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이달 초 스마트 홈, 스마트빌딩, 스마트 타운 사례조사를 위해 일본을 답사했다. 스마트 홈, 스마트빌딩, 스마트시티 등의 말들이 최근 화두로 떠오르면서 연구 목적의 벤치마킹을 위한 조사의 일환이었다. 견학이 가능한 사례로서 공공과 민간협력을 통해 스마트시티 사업을 추진한 우라와미소노 도시디자인 센터(UDCMi)와 민간기업 주도의 컨소시엄으로 조성된 후지사와 SST(Sustainable Smart Town)의 스마트 홈 모델하우스와 타운, 학계와 공공 및 민간의 협력과정을 통해 환경, 에너지, 신산업 창출 등을 고려한 카시와노하 스마트시티에 한정했기 때문에 이것이 스마트 홈이나 스마트 빌딩과 타운의 전부라고 할 수 없고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다만, 사례를 통해서 스마트시티의 이미지와 기술이나 사고방식, 건축적인 부분에서 어떤 방향과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인지가 필자의 주된 관심거리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4차 산업혁명이 주요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IT용어사전에 의하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컴퓨팅, 모바일 등의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첨단정보통신기술을 중심으로 초연결과 초지능을 특징으로 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으로 정의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대기업과 대형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스마트 홈에 대한 많은 정보와 기술들을 쏟아내고 있다. 스마트 홈 관련 시장동향 및 업체별 사업전략 등에 관한 책들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2015년 국내 스마트 홈 시장은 10조원을 돌파했고, 2019년까지 연평균 20%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스마트 홈은 많은 부분 사물인터넷 기반의 서비스 및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동안 발전해온 홈 네트워크 시스템을 확장시켜 모바일기기와 가정 내 가전기기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동해 시공간을 초월한 공간과 기기의 제어가 중심이다. 조명, 냉·난방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제어, 가전기기, 보안(홈 시큐리티), 자동화(홈 오토메이션), 브라인드제어, 자동차 출입시스템, 건강서비스 등 이미 부분적으로 개발돼 온 제어시스템들의 통합을 통한 지능형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스마트 홈의 정의는 국가나 기관이나 업체 등에 따라서도 약간씩의 차이가 있다. 구글에서는 원격으로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제어할 수 있는 전자설비, 기기가 구축돼 생활의 편의를 제공해 주는 주거공간으로 정의한다. MIT에서는 거주자의 사용 경험을 쉽게 축적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스마트리빙 공간으로 정의한다.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에서는 인간이 거주 및 생활하는 공간 및 기기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편리, 안정, 즐거움, 경제 등의 가치를 제공해주는 기술 및 서비스 환경으로 정의한다. 이처럼 처한 환경이나 기술수준에 따라 정의나 개념의 차이는 있으나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전자기기와 설비 등을 통해 생활편의를 지원하고 서비스를 제공해준다는 관점은 일치한다. 다분히 정보통신기술과 설비 및 기기의 시스템 구축과 제어 중심적인 사고방식이다.

정보통신과 제어를 바탕으로 하는 스마트기술은 주택의 기반을 이루는 구조체와 공용설비를 중심으로 하는 서포트 시스템, 개별 전용설비와 내장 등을 중심으로 하는 인필 시스템, 에너지, 환기, 채광 등의 성능과 디자인 등을 담당하는 외장 시스템 등이 충분히 잘 설계돼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3가지 건축 및 설비시스템 속에는 지금까지 증가돼온 지구환경부하를 줄이기 위해 발전돼온 주택성능과 CO₂ 배출을 줄이기 위한 건축시스템(패시브 시스템)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건축시스템이 기반이 돼야 한다. 아울러 정보통신기술과 공간구축기술은 상호 보완관계 속에서 이뤄져야 하며, 공간구축기술과 동떨어진 정보통신기술만으로 특화된 기술은 의미가 낮아진다. 

여기에는 사회의 변화나 인구구조 변화의 중심인 저출산 고령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동시에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정보통신제어기술이 정교하고 종류만 많으면 스마트 홈이나 시티가 될 것이라는 사고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꼭 필요한 기술이 필요한 사람에게 사용돼야 하는 것이지 실생활에 필요한 기술이 아니면 아무리 고도화되고 서비스의 종류가 많아도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공간의 관계를 지원해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일본의 사례에서 느꼈던 것은 스마트하우스에서 정보통신기술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기술시스템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스마트기술시스템과 에너지를 관리하는 시스템(HEMS)이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재해에 대비한 안전과 피난 및 임시 생활 대비를 위한 단지시스템의 구축, 태양광발전을 위한 설치위치와 지붕디자인,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공간의 설계(예를 들어 ‘세탁-건조-다림질-수납’의 일체화와 같은 공간시스템) 등 건축과 설비와 정보통신기술을 통합해 생각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지속가능한 사회구축을 위한 지속가능한 주택기술과 고령화 사회에 필요한 기술의 통합, 일터와 커뮤니티의 활성화 등 기존 사회발전의 연장선상에서 스마트하우스나 타운을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스마트하우스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원전사고에서 계획정전이나 전력부족을 계기로 해 CO₂ 배출량을 줄이는 지구환경보호에 더해 재해 시의 에너지 자급자족이라는 측면에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지역의 관계, 건축공간과 설비와 정보통신의 3가지 기술의 융합의 측면 등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현하고 보다 사람의 편리성과 쾌적성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서 생각할 필요성을 느꼈다.

적어도 건축분야에서는 4차 산업혁명도 결국은 인간을 위한 수단으로써 필요한 것인 만큼, 인간중심의 정보통신기술이어야지 기술우위의 기술, 기술을 위한 기술은 아닌 것처럼 생각한다. 스마트 홈과 건축을 바탕으로 한 분야에서는 정보통신기술도 기존의 지구환경부하 저감이라는 큰 흐름은 유지하고, 기존의 자원절약과 인간의 편리성과 쾌적성 증진을 위한 건축시스템과 에너지 절약시스템과 관리시스템 등의 지금까지 이룩해 놓은 발전된 시스템 위에서 고도화를 위한 기술로 발전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건축에서는 정보통신기술만 독립적으로 발전하기보다는 기존의 분야와 융합 속에서 스마트 홈이 발전돼야 한다. 건축이나 주택은 인간의 생활을 위한 기본적인 터이기 때문이다. 건축이나 주택은 스마트한 시스템이 목적이 아니라 사람이 살기 편하고 쾌적한 공간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스마트 홈은 단순히 스마트기술시스템만이 고도화돼 설치된 주택이 아니라 그야말로 지금보다 주택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더 발전된 주택을 스마트 홈으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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