임한 대리권이 없는 소유자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을 규정하고 있는 점(구 주택법 시행령 제50조 제4항 제7호), 이러한 규정 형식과 함께 동대표 피선거권 규정의 입법취지가 주택의 소유자와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사람이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는 동대표가 돼서는 안 된다는 데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근거를 둔 것이다.

법원의 판단 이유나 결론 모두 지극히 타당해 보였으나 법원의 이 같은 판단은 유권해석과 달라 현장의 혼란은 지속됐다.

법제처의 유권해석은 지분의 2분의 1을 보유하고 있는 공동소유자가 동대표로 입후보하기 위해서는 나머지 공동소유자의 동의나 위임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것이다(법제처 2013. 11. 19. 회신 13-0526 해석례) 일선에서는 행정부의 유권해석을 무시하기 어렵고, 사법부의 판단 역시 하급심 판결 하나로 단정하기 어려운 터였다.

나 역시 위 판결을 소개하고, 그와 같은 결론을 지지하면서도 판결 내용이 이러하니 공유자가 동대표 후보로 나설 때에는 다른 공유자의 서면 위임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확언하기 어려웠다. 그저 사법부의 판단은 유권해석에 구속되지 않고, 이런 판결도 있으니 공유자가 동대표 후보라면 다른 공유자의 위임장 제출을 강요하거나 혹여 제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함부로 결격 판단하지 않도록 조언할 뿐이었다. 자칫 시끄러워질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공유자인 동대표 후보에게 다른 공유자의 위임장을 제출하도록 여전히 요구하는 현실을 마냥 탓하기 어려운 것이다.

최근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11조 제4항에 대한 질의를 받았다.

공동주택 소유자의 결격사유는 그를 대리하는 자에게 미치고, 공유인 공동주택의 소유자 결격사유 판단은 지분의 과반을 소유한 자의 결격사유를 기준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공유지분을 2분의 1씩 갖는 공유자의 경우 과반을 소유한 자가 없으니 결국 2명 모두의 결격사유를 확인해야 하는 것인지 묻는 것이었다.

법제처는 결격사유가 있는 공동소유자 동의를 받아 동대표에 입후보해 당선된 공유자는 동대표 자격을 상실한다고 보고(법제처 2015. 9. 25. 회신 15-0410 해석례), 국토교통부는 출마하려는 공동소유자뿐만 아니라 동의나 위임을 해 주는 다른 공유자 모두 결격사유가 없어야 하므로 공유자 모두의 결격사유를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국토교통부 17. 06. 23. 민원회신)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법원의 판단은 공동소유자라면 다른 공동소유자의 동의나 위임 없이 동대표의 피선거권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또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11조 제4항에서 공동주택 소유자의 결격사유는 그를 대리하는 자에게 미친다는 것과 별개로 공유인 경우는 소유자의 결격 판단은 지분의 과반 소유자 결격 여부로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규정 형식과 위 판결의 법리, 2분의 1씩 공유한 경우에는 어느 누구도 과반 소유자가 아니라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출마하려는 자의 결격사유만 판단하면 충분하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그런데 막상 위 질의에 대해 답할 때에는 공유자 모두의 결격사유를 확인해 보도록 조언했다. 하급심 판결 하나로 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지도·감독권한을 갖는 지방자치단체나 국토교통부,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따라 공동주택 관리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통상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은 덧붙여야겠다. 출마하려는 공유자에게 결격사유가 없고, 다른 공유자가 지분의 과반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면 비록 그에게 결격사유가 있더라도 이를 이유로 후보로 나선 공유자를 함부로 결격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함부로 결격 판단한다면 이는 충분히 다퉈볼만하기 때문이다. 사법부는 유권해석에 구속되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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