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섬’ 일본 오사카 프라자 우타지마(PLAZA 歌島) 관리조합 방문기(1)/ 김정인 한국주택관리협회 전문위원

40년 넘은 일본의 전형적 맨션
주요사안 전문부회서 논의
입주 후 화재·도난사고 전무
커뮤니티 활동…지역연계 운영

프라자 우타지마 맨션 전경 <사진제공=한국주택관리협회>

일본의 맨션을 방문해 관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겨 다녀왔다. 일본 최대의 호수 비와코(琵琶湖)에서 출발해 오사카(大阪) 시내를 거쳐 오사카 만(灣)을  흐르는 요도가와(淀川)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가을 초입의 화창한 날씨 분위기와도 잘 어우러지는 ‘프라자 우타지마’라는 이름의 맨션이었다. 올해로 40년이 넘은 이 맨션은 30년 이상 거주하는 세대의 비율이 63%(평균 거주년수 29.7년), 60대 이상의 거주자가 약 46%(70대 이상 약 29%)로 건물의 노후화, 거주자의 고령화라는 두 가지 노후화 문제를 안고 있는 일본의 전형적인 맨션의 모습이다.

처음 안내받아 들어간 곳은 맨션 내 유일한 회의공간이었다. 20명이 넘는 방문자가 한꺼번에 방문한 적은 별로 없었을 텐데 예상되는 혼잡을 피하기 위해 도서공간으로 추정되는 입구의 작은 방에 돗자리를 깔고 이사회 분들의 신발을 가지런히 올려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그 다음에 눈에 들어온 광경은 우리를 맞이한 이사회 임원들이었다. 12명의 임원 중 11명이 참석했고 이 맨션의 위탁관리를 맡고 있는 관리회사의 대표자를 비롯해서 본사의 담당자, 현장의 관리매니저 등 총 세 명이 배석했다.

프라자 우타지마 관리조합 조직

일본의 맨션관리는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구분소유법에 근거해 관리조합을 구성하고 총회에서 각종 관리사안을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건물의 안전을 위해 건축물의 법정 점검을 실시하는 것 이외에 정부나 지자체에서 단지의 관리를 감독하거나 행정지도를 하는 일은 없다. 다만 맨션관리의 적정화 추진에 관한 법에 따라 관리조합이 수행하는 관리에 대한 정보제공, 지원을 할 의무만이 있고 관리조합이 활용하는 맨션관리업자나 맨션관리사 등  등록제도 등의 운영을 할 뿐이다.

맨션관리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맨션관리조합의 이사회 임원과 맨션관리회사에서 환대해주니 프라자 우타지마의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프라자 우타지마는 4개동(7~8층), 480세대인데 일본 맨션의 평균적인 세대 규모인 100세대를 훨씬 넘는다. 맨션관리업무수행을 위한 조직구성을 살펴보니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몇 가지 눈에 띄었다. 단지총회가 가장 상위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그 아래에 이사회가 있고 관리의 주요사안을 미리 논의하는 전문부회(部會)를 두고 있다. 단지총회에서 개최하는 집회를 통해 선출된 이사회 임원은 관리조합을 대표해 관리업무를 수행하지만 중요한 사항의 결정은 단지총회에서 이뤄진다.

또 한 가지 특징이라 여겨지는 것은 커뮤니티와 관련된 활동을 담당하는 위원회를 관리조합의 조직으로 두지 않고 지역연계 차원에서 별도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방재, 방범 또한 마찬가지인데 지역사회 내에서의 공동체 형성을 통해 지진 등의 대규모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협력해서 극복해 나가는 일본인의 특성이 잘 반영된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공동주택 단지마다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하지만 커뮤니티의 목적이 작게는 공동주택에서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지만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해 인적 안전망을 형성하는 것에 더 큰 목적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40년 전에 분양한 맨션이지만 1층 세대는 전용 마당을 가지고 있다. 전용 마당은 분양 당시부터 계획됐고 공용부분이지만 각 세대에서 월 800엔의 저렴한 비용을 지불하고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다이타카(田井中) 이사장의 안내로 단지 외곽을 돌아보니 세대마다 자신들의 방식대로 정원을 가꾸고 있었다. 정원 관리 중인 한 세대의 어르신이 손을 흔들어 반갑게 맞이해주는 걸 보니 경비계약을 하지 않고 CCTV로만 보안을 하고 있다는 이사장의 설명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다. 1층 주민과 이사장이 주고받는 눈인사 하나만으로 이 맨션의 관리가 얼마나 차분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참고로 맨션 입주 후 40년 동안 화재나 도난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단지 외곽에 입주자들이 직접 식재한 꽃에 대한 평가를 받고 싶다며 조심스럽게 자랑하던 이사장은 넓은 기계실을 주민의 커뮤니티 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계획하고 싶다는 포부도 알려줬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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