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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란 칼럼] 아파트를 살리는 건강한 문제제기
승인 2019.01.04 10:13|(1227호)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

공동주택의 비중이나 규모가 커지고, 국민의 권리의식이 신장됨에 따라 공동주택을 둘러싼 분쟁은 더욱 다종다양해지는 경향이 있다. 예전에 하던 그대로 업무를 집행했을 뿐인데, 이를 문제 삼기 시작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지점에서 위법이 문제되곤 한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공동주택 감사를 통해 지적되기도 하고, 입주민들의 적극적인 문제제기나 민원을 통해 수면 위로 올라오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관행이라는 미명하에 별 문제의식 없이 처리되던 일들이 바로 잡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그러나 어떤 문제들은 간혹 법원의 판단을 통해 위법이 아니라는 결론에 다다르기까지 오히려 갈등을 있는 대로 키워놓고 상처만 남기는 경우도 있다.

며칠 전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관하는 입주자대표회의 운영교육을 다녀왔는데, 쉬는 시간이 되면 많은 분들이 각자 궁금한 현안들을 묻곤 한다. 그런데 수강생이 대뜸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소장이 자신이 소속된 협회에 협회비를 자기가 안내고 아파트 관리비로 내는 건 위법이죠?” 이건 질문이라기보다는 답을 정해 놓고 확인받고자 하는 느낌이 확연했다. 꽤 오래된 화두이기도 한 이 문제는 각자의 입장에 따라 첨예하게 의견이 나뉘는 문제였다.

최근 임대아파트의 경우이긴 하지만 판결이 선고됐으니 실제로 법적 분쟁으로 나아갔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 사안은 임대아파트에 거주 중인 원고들이 임대사업자와 관리업체를 상대로 관리비로 징수할 수 없는 항목들을 부당하게 관리비에 부과해 징수했다면서 부당이득 반환을 구한 사건이었다. 원고들이 부당하게 관리비 항목으로 책정했다고 주장하는 항목 가운데 각종 협회비가 들어 있었다. 원고들은 소방협회비, 한국전력기술인협회비, 주택관리사협회비, 주택관리사협회 직무능력향상교육비, 주택관리에 관한 보수교육비 등 각종 비용에 대해 임대주택 관리비 항목표에 포함되지 않아 부당한 징수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배척했다.

위 사건에서 법원은 임대주택의 관리비에 관한 법령에 따르면 임대사업자나 그로부터 임대주택의 관리를 위탁받은 자가 임차인으로부터 징수할 수 있는 관리비 항목은 [일반관리비, 청소비, 경비비, 소독비, 승강기유지비, 난방비, 급탕비, 수선유지비,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치유지비]로 제한되고, 그 세부적 관리항목의 구성 명세 역시 상세히 정해져 있어 그 외에 어떤 명목으로도 관리비를 징수할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원고들이 문제 삼은 각 항목들에 대해서는 부당한 징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위와 같은 비용은 해당 협회에서 실시하거나 제공하는 교육·훈련을 받기 위한 비용으로서 ‘임대주택 관리비항목표’상 ‘일반관리비’ 항목 중 ‘교육훈련비’에 해당하므로 이를 관리비로 징수하더라도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대구지방법원 2018. 8. 17. 선고 2017가합 202740 판결).

비록 위 사안은 임대아파트에서 문제된 사건이지만 공동주택관리법 역시 관리비의 내용에 대해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고(공동주택관리법 제23조), 동법 시행령 제23조 제1항에 관리비 비목을 규정하면서 비목별 세부명세 역시 별표2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양된 공동주택의 관리비 문제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할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은 법원의 입장과는 좀 다른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0월 22일 주택건설공급과의 질의 회신 내용을 보면 직무수행 및 자격의 유지를 위해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할 교육 등에 대해서는 공동주택에서 그 비용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나 주택관리사 등 협회비는 공동주택 관리를 위한 직무수행이나 자격유지를 위한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관리비 등으로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일반 법인의 경우에도 고용주가 의무사항이 아니더라도 직무효율 향상과 복리증진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이를 지급할 수 있듯이 해당 공동주택에서 이들의 협회비 등을 지원하고자 한다면 관리규약으로 정해 지원할 수 있다고 봤다.

결국 관리규약으로 협회비 지원을 규정한 경우는 다툼의 여지가 없을 것이나 이를 관리규약에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은 경우에도 과연 관리비로 협회비를 지원할 수 있는지 여부는 법원의 판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꺼지지 않은 분란의 씨앗을 남기고 있다.

소방협회비, 한국전력기술인협회비, 주택관리사협회비 등의 협회비가 과연 관리소장 개인의 영달을 위한 비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역시 주택관리사라는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또 그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아닐 수 없다. 굳이 교육훈련비와 다른 성격의 비용이라고 분리해 달리 보면서 갈등과 분란을 키울 일일까? 관리주체와 입주자대표회의, 상생의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할 동반자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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