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장기수선 문제’ 관리전문가들 진단] “이해부족·불합리 제도 때문”

장기수선 교육 운영
불합리 제도 개선 촉구

[아파트관리신문=고경희 기자] 경기도에서 최근 관내 아파트에 대한 장기수선 분야 감사를 실시해 165건의 부적정 사례를 적발한 가운데 관리사무소 및 입주자대표회의의 장기수선제도 이해 부족과 합리적이지 않은 제도가 원인이므로 제도개선, 교육 등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관리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사용연수 10년 이상, 연간 공사 건수 2건 이상이면서 민원이 많은 관내 아파트 41개 단지에 대해 장기수선 분야를 집중적으로 감사한 결과 총 165건의 부적정 사례를 적발했다고 지난달 23일 밝혔다.

각 아파트는 사용검사 신청 시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가 매 3년마다 검토한 후 장기수선충당금을 적립해 계획대로 공사를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경기도는 시·군별 담당공무원과 관련 전문가로 민·관 합동감사반을 구성, 1~2개 단지를 선정해 장기수선계획의 조정과 이행, 장기수선충당금 적립, 공사 입찰 등의 적정성 등을 집중 점검했다.

점검 결과 장기수선계획 미이행 등 27건, 장기수선충당금 적립 및 사용 부적정 85건, 장기수선공사 집행 부적정 53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위반사항 중 장기수선공사 미이행 등 39건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고 나머지 장기수선충당금 부과 요율 미준수 등 37건은 시정명령, 입찰공고문 작성 미흡 등 89건은 행정지도 대상이다.

지적 사례를 살펴보면 A아파트는 장기수선계획상 2015년으로 계획된 소화펌프 보수 등을 아무런 검토와 조정 없이 공사하지 않았고 B아파트는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지출해야 할 어린이놀이터와 승강기 수선(와이어로프) 공사비를 관리비로 지출했다. C아파트는 총 공사금액이 4400만원인 현관 로비폰 교체공사를 하면서 이를 수의계약 대상인 300만원 이하로 분리 발주했다. D아파트는 관리규약상 장기수선충당금 적립요율 및 장기수선계획상 적립금액과 달리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임의로 의결한 금액으로 과소 부과하다가 행정지도를 받았다.

이 같은 점검 결과에 백원국 경기도 도시주택실장은 “장기수선계획의 검토와 조정 시 반드시 전문가 자문을 받도록 하고 조정내용을 시장·군수에게 신고한 후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공개하도록 하는 개선안을 마련하고 국토부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장기수선 부적정, 이해 부족이 원인

일각에서는 이 같은 장기수선 위반사례가 발생하는 사유로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의 등 관리 관계자들의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을 꼽았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30조는 장기수선계획 수립기준으로 승강기 및 인양기의 기계장치, 제어반, 조속기, 도어개폐장치는 10년마다, 와이어로프와 쉬브(도르레)는 5년마다 전면교체 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관리소장들이 장기수선적립금을 사용해야 하는 쉬브, 로프 교체공사를 장기수선대상이 아니라는 착오에 따라 관리비로 지출하는 사례도 있었다.

장기수선충당금 과소·과대 적립도 이전부터 관리감사 시 지속적으로 지적을 받아왔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31조 제3항은 장기수선충당금의 적립금액은 장기수선계획으로 정하고 해당 공동주택의 공용부분의 내구연한 등을 감안해 관리규약으로 정한 적립요율에 따라 적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공동주택관리법 제29조 제2항 및 제3항에 따르면 대표회의와 관리주체는 장기수선계획을 3년마다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관리주체가 조정안을 작성해 대표회의가 의결하는 방법으로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하거나 조정한 날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에 조정할 수 있다. 대표회의와 관리주체는 관리여건상 필요해 전체 입주자 과반수의 서면동의를 받은 경우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할 수 있다. 적립요율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관리규약을 개정해야 하고 관리규약 개정은 전체 입주자 등의 과반수 찬성 시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아파트에서 적립요율, 적립금액 변경을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로 진행할 수 있다고 오해해 관리규약 개정 및 장기수선계획 조정 없이 의결에 따라 수선충당금을 부과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기상 상황 악화, 시설 상태 양호, 자금 부족 등 장기수선공사를 계획대로 실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계획을 변경하기 위한 절차가 복잡해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그 사이에 법을 위반하게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는 고가수조 교체 공사를 하면서 장기수선계획서에 적립한 금액보다 더 많은 공사 금액이 지출됐는데 이를 조정하지 않고 진행해 과태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위탁관리업체인 우리관리 이상구 경영지원실장은 “행정청은 과태료 처분을 내리기 전에 장기수선계획을 이행하지 못하는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아파트에 소유자가 아닌 세입자가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장기수선계획 조정 시 입주자 등의 과반수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소유자의 동의를 받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리고 동의 과정에서 적기에 도래한 장기수선공사 미이행에 대한 지적을 받게 돼 불합리한 점이 있다”며 “관리주체가 입주민들에게 양해·동의를 구해 소유자 과반수 동의가 아니더라도 수선공사 이행 시기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기도에서 그동안 감사 결과 부적정 사례 적발 시 행정지도를 하는 것에 그쳤지만 이번 감사에서는 1000만원 등의 과태료를 부과한 것에 대해 “공동주택관리법과 사업자 선정지침이 과태료 부과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경기도 아파트에 근무한 주택관리사 E씨는 “최근 몇 년 사이 관리비리 단속 및 감사가 훨씬 더 강화되고 있으며 과태료 처분을 받는 단지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인데, 장기수선제도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단지가 과태료 통지서를 받게 될지 모른다”며 우려를 표했다.

주택관리사 E씨는 “백원국 도시주택실장의 방침처럼 장기수선계획 검토와 조정 시 전문가 자문을 받도록 하는 부분은 예산이 소요돼 지자체에서 공사의 적정성을 지원해 줘야 한다”며 “장기수선충당금을 적정 적립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가 소유자가 부담하는 관리비의 상승 우려로 대표회의가 적정 부과를 의결하지 않는 구조적 모순 때문이므로 국토교통부에서 최소적립기준 및 적정적립기준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장기수선계획의 중요성을 알리고 장기수선충당금 적정부과, 장기수선계획서 검토 및 조정실무 등이 현장에 잘 적용되도록 해야 함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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