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부동산 시장 상황과 이를 바라보는 정책 당국의 시각과 대응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24일에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통해 전방위적 돈줄죄기에 나서면서 부동산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부동산건설업계는 시장이 위축될까 걱정이 크다. 일반인들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파트는 거주 공간, 그 이상이었다. 어느 정도 오래된 아파트 소유자들은 다시 짓는 재건축에 더 관심을 가졌다. 사실, 재건축 문제는 공동주택 관리와 밀접하다. 입주민들은 아파트를 오랫동안 잘 관리하는 것보다는 재건축 등에 큰 관심을 가졌고, 상대적으로 공동주택 관리 분야는 가벼이 취급되는 경향이 있었다.

우리와 달리 일본은 아파트의 관리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일본의 장수명화 관리가 가능한 비결은 뭘까. 마침 한·일 양국 공동주택 관리 정보교류를 위한 의미 있는 만남이 일본 오사카에서 있었다.

한국주택관리협회,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등 국내 공동주택 관리 주요 단체 구성원들과 일본맨션학회가 지난달 19일부터 21일까지 공동으로 일본에서 세미나도 열고 현지의 관리단지를 방문하고 의견을 나눴다. 이번 교류에서 한국의 방문단은 몇몇 부분에서 충격을 받은 듯하다. 일본의 아파트 관리에 대한 노하우와 자세 때문이다.

세미나에서는 일본 맨션에서의 관리 비용과 수선적립금 현황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우선 우리나라의 장기수선충당금에 해당하는 수선적립금이 많다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일본 맨션의 월평균 수선적립금이 24평 정도에 대략 우리 돈으로 10만원이 넘었다. 일본측 발표자는 “일시부담금의 갹출에 대해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대규모 수선이 이뤄지지 않은 채로 노후화되는 맨션에 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구입 후 비용지출을 가능한 한 억제하는 측면에서 수선적립금이 낮을수록 좋은 것은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장기수선충당금의 적립에 인색한 우리 실정과 비교할 때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또, 이번 현지 방문에서 크게 눈길을 끌었던 것이 오사카 프라자 우타지마 맨션의 관리 실태였다. 이 아파트는 7~8층 크기 4개동 480세대가 거주하는 크지 않은 단지다. 1975~6년에 입주했다고 하니 42년이 넘은 곳이다. 이렇게 오래된 아파트가 공실이 전혀 없는 상태인데다가 거주자의 65%가 40여년 전 입주 때 들어온 사람들이고, 소유주가 450세대나 되며 임차인은 30세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향후 31년인 2048년까지 장기수선계획이 수립돼 있고 100년 유지를 목표로 장기수선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우고 대규모 수선공사를 하고 있단다. 관리 계획 기간도 놀랍고, 이런 거주 분포 구성도 놀랍다.

이들에게 집은 이득의 대상이 아니라 그냥 ‘사는 곳’이다. 한국의 입주자대표 등 방문단은 우리와 크게 다른 이들의 자세에 크게 감명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마치 주택과 관련한 깊은 철학을 갖고 있는 사람들 같았다”라는 말도 전한다.

사람이 나이 들며 건강을 걱정하듯 집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관리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노화’다. 건물의 노후화와 함께 거기 사는 주민들도 고령화가 함께 진행된다. 그렇기에 일본처럼 장기수선충당금 적립에 대한 열린 자세와 관리의 전문화가 더욱 필요하다. 전문가에 의한 치밀한 관리방식에 일찍 눈뜬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큰 본보기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랫동안 살기 좋은 아파트다. 이를 위해서는 공동주택 관리 분야가 지금보다 훨씬 우대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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