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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란 칼럼] 위탁관리와 입주자대표회의의 사용자성
승인 2018.12.03 11:58|(1222호)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변호사

얼마 전, 관리소장을 하고 있는 분에게서 전화를 받은 일이 있다. 위탁관리인 경우에도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용자에 해당한다면서 관리소장을 부당하게 해고한 데 대한 책임을 입주자대표회의가 져야 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자신의 경우에는 여전히 입주자대표회의는 사용자가 아니라는 판결을 받았다는 것이다. 일말의 희망을 품었던 터라 패소한 것이 더욱 억울하다면서 도대체 누구 장단에 춤을 추라는 것이냐며 속상해했다.

법원의 판단은 아무런 기준도 없이 제멋대로인 것일까? 그렇지 않다. 나름의 기준이 분명 있기는 하다.

통상 ‘자치관리’의 경우에는 입주자대표회의가 당연히 근로계약상의 사용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위탁관리’의 경우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주택관리업자에게 관리 업무를 위탁할 뿐, 관리업무 수행을 위한 관리소장 등 직원의 고용은 위 주택관리업자가 하게 되므로 원칙적으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사용자로 볼 수 없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직접적으로 이들을 고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꽤 명확하다.

문제는 ‘위탁관리’의 탈을 쓰고 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자치관리’와 다를 바 없는 경우라 하겠다.

원고용주에게 고용돼 제3자의 사업장에서 제3자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제3자의 근로자라고 할 수 있는지의 문제는 그렇게 낯선 화두가 아니다. 법원은 이 문제에 대해 많은 판례를 축적하면서 나름의 기준과 논리를 구축했다. 비록 형식상으로는 근로계약 관계를 맺지 않았지만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로 볼 수 있다면 제3자가 사용자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의 경우 그 기준과 논리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겠다.

위탁관리임에도 불구하고, 원고용주(관리회사)에게 고용돼 제3자(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사업장에서 그 업무에 종사하는 자(관리사무소장 등)가 제3자(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근로자가 되려면, 즉 입주자대표회의가 이들의 사용자가 되려면 원고용주(관리회사)가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해 제3자(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노무대행기관과 다를 바 없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이고도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사실상 당해 직원은 제3자(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종속적 관계에 있고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도 제3자(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여야 하며 근로제공의 상대방 역시 제3자(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여서 피고용인과 제3자(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간에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돼 있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법원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업자와 체결한 위·수탁 관리계약상의 지위에 기한 감독권을 넘어 직원 채용과 승진에 관여하거나 관리사무소 업무의 수행상태를 감독하고,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근로조건인 임금·복지비 등의 지급수준을 독자적으로 결정해 왔더라도 쉽게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설령 위와 같은 사정이 있더라도 관리회사 혹은 그를 대리하는 관리사무소장이 근로계약 당사자로서 갖는 관리사무소 직원들에 대한 임면·징계·배치 등 인사권과 업무지휘명령권이 모두 배제되거나 형해화돼 그 직원들과 체결한 근로계약이 형식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사용자성을 부정했다(대법원 1999. 7. 12. 자 99마628 결정 등 참조).

전화를 걸어왔던 그 관리소장을 희망에 부풀게 한 문제의 기사는 위탁관리임에도 불구하고 입주자대표회의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혁신적인 판결이나 법원의 입장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저 위탁관리의 형식이 허울에 불과한 여러 사정들을 인정해 실질적인 사용자는 입주자대표회의더라는 결론이 도출됐던 것이다. 이는 오히려 기존의 원칙과 예외의 기준을 그대로 따른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법원은 나름의 기준으로 판결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관리회사의 인사권이나 업무지휘명령권이 배제되거나 형해화됐다는 기준을 법원은 너무 엄격하게 보는 것은 아닐까? 관리소장의 업무에 대해 부당간섭 배제 조항을 둘 정도로 현장의 고충은 심각한 편이다. 입주자대표회의와의 관계에서 위·수탁 관리계약상 수탁자에 해당하는 관리회사가 아파트에 관리소장 등 직원을 소개하는 정도의 수고비로 수수료를 받는 것이 아닌 진정한 관리주체로 거듭나려면 입주자대표회의가 함부로 월권할 경우 사용자로서의 책임까지 함께 진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나치게 엄격한 법원의 입장이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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