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아파트공화국’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주택의 다수를 점한지 오래다. 이들 중 많은 곳이 노후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이 노후화를 대비한 것이 장기수선계획이다. 그리고 그 공사에 쓸 돈이 장기수선충당금이다. 최근 경기도는 도내 아파트에 대한 장기수선 분야 감사를 실시해 165건의 부적정 사례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부적정 사례가 많은 이유는 뭘까. 공동주택 관리 전문가들은 주요 원인의 하나로 ‘관리 종사자들의 이해부족과 불합리한 제도’를 꼽았다.

입주자대표회의를 비롯한 입주민의 경우 장기수선제도 자체를 알고는 있지만, 관리비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관심도가 낮다. 관리주체의 경우도 당장의 현안 업무로 인해 장기수선계획 분야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

하지만 장기수선계획 수립은 공동주택관리법상 의무사항이다. 장충금의 사용은 장기수선계획에 따르되, 사용절차는 관리규약으로 정한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31조 제3항은 장충금의 적립금액은 장기수선계획으로 정하고 해당 공동주택의 공용부분의 내구연한 등을 감안해 관리규약으로 정한 적립요율에 따라 적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공동주택관리법 제29조 제2항 및 제3항에 따르면 대표회의와 관리주체는 장기수선계획을 3년마다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관리주체가 조정안을 작성해 대표회의가 의결하는 방법으로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하거나 조정한 날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에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대표회의와 관리주체는 관리여건상 필요해 전체 입주자 과반수의 서면동의를 받은 경우 장기수선계획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장기수선계획은 아파트 수명연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어렵다. 기술적 특성 때문에 관리 현장에서 까다로워하는 분야다. 전문적 지식과 이해 부족으로 수선계획 수립·검토 등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때로 부실한 계획 수립과 관리로 이어져 시설물의 노후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중요성에 대한 인식 공유와 함께 관련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각 세대로부터 매월 일정금액을 걷어 적립하는 장충금은 입주민 입장에서 볼 때 ‘뜨거운 감자’다. 꼭 필요한 자금이지만 입주자에게는 혜택이 당장 체감되지 않아 달갑지 않은 세금과 같은 느낌이다. 노후화된 공용시설물이 계속 늘어날 경우, 그 교체 및 보수비용을 장충금으로 부담해야 돼 부담이 만만치 않다. 장충금의 ‘과소·과대 적립’ 문제도 논란이다. 관리감사 때마다 지적돼 왔다. 또한 장충금 증액으로 입주민들 간의 갈등과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제도적 개선 요구가 높다. ‘전면수선과 부분수선의 인정기준’에 대한 명확한 정의 등 법적 미비점 보강과 함께, 합리적 운용에 대한 지적도 많다. 당장 수립되거나 조정된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주요시설을 교체하거나 보수하지 않은 경우 과태료 1000만원 부과대상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관리비리 단속 및 감사’가 강화되면서 과태료 처분을 받는 단지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 현장에선 볼멘소리다. 관리업계에선 “공동주택관리법과 사업자 선정지침이 과태료 부과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관계 당국이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다.

“인생 100세 시대, 노후 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여유 있는 노후를 누리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철저히 준비해 나가자며 자주 하는 말이다. 아파트도 그렇다. 하루라도 일찍 ‘노후화’를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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