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층간소음' <10·끝> / 표승범 공동주택문화연구소 소장

공동주택문화연구소 표승범 소장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
예전 인기 있었던 유행가 가사 첫 소절이다. 이처럼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면 아무도 길 닦아주지 않고, 누구도 수도나 전기를 넣어주지 않는다. 일정 지역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살아야 정부에서 길도 닦아주고 수도나 전기도 넣어준다. 어디 그뿐인가. 관공서도 들어오고 대형할인마트와 같은 복합문화공간도 들어온다. 그럼 살기 편해져 집값이 올라 재산증식이나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이 가능해진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같이 살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각종 편의나 이익은 다 누리려 하면서도 같이 살면서 발생하는 불편은 조금도 감수하려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공동주택문화이다.
공동주택은 이처럼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사유재산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내 집이라고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너무 늦은 밤에 청소와 빨래 같은 일상생활을 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뛰는 것은 자제를 시켜야하며 반려동물의 배설물은 냄새가 나지 않게 잘 치워야 한다. 법적으로 자기 소유이며 헌법에 보장된 사유재산이니 자기 맘대로 하려면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혼자 살아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이웃에게 피해가 되는 일은 삼가야 한다. 그리고 층간소음에 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정부와 같은 공공기관에서 가이드라인을 잡아 알려야 한다. 그럼 층간소음 예방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1. 층간소음예방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이나 제품에 대한 지침(가이드라인)이 필요
층간소음의 70% 이상이 아이들이 걷거나 뛰는 소음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보폭이 짧고 불규칙한 행동패턴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어른보다 체중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어른이 걷는 소리보다 불쾌한 느낌을 준다. 이런 아이들의 층간소음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행동패턴을 따라 층간소음방지매트를 설치하거나 층간소음감소실내화를 신겨야 하며,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엔 아이들의 활동을 최대한 자제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실효성이 있는 다양한 층간소음 예방 제품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며 저출산 시대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경제적인 지원이나 보조가 필요한 실정이다.

2. 층간소음(소통) 전문가의 양성
층간소음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이것이 나만 당하는 억울한 일이라고 여기는 분노가 크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 빠른 시간 내에 찾아가 이들의 고통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이어지는 층간소음 문제는 상당부분 해소할 수가 있다. 실제로 서울시와 광주광역시는 이러한 이웃 간의 분쟁조정을 할 수 있는 기구를 운영해 효과를 보고 있으며, 필자의 연구소에서도 이런 문제해결 방안의 하나로 전국에 분포돼 있는 환경부 산하 녹색환경지원센터에서 각 지역의 공동주택 입주민을 대상으로 층간소음 전문가 양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을 수료한 수료생들은 자신이 사는 공동주택에서 층간소음 분쟁 발생시 빠른 시간 내에 방문을 해 이웃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교육의 초점이 맞춰져있다.

3.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정책방안 마련
지난 칼럼에서도 말했듯이 층간소음은 이웃이 누구인지 알고 그 이웃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사느냐에 따라 체감소음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바람직한 공동주택의 분쟁 해결을 위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이웃간에 소통하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문화를 만들도록 정부의 정책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예를 들어 반상회와 같은 모임을 부활시키고 같은 단지 내 입주민들이 다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구태의연한 구시대적 반상회가 아니라 현재 입주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반상회의 기획이 전제돼야 하며 공동체 사업도 다양한 시민단체나 지역 교육기관과 연계해 각 지역에 맞는 프로그램이 개발·시행돼야 한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불과 한두 세기 전 우리의 조상들이 살았던 삶의 방식이다. 마을 단위로 촌장님과 훈장님 같은 마을의 어른들이 공정한 중재자로서 귀 기울여 듣고, 어려운 이웃은 없는지 살피고, 필요하면 온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서로서로 도움을 주며 보살피는 우리의 전통마을문화를 다시 살리자는 것이다.
이제는 나 혼자만, 내 가족만 잘사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아무리 나 혼자 조심한들 언제 누구에게 예기치 않은 피해를 당할지 모른다. 그러므로 내가 잘 살려면, 내 자식이 잘 되려면 이웃과 이웃의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여 다 같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변변치 않은 10편의 층간소음에 관한 칼럼을 마치면서 필자의 작은 바람이 있다면 공동주택 내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인사나 미소를 주고받는 것으로 공동체 회복의 시작이 됐으면 한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같은 곳에 모여 사는 사람끼리 지위고하가 웬 말이며 갑을논쟁이 웬 말인가. 입주민도 관리직원도 간혹 마을 장이 서거나 일이 있어 찾아오는 외지 사람들도 다 같이 소중한 사람들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엔 어떠한 차이도 없다. 그것을 위해 수 천 년을 우리의 조상들은 피 흘리며 싸워 오늘 우리에게 물려준 것이 아닌가! 이제 와서 돈 몇 푼과 학벌, 직업에 따라 사람을 차별을 하고 무시를 하는 사회는 말만 민주주의지 과거 암흑과도 같은 중세시대의 삶과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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