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최근 몇 년 사이에 발생한 각종 화재사건, 층간소음에 의한 살인사건 등 소음이나 담배연기 등의 층간냄새, 지진 등으로 많은 피해가 나거나 다중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건이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불특정다수가 함께 사용하는 구분소유 건축물일 경우 이웃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

신축 건축물에서도 유사한 사건들은 발생하지만 기존 건축물이 신축건축물보다 취약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기존 건축물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개선방안이나 대처방안이 신축건축물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 이후 공동주택은 각종 성능이 도입되고 최근에는 내진성능과 에너지 성능이 한층 강화됐다. 그 결과 최근에 건축된 건축물일수록 성능이 강화되고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최근 포항 지진 이후로 주택의 내진성능에 대해 거주자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확인하는 경우가 보도되기도 했다. 

현재 주택법 제39조에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호수 이상의 공동주택은 신축 시에 주택의 성능 및 품질을 입주자가 알 수 있도록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에 따라 공동주택성능등급에 대한 등급을 발급받아 입주자 모집공고에 표시하여야 한다’로 공동주택성능등급을 표시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 성능은 5가지 범주로 경량충격음·중량충격음 등 소음 관련 등급 5가지, 리모델링에 대비한 내구성·가변성·수리용이성 등 구조 관련 등급 4가지, 조경·일조확보율·실내공기질·에너지절약 등 환경 관련 등급 27가지, 방범안전·커뮤니티시설·사회적 약자 배려 등 생활환경관련등급 14가지, 화재·소방·피난안전 등 소방 관련 등급 6가지 등 56가지 성능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신축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대통령령으로 현재 정하고 있는 호수는 1000세대다. 대규모 단지가 대상이며, 그 이하는 제외돼 있다.

주택성능등급표시제도는 2004년 10월 의원입법으로 주택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 2005년 1월 8일 법률 제 7334호로 공포됐다. 제안이유는 주택사업자로 하여금 주택을 공급할 때 성능등급표시제를 도입해 공동주택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입주자에게 충실하고 정확한 주택정보를 전달하려는 취지였다. 주택소비자가 입주하고자 하는 주택의 품질과 성능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파악한 후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주택건설사업자에 대해서는 포상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우수한 자재를 사용하게 하고 신기술 개발 및 양질의 주택생산을 유도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2005년 1월 8일 신설, 2009년 2월 3일자로 전문 개정돼 시행됐으나, 2012년 2월 12일자로 삭제됐다. 2013년 12월 24일 다시 신설됐지만 녹색건축물조성지원법에 따르는 것으로 통합 시행으로 바뀌어 부분 성능항목의 개정과 더불어 오늘에 이르게 됐다. 이렇듯 녹색건축물 관련제도가 국가의 정책기조가 됐을 당시에 폐지됐다가 우여곡절 끝에 녹색건축조성지원법에 따르는 것으로 애매하게 변화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여기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성능(Performance)이란 목적 또는 요구에 대응해 물건이 발휘하는 능력을 의미하며, 물건의 성질·성능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의미하는 품질(Quality)과 구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성능은 품질의 일부분으로 볼 수 있으며, 주택성능등급표시제도에서는 주택이 가지고 있는 개별성능의 종합적인 것을 나타내는 성능의 집합으로서 품질을 표시하는 것이 주택성능등급표시제도인 것이다. 그래서 주택성능등급표시제도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5가지 성능범주를 다루고 있는 것인데, 그 성능 가운데 일부에 해당하는 소위 ‘녹색성능’을 다루고 있는 녹색건축조성지원법에 따라 주택성능등급표시제도가 운영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은 것이므로 근본취지에 따라서 녹색성능보다 훨씬 넓은 주택의 모든 성능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주택성능등급표시제도가 별도로 독립하고 그 하부에 녹색성능이 위치하는 것이 이치에 합당하다. 이러한 위계가 바로서야 그 다음에 그에 따른 다른 제도-녹색건축인증제도, 장수명 주택 인증제도, 제로에너지 인증제도, 방범에 관련된 셉테드 제도(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인증제도 등도 새롭게 재편될 수 있고, 새롭게 필요한 성능부문도 편입할 수 있다. 주택성능등급인 만큼 주택에 관련된 모든 하위 성능제도들이 주택성능등급표시제도로 일원화된 제도 속에서 소비자의 명확한 알권리에 대한 제공과 이를 인증·평가하기 위한 업무들이 하나의 틀 속에서 편리하게 처리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구체적인 내용이나 절차·과정들은 종합적·단계적으로 협의와 합의를 거쳐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신축성능등급표시제도가 정리되는 것과 더불어 기존 공동주택과 리모델링에 대한 성능등급표시제도도 검토가 필요하다. 기존 주택 1000만호 시대, 공동주택 800만호 시대에 기존 주택에 대한 재고관리차원이나 거주자들에게 자신이 거주하는 공동주택의 성능을 알려줘 거주자들의 알 권리를 제공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2000년 이후 사회여건의 변화, 새로운 기술의 개발,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이나 화재와 같은 사건·사고의 결과로서 또는 정부의 정책변화에 따라서 건축기준은 계속 급속하게 변화·발전돼 왔다. 최종 성능의 결과물로서 주택의 품질이 결정되고 있는 것인데, 시간의 경과에 따라서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으므로 주택거주자들은 그 내용을 알기 어렵다. 이러한 급속한 변화는 건축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전체적인 정보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고, 더구나 그 내용을 잘 모르는 일반 거주자들의 경우는 더욱 알 길이 없으며,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불안감마저 가질 수 있다. 정보의 비대칭을 극복하기 위해서 혹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양호한 재고관리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항상 사고나 사건이 생기면 매뉴얼을 갖췄는지, 제대로 대응했는지에 대해 사후 책임여부나 처벌이라는 방향이 우선하고, 그 후에 건설되는 건물에만 성능향상이 적용되는 것이다. 이러한 해결방법 자체가 방향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기존건축물은 건설 당시의 기준이나 성능을 만족시키는 수준에서 건설했기 때문에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성능불만족 혹은 현재 기준 부적격의 건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성능의 현실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 거주자에게나 재고를 관리하는 정부의 입장에서도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한다.            

리모델링의 경우도 기존부분과 신축되는 부분이 공존하고 있고, 리모델링 자체가 재산증식이라는 측면과는 별개로 물리적인 성능개선이라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평가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동일한 평가기준과 체계에 의한 성능의 현황과 더불어 리모델링 후의 성능개선 정도를 등급으로 표시할 필요성이 있다.

재건축의 경우도 신축과 동일하다. 업체에서는 항상 최고의 품질을 앞세운다. 그런데 많은 그동안의 주택성능등급표시제도나 각종 인증제도를 통해서 보면 최고를 추구한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표피적인 것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정작 필요한 성능은 법규에서 규정한 최저기준만을 만족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법규는 최고기준이나 바람직한 기준이라기보다 최저수준을 규정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것만 지키고, 그 이상은 실제로 실현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주택성능등급표시제도를 최상위 제도로 해 신축의 경우는 대상을 확대하고, 기존 주택이나 리모델링 주택의 경우는 새롭게 도입하는 것에 대해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것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주택은 상품이기 전에 사람이 안전하고 안심하고 쾌적하고 편리하게 거주하는 기본적인 공간으로, 거주자가 성능을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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