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국토교통부에서는 지난달 ‘기존 공동주택 세대구분 설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주택법 및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기존 공동주택을 세대구분해 활용하기 위한 길라잡이 성격’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기존 주택의 내부공간의 일부를 세대별로 구분해 생활이 가능한 구조로 설치행위를 하고자 할 경우 공사내용의 범위와 공사 유형별 행위허가 사항, 설치기준, 행정절차, 주차문제 해결방안 등을 제공한다’라고 돼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기존주택 세대구분형 공동주택의 개요(정의, 대상주택, 최소공간 요건, 활용용도, 세대구분이 가능한 주택구조), 세대구분 설치기준(공사범위, 행위허가기준, 구조안전 설치기준, 소방안전 설치기준, 계량설비 분리기준), 추진 행정절차, 주차장 운영기준, 첨부자료로 구성돼 있으며, 상세하게 설명돼 있다.

이에 앞서 2012년 5월 14일부터 시행된 세대구분형 아파트 사업계획승인 업무처리 지침은 신축아파트를 대상으로 ‘세대구분형 아파트(일명: 멀티홈)’아파트에 대한 건설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이보다 한해 전에 같은 내용의 아파트는 85㎡ 초과 아파트를 30㎡ 이하로 분할해 임대한 경우에 한해 허용했으나, 세대구분형 아파트 건설 활성화 차원에서 규모제한을 없애고, 14㎡ 이상으로 구획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부터 세대구분형 아파트 내 임차가구의 설계 및 설비기준을 마련하고 독립된 현관, 1개 이상의 침실, 개별부엌 및 샤워시설이 구비된 개별 욕실 설치와 필요시 주택을 통합사용할 수 있도록 세대 간 통합 가능한 연결문을 설치하고 가스, 전기, 수도 등에 대한 별도의 계량기를 구비하도록 했다. 부대·복리시설 및 주차장 설치 의무를 면제하되, 임차가구의 수 및 전용면적이 각각 전체 세대수 및 전용면적의 1/3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시·군·구청장이 판단해 주차난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60㎡ 이하 세대구분형 아파트는 임차가구당 0.2대 이내에서 주차장 설치를 의무 부과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2016년 8월 12일자 주택법 개정과 관련한 동시행령 전부개정 시에 주택법 제2조 제19호에서 세대구분형 주택의 정의가 규정되고, 동 시행령 제9조(세대구분형 공동주택)에 지침의 내용이 담겨있다. 연결문 대신 경량구조의 경계벽도 가능한 것으로 돼 있다.  

이 기준과 가이드라인은 대학생, 독신자, 고령자 등 1~2인 가구의 증가에 따른 대책의 하나로서 신축 아파트를 대상으로 해 먼저 지침이 만들어지고, 이에 대한 연장선상에서 주택법에 신축기준이 규정되고 올 7월에 기존 공동주택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시행된 것이다. 기존 아파트에서도 세대구분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수요에 따라 현행 법규와 공간적·물리적 조건을 충분히 검토해 만들어진 것일 것이다.

1980년대 중반에는 중·대규모 아파트에서 3대 동거형 아파트가 서울 목동, 상계동, 부산 구서동 등에서 건설됐으나, 실제 사용과정에서 부분임대로 사용되는 실태를 반영해 대한주택공사연구소에서 부분임대형아파트로 개발·제안됐다. 이때 현재 세대구분 아파트와 같은 공간적·기술적 조건들이 제시됐다. 이를 바탕으로 1990년대 중반에 일부 건설되다가 사라진 후 1~2인 가족의 증가와 함께 정부의 기준 제정 이후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축인 경우는 처음부터 세대구분에 필요한 조건과 기준을 설계와 시공에 반영하기가 쉽지만, 기존의 일반 아파트의 경우에는 1세대 거주를 기반으로 한 조건과 기준을 반영해 설계와 시공이 이뤄져 있기 때문에 2세대 거주를 위한 세대구분형 주택으로 분할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가이드라인에서는 구분세대의 최소공간 구성요건과 최저주거면적 기준을 만족하는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세대구분에 필요한 설치기준, 행정절차, 주차장 운영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최소면적과 공간 구성요건을 만족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세대구분이 가능한 주택의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기본적인 기준과 행정절차가 필요하다보니 모든 관련 사항을 검토할 수밖에 없고, 공간적·물리적으로 가능한 아파트여야 하는 조건을 감안하면 이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수 있는 대상 공동주택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내용이 복잡하고, 행정절차가 많으며, 시공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세대구분에 따른 절차 등 업무와 공사비용 대비 수익과 사용의 불편이라는 점의 판단에 따라 세대구분 공사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에서 이 가이드라인 자체의 내용이나 절차, 실용가능성 등에 대해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기존 공동주택이 가지고 있는 생활의 다양성과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수용력의 한계가 큰 측면에서 미래를 대비한 공간 구성 계획에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점이다. 아파트의 거주공간(unit)이 가지는 수용력이란 거주자가 살면서 라이프 사이클 상에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족의 구성변화 더불어 사회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생활하는 형태나 모습, 의식과 요구 등이 변화한다. 이에 따라 거주공간도 변화할 수 있어야 한 집에서 간단하게 개조해 생활에 맞는 적절한 공간으로 변화해 사용할 수 있다. 오랫동안 거주해 노인이 됐을 경우에도 노인이 생활하기에 적합한 주거로 재탄생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화장실의 크기 변화, 부엌의 위치변화, 나아가서 세대구분까지 고려하고, 노인의 생활에 편리한 공간으로의 변화까지 대응성이 있다면 더 좋다. 이것이 소위 고령화 사회에서 자기 집에서 평생살 수 있는 ‘평생주택(lifetime homes)’이나 익숙한 생활공간에서 고령자가 자기 집에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는 주거공간 (Aging in place)이 되는 것이다.  

또한 거주자가 바뀌어 다른 사람이 이사를 오면, 전에 거주하는 사람과 다른 가족구성이나 생활패턴이 있을 수밖에 없어 이사 온 가족에 맞는 공간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건설해 온 대부분의 아파트는 이러한 점에 대해 설계상의 고려가 없었다. 따라서 기존 공동주택은 변화대응 수용력이 매우 빈약하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공간의 재구성이 어려운 구성으로 돼 있다는 의미이다. 대량공급시대에 그 당시의 상황에만 충실하고 적합한 공간의 구성방법 설계와 시공이 가져온 결과다. 기존주택의 건설 당시에는 주택부족으로 지으면 팔리는 시대였다. 미래를 대비한 개념이란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질 때가 됐다. 급격한 사회변화, 인구변화, 가족변화에 따라 주택도 변화해야 한다.

주택은 사람과 공간의 대응관계를 중시하지만 변화를 염두에 둬야 한다. 그래서 건설 당시 사람의 행위, 의식, 요구,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계획하고 설계하고 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물이 존속하는 동안 기본적으로 변화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최근의 변화상황을 보면서 더욱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변화에 대응할 수 없으면 그대로 살거나 새로운 주택을 찾거나 공간개조를 위해서 많은 비용을 수반해야 한다. 신축하는 주택이 계속 생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은 주택여건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재고주택의 한계는 그렇다고 치자. 현재도 또 앞으로도 신축하는 아파트, 재건축 아파트에서 지금과 동일한 방식으로 계속 답습할 것인가? 미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수용력이 높은 주택으로 전환할 시점이 됐다.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수용력이 큰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도록 사고가 전환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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