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층간소음' <4> / 표승범 공동주택문화연구소 소장

표승범 공동주택문화연구소 소장

아파트 기본 구조는
벽·바닥 연결된 거대한 유기적 구조물
진동 발생하면
사방·대각선으로 진동 전달돼

층간소음으로 고통 받는 사람의 공통점은 이것이 같은 단지 내에서 ‘나만 당하는 억울한 일’이라고 여기는 피해의식이 크다는 점이다. 이 피해의식은 적절한 시간 내에 해소되지 못하는 경우 시간이 갈수록 심각한 분노로 치닫게 된다. 이러한 분노가 장기간 쌓이게 되면 사람의 이성은 점점 판단력을 잃고 끔찍한 사고로 연결되곤 한다. 지난 여름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 사건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이렇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아파트 층간소음은 나만 당하는 억울한 일일까?
그렇지 않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다. 이유는 아파트라는 건축물의 구조 자체가 이러한 층간소음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의 기본 구조는 모든 세대가 사다리 형태로 벽과 바닥이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거대한 유기적인 구조물이다(최근에 KBS ‘취재파일K’에서 잘 다뤘다.(아파트 구조, 층간소음의 비밀) news.kbs.co.kr/news/view.do?ncd=3316059&ref=A
이러한 구조에서는 어느 한 세대에서 진동이 발생하면 아랫집뿐만 아니라 사방으로, 심지어 대각선에 있는 집은 물론 아래 아랫집, 위의 윗집까지도 그 진동이 전달된다.
아파트를 짓는 데는 크게, 기둥을 세우고 벽을 쌓는 기둥식 구조와 별도의 기둥 없이 벽 자체가 기둥 역할을 하는 벽식 구조로 나눌 수 있다. 이 두 가지 건축방법 중엔 진동 발생시 모든 벽으로 충격음이 전달되는 벽식 구조보다는 뼈대가 되는 골조 기둥으로 분산이 되는 기둥식 구조가 충격 분산에 유리하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5층 이상의 건물은 벽식 구조로 짓지 못하게 하고 있다. 벽식 구조보다는 기둥식 구조가 지진과 같은 충격에 대비한 내진 설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아파트를 제외한 주상복합이나 고층건물은 이러한 기둥식 구조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를 벽식 구조로 지은 이유는 단 하나,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은 건축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는 저렴한 집을 얻고, 정부는 빠른 시간 내에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우리 모두는 오늘날 이 심각한 층간소음에 있어 공범이다.

그럼 내일부터 짓는 아파트를 기둥식 구조로 변경해 짓게 되면 언젠간 층간소음 문제는 영원히 사라질까.
아파트처럼 좁은 공간에 많은 세대가 모여 있는 구조물에서 우리가 체감하는 층간소음이 얼마나 감소될지는 미지수이다. 이미 우리는 너무나 예민한 문화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층간소음의 분쟁 기준으로 삼고 있는 dB(데시벨) 기준치도 실제로 측정을 해보면 본인이 느끼는 체감소음과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즉 층간소음은 건축적인 문제를 떠나 라이프 스타일과 스트레스, 이웃과의 관계와 소통의 문제로 한층 복잡하고 심각한 영역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다음 시간엔 그간의 층간소음 상담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분석해 만든 ‘층간소음의 대표적인 세 가지 유형’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이야기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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