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장수명 주택 기본설계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설명한 가이드라인을 설계 및 학술, 건설 주요 관련기관에 배포하고 비용절감형 장수명연구단 홈페이지 등에 실었다. 2014년 9월부터 장수명 주택에 대한 연구가 시작돼 3년 반이 경과한 시점에서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해 장수명 주택의 기본설계를 위해 기초가 되는 내용을 중심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주택의 보급률이 100%를 초과한 현재에도 주택은 여전히 거주자의 개별성과 이사에 따른 사용자 변화, 생활양식(Life style)의 다양성과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의 가변성이 빈약한 설계를 하고 있다. 더구나 수명이 짧은 전용설비를 철근콘크리트 구조체나 경량콘크리트 속에 묻어 점검하기 어렵고 낡거나 고장이 났을 때 교체가 어려운 설계와 공법을 답습하고 있다. 사용이라는 관점에서 공용부분과 전유부분 설비 분리의 불명확성, 상층 화장실의 오수 및 배수배관의 아래층 천장 설치 등 사용·관리와 설비의 배치관계의 잘못된 설계 및 시공관행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수명이 짧은 설비노후와 가변성 없는 설계관행은 사용과 유지관리를 어렵게 함으로써 주택수명 저하와 장기거주를 저해하는 원인으로 작용해 왔다. 구조체의 수명저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설비와 내장 등의 교체나 공간 재구성의 어려움으로 유지관리나 리모델링하기 어려워 성능저하상태를 유지하거나 수명연장이나 공간 재구성 없이 조기 전면철거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재산증식이라는 측면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오히려 재건축을 위해 유지관리와 리모델링을 등한시하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유지관리와 개수형 리모델링을 등한시하고 재건축을 하는 건축적인 원인의 하나로 장수명 주택의 개념을 적용한 설계가 이뤄지지 않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로 인해 현실적인 유지관리와 개수형 리모델링이 어려워졌고, 물리적인 장수명화와 기능적인 장수명화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한다.

건설업체에서는 일반 주택에 비해 장수명 주택 건축비가 20% 증가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우수등급이나 최우수등급의 경우는 물론 양호등급에 대해서도 건설을 기피하고 있으며, 현재 건축하는 일반주택보다 조금 더 수준이 높은 일반주택의 의무규정만 지키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업계에서도 장수명 주택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으나, 건축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로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로는 양호등급은 일반주택에 비해 2~3% 정도의 비용 상승 요인이 있으며, 우수등급이나 최우수등급의 경우에도 10% 정도 전후의 비용증가가 있을 것이라는 중간 결과를 갖고 있다. 성과는 현재 실증건설 중인 실증동이 시공된 후 보다 정확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연구와 실증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 설계사무소의 노력으로 지난해 양호등급 인증을 받은 단지가 있다. 일반적으로 법적 의무사항인 10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 신축단지를 신축할 경우 일반등급을 취득하는데 그친 것과 대비가 된다. 결국은 설계자, 시행사나 건설사의 인식전환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시행사나 건설사의 사업을 위한 설계를 하는 설계사무소의 경우는 새로운 독자적인 방향과 의견 제시는 쉽지 않다. 건설시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업체의 경우 미래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미래가치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당장의 이익이 없는 사업에는 법적인 최소규정만 지킬 뿐이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최우수등급과 우수등급에 대해 부여한 건폐율과 용적률 인센티브 115/100는 비용증가와 비교해 이익이 없다고 보는 것이 현재의 인식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정부에서는 기술개발을 시행했고, 공급자와 사용자 등의 여러 측면에서 다각적인 인센티브에 대해 연구가 진행 중이다. 아울러 중간 성과로 건축적인 측면에서 장수명 주택에 대한 이해와 설계를 위한 참고자료로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목적은 건축분야의 실무자를 대상으로 현재 일반적인 벽식 구조 공사비 수준으로 양호등급 장수명 주택을 건설할 수 있도록 기본설계기법을 제시해 설계를 위해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기반 역할을 하도록 하는데 있다. 아울러 건축분야 실무자들이 장수명 주택 개념을 이해하고 구조, 기계설비, 전기설비 분야의 계획과 설계 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며, 기본 설계 시에 성능, 기술, 비용을 고려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범위는 신축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하며, ‘장수명 주택 인증제도’를 기반으로 성능과 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의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계획, 구조, 기계, 전기부분으로 구분해 제시하고, 세대, 주동, 단지 등으로 확대되는 범위로 한다.

원칙은 100년을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을 가진 주택을 바탕으로 거주자의 다양하고 변화하는 삶을 바탕으로 생애주기 및 취향에 따라 내부공간을 거주자 맞춤형으로 할 수 있는 가변성 있는 평면, 배관과 배선 등의 점검, 수리, 교체가 용이해 시간이 흘러도 새 집과 같은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주택이면서 기존 주택 건축비와 유사한 수준으로 건설할 수 있는 주택의 비용절감기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설계기법에 대해 17가지 사항을 실증단지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예시로서 실증단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장수명 주택의 기본설계 가이드라인은 장수명 주택의 기본설계를 위한 방향과 원칙을 기반으로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법을 제시하고 있다. 장수명 주택 설계 시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따라가면 비용절감이 가능한 장수명 주택의 설계가 업계에서 생각하는 만큼의 건축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장수명 주택의 설계가 아주 특별한 많은 기술적 요소를 포함하지 않아도, 반드시 최우수 등급이나 우수등급에 이르지 못할 지라도 양호등급 정도는 큰 비용 소요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주택의 문제점을 개선한 합리적인 설계가 장수명 주택에 이르는 길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비용을 고려한 합리적인 구조체 설계에 다양한 설비와 내장의 부품화, 구성방법, 그리고 시공공법의 합리화가 곧 장수명화를 가능하게 하고, 설비와 내장의 적용수준에 따라 주택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장수명 주택 기본설계 가이드라인이 장수명 주택의 이해와 더불어 설계와 보급을 위한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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