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층간소음' <9> / 표승범 공동주택문화연구소 소장

표승범 공동주택문화연구소 소장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라는 말이 있듯,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는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럴 때면 ‘예전엔 인심이 이러지 않았다’, ‘아직도 농촌 시골에 가면 인심이 좋다’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사실일까? 그렇다면 오늘날 이웃과의 관계가 삭막해진 것은 단순히 시대의 탓인가? 그렇지만은 않다고 본다. 예전에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이 이웃사촌이라며 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부분 고향을 떠나온 타지 사람이라는 공감대와 모두가 먹고 사는 게 그만그만했기 때문이다. 딱히 이웃과 비교할 만한 것도 없었으며 살림살이라고 해야 선택의 폭이 그리 많지 않았다.

시골 인심도 마찬가지다. 아직 시골은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고 하는 것도 연세 지긋한 부모님 세대의 넉넉함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다들 하는 일이 비슷비슷하며 사는 게 그리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시골도 도시만큼의 소득차이와 삶의 형태가 다르면 소통이 쉽지 않게 된다.

요즘 서울의 일부 아파트는 청국장이나 삼겹살처럼 냄새가 심한 음식은 자제해 달라는 안내 방송을 한다고 한다. 이제는 내 집에서 맘 편히 음식도 해먹지 못하는 삶이 됐다. 어딘가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나면 ‘아~ 누구네 오늘 좋은 일 있나보다. 우리도 저녁에 먹을까?’ 가 아니라 이제는 몰상식한 사람이라며 항의를 한다.

담배 냄새는 어떤가? 현재 집합건물에서 흡연이 가능한 곳은 공동주택이 유일하다. 공동주택의 각 세대는 헌법에 보장된 사유재산이므로 그곳에서 피는 담배는 법으로 금지하기가 어렵다. 냄새뿐인가? 아무런 피해를 안 준다고 해도 그저 기분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이웃에 장애우가 사는 것도, 치매노인이 사는 것도, ADHD 아이가 사는 것도 꺼려한다.나와 조금만 다르거나 내 맘에 안 들면 뭐든 싫어하고 배척하는 시대가 됐다.

우퍼스피커

층간보복도 갈수록 지능화되고 심각해지고 있다. 일명 보복스피커라고 하는 우퍼스피커는 자신의 집 천정에 설치해 윗집을 향해 소리가 전달되는 방식으로 천정 마감 윗부분과 위층 바닥 슬라브 사이의 20~30cm의 공간이 스피커에 의해 울리기 때문에 위에서 내려오는 층간소음보다 훨씬 큰 소리가 전달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합법적으로 판매가 되고 있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욕실의 소리가 환풍기 통로를 통해 잘 전달된다는 것을 악용해 욕실에 음산하고 음란한 소리를 틀어 이웃집에 정신적인 피해를 주는 행위도 심각한 문제다. 욕실환풍기 통로는 1층에서부터 꼭대기 층까지 같은 관으로 연결이 돼있기 때문에 보복 스피커처럼 위층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전 세대를 대상으로 피해를 주는 일명 묻지마 보복이다.

애완동물은 또 어떤가? 이제는 애완동물을 단순히 취미나 여유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로 가족처럼 키운다. 한때는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성대수술도 하고 짖을 때마다 통증을 주는 목걸이도 사용을 했지만 이제는 반려동물에게 잔인한 일이라며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집이라도 반려동물의 대소변을 바로바로 치우지 않으면 욕실을 통해, 베란다를 통해 이웃에게 피해가 된다.

그래서 층간소음을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공동주택을 기숙사처럼 운영하는 것이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살면서 모두가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하고, 정해진 시간에 청소를 하고, 정해진 시간에 잠을 자면 지금처럼 심각한 층간소음이나 각종 분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갈수록 심각해지는 공동주택의 문제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오늘날 공동주택에서의 삶은 나의 삶과 이웃의 삶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주거환경이다. 내 소유니깐 내 권리니깐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내 맘대로 하겠다는 생각은 더불어 살아가야하는 공동체의 삶에 큰 분쟁 요소로 작용한다.

다음 시간엔 마지막 칼럼으로 이렇게 다양하고 복잡한 공동주택의 문제에 대한 해결이나 예방에 관한 부분을 짚어보는 시간으로 ‘공동주택,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마을 공동체를 꿈꾸다’라는 이야기로 총 10회에 걸친 층간소음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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