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아파트 사례로 본 ‘장충금 부족’ 논란] 공사 시급해 대폭 인상···입주민들 ‘부담’

안양 노후아파트
배관 교체공사 앞두고
장충금 세대당
5만원 이상까지 인상 계획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아파트가 노후되면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유지·보수 등을 위한 공사를 실시하게 된다. 그런데 많은 아파트들이 장기수선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거나 장기수선충당금을 제때에 알맞게 적립하지 못해 정작 공사가 필요한 시기가 닥쳤을 때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 안양시의 경우 지은 지 20년 이상 지난 동안구 평촌 일대의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을 중심으로 노후 배관교체 공사 등이 이어지고 있다.

세대에 배포된 배관 교체공사 설문지.

A아파트(800세대) 입주자대표회의는 이 아파트 공용배관(급수·급탕·난방) 노후화에 따라 최근 이를 일괄 교체하기로 의결했으며, 장기수선충당금의 한시적(2~3년) 인상 부과가 불가피해 입주민(소유자)들을 대상으로 노후 공용배관 교체공사 사업에 대한 동의와 배관 교체공사 연도(2019년 또는 2020년)에 대한 의견 조사를 위한 설문서를 배포했다.

안양 A아파트 승강기에 게시된 노후 배관교체공사 설문 협조안내문.

이 아파트의 노후 공용배관 교체공사 안내 게시물 등에 따르면 1992년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는 사용연수가 15년인 배관을 10년이 더 지난 24년 동안 사용하고 있어, 공용배관의 부식이 심하고 간헐적 누수로 긴급 부분교체 및 수리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먹는 물과 관련한 급수배관 및 급탕배관의 녹물 발생은 공용배관 교체공사의 시급성과 필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배관교체는 장기수선계획서에 반영해 추진돼야 할 사항인데, 이 아파트는 현재 미반영 상태로 대표회의 의결로 전문업체에 장기수선계획서 용역을 의뢰해 조정 추진 중이다.

문제는 노후 배관교체는 고비용(이 아파트의 경우 예상금액 약 25억원, 스테인리스 배관) 사업으로, 소유자들이 상당한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아파트의 2017년 말까지 장기수선충당금 적립 예상액은 9억8000만원 정도이고, 2018~2019년도, 2020년도 장기수선항목으로 사용될 예상비용은 각각 5000만원이다. 이 때, 안양시에서 보조금(급수 배관만 해당) 2억원(예상)이 지원된다 하더라도 배관 교체공사를 위해 아파트에서 추가로 적립해야 할 장충금은 2019년도 교체 시 13억8600만원, 2020년도 교체 시 14억3600만원이다.

이에 따라 800세대인 이 아파트는 입주민들에게 각 세대별로 전용면적에 따라 현재 1만7000원부터 2만3000원까지 부과되고 있는 장충금이 2019년 공사 시 4만원에서 5만원 이상까지 올라 5만7000원에서 7만7000원 사이로, 2020년 공사 시 2만원에서 3만원까지 올라 3만9000원에서 5만3000원 사이로 오르게 된다고 안내했다. 세대별 관리비에 부과되는 장충금이 갑자기 훌쩍 뛰어오르는 것이다.

이 아파트에 사는 입주민 B씨는 “배관 교체를 해야 된다고는 생각했지만 갑자기 매달 큰 돈을 내게 되니 너무 부담스럽고, 이를 2~3년 간 계속 내야 한다는 사실도 걱정이 크다”며 “여기 이사온 지 3년밖에 되지 않았고 오랫동안 살 것이란 보장도 없는데 솔직히 조금 아까운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입주민 설문 결과에 따라 전체 소유자의 58.7%가 공사에 찬성하고 이 중 68.7%가 2019년도 공사 실시에 찬성해 이 아파트 대표회의는 그대로 2019년 노후배관 교체 공사를 실시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세대마다 관리비 대폭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아파트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단지들도 시설 노후에 따른 교체 공사 등을 앞두고 갑자기 장충금을 대폭 인상하는 단지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장충금 적립액 부족 문제는 장기수선계획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오지 못했거나, 관리비를 최대한 적게 내길 원하는 입주민들이 많아 민원 등을 우려한 대표회의나 관리주체가 그간 장충금을 높게 부과하지 못한 이유가 큰 것으로 지적된다. 장충금에 대한 이해도 부족도 주요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안양 A아파트 사례와 대조적으로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는 형편이 여유로운 입주민들이 많아 처음부터 장충금을 많이 적립해와 아파트 유지·보수 공사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장충금 적립은 입주민들 형편에 따라 달리 할 요소가 아니라, 아파트 생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만큼 이뤄져야 할 것으로, 많은 입주민들의 공감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장충금 적립액 부족 등의 문제에 대해 안양시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새 아파트에 들어온 사람들이 장충금은 적게 내면서 10년 정도 새 건물을 편안하게 쓰고 나가면 노후아파트에 들어온 사람들이 안 좋은 시설을 쓰다가 금세 수선 공사가 필요해지면서 갑자기 큰 돈을 부담하게 돼 형평에 맞지 않다”며 “장충금을 계획에 맞게 아파트 초기부터 잘 모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어느 정도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동우씨엠 조만현 회장은 공동주택관리법령 시행 1주년 관련 본지 기획(제1161호 2017년 8월 14일자 게재)의 공동주택관리제도의 개선 방향에 대한 질의 답변에서 ‘장기수선계획 수립 및 적용의 현실화’를 거론하며 “현행 장기수선계획수립 및 장기수선충당금 적립, 장기수선공사 실시에 따른 공동주택관리법령 및 제도 등이 현실과 맞지 않아, 일선 공동주택에서 관련업무 처리에 많은 어려움이 상존하고 있다”며 “공동주택 관련 종사자 및 전문가들에 있어 보다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장기수선계획 수립 및 장기수선공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같은 질의 답변에서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임한수 법제팀장은 “공동주택관리법령에서 장기수선계획 항목을 단순화했으나, 수선유지 항목과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음에 따라 그 비용부담과 관련한 입주민 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장기수선충당금 과소적립으로 제때에 유지 보수가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건축물의 조기 노후화가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에 장기수선계획의 기준, 항목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고, 장기수선충당금의 최소적립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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