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층간소음' <1> / 표승범 공동주택문화연구소 소장

표승범 공동주택문화연구소 소장

유년시절의 첫 기억은 서울 동숭동 낙산에 빼곡하게 서있었던 동숭동 시민아파트였다. 아파트에서 내려다보이는 아랫동네 정원 딸린 주택이 너무나 부러워 보여, 언젠가 아버지께서 돈을 많이 벌면 우리도 마당이 있는 주택으로 이사를 가서, 개도 키우고 꽃도 심으며 진짜(?) 우리 집에서 살 날 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드디어 그렇게 고대하던 주택으로 이사를 간 것도 잠시, 강남이 개발돼 본격적인 아파트 문화가 시작되면서, 대학로 낙산 자락의 마당 딸린 2층 양옥집에서 1년 열두 달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오고 한 겨울에도 반팔을 입고 생활할 수 있다는 아파트 생활로 다시금 동경의 마음을 품게 됐다.

오랜 시간이 지나 결혼을 해서 고향과 다름없었던 동네를 떠나, 아내와 맞벌이를 하며 처음 장만한 18평 아파트를 시작으로 비록 변두리지만 30평 아파트에서 살게 된 지금.

아파트에서의 나의 삶, 아파트라는 주거환경에서 사는 우리의 삶은 만족스러운 것일까?
 

층간소음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사회문제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개선할 수 있는 건축적인 문제도 아니다. 처음 층간소음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됐을 때 단순히 건축적인 문제로 생각해 건축규제를 강화하면 상당부분 해결될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건축규제를 강화해 바닥 두께를 두 배 가까이 보강한 아파트를 짓도록 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dB(데시벨) 기준치를 높여 법적으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해봤지만 역시나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공동주택에서의 층간소음이란 객관적인 기준으로 구분할 수만은 없는 복잡한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즉, 건축적인 문제나 법률적인 문제 이외에 이웃과의 관계와 같은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심리적인 문제까지 다양한 요소를 안고 있다.

이렇게 심각한 사회문제에 비해 뚜렷한 해결책이나 전문가가 없는 이유도 건축적인 지식을 기본으로 사람과 관련한 인문학적 이해, 인간의 감정과 연관된 심리학적 이해, 감정과 스트레스에 영향을 주는 소리와 소음의 관계, 이웃과의 소통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골고루 갖추지 않으면 접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발생한 층간소음 살인 사건만 하더라도 단순한 층간소음에 대한 분노 이전에 사회적으로 심각한 청년실업으로 인한 가해자의 스트레스와 공동주택 내에서 원활하지 못한 이웃과의 관계 등 여러 사회적인 문제가 얽혀 발생한 사건이다. 결국 층간소음을 포함한 대부분의 공동주택의 분쟁은 대한민국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이해하고 접근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의식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아파트로 대변되는 공동주택의 문제는 대한민국 공동체 의식의 회복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앞으로 총 10회에 걸쳐 우리나라 주거문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동주택에서의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을 해보려고 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인 건설기술의 발달은 물론, 당장 효과나 예방이 가능한 방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현재를 사는 우리의 시민 의식은 어떠한지 다시금 돌아봐야겠다.

아파트라고 하는 공동주택이 주는 많은 혜택을 포기하기에는 대한민국이라는 삶의 터전에서 주거 선택의 폭은 그리 많지 않다.

“모든 사람이 다 풍요롭게 사는 세상까진 바라지 않는다. 최소한 내 집에서만이라도 안전하고 마음 편한 세상이 되길 바란다.”

인류 최초의 층간소음은 언제였을까? 다음 호에는 ‘알타미라 동굴에도 층간소음은 있었다’라는 제목으로 본격적인 층간소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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