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층간소음' <3> / 표승범 공동주택문화연구소 소장

표승범 공동주택문화연구소 소장

성서 속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 등장하는 노아에게는 세 명의 아들이 있었다. 셈과 함과 야벳이 그들이다. 이 세 아들은 홍수 이후 지금까지 존재하는 인류의 조상이 됐고, 그중에서 함이라는 아들은 ‘검다’라는 뜻으로 흑인의 조상이 됐다는 설이 있다.
‘야훼께서도 알아주는 힘센 사냥꾼’이라고 성서에 묘사된(창세기 10:8~12) 니므롯은 ‘지상 최초의 권력자’, ‘세계 최고의 영걸’로 번역되기도 하는 고대 바빌로니아의 유일한 왕이었던 님로드 왕이라고 한다. 이 님로드 왕은 노아의 세 아들 중 함의 장남인 구스의 아들로 노아의 증손자가 되는 것이다.
님로드 왕이 최초의 고대 국가를 건설하며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사람들을 모으면서 했던 공약은 그때까지도 생생했던 할아버지 시대의 끔찍했던 홍수의 기억으로부터 거대한 탑을 쌓아 안전하게 지켜주겠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바벨탑

공동주택을 연상시키는 바벨탑의 그림
위의 그림은 네덜란드의 화가 대 피테르 브뢰헬(Pieter Bruegel Ie Vieux)의 그림으로 그는 처음으로 성서에 나오는 바벨탑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긴 화가로 유명하다. 왼쪽 아래 왕으로 보이는 사람이 님로드다. 당시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본 콜로세움 원형 경기장이 모티브가 된 것으로 보이는 이 바벨탑의 모습은 지금의 주상복합과 같은 거대한 공동주택을 연상하게 한다.
성서에는 바벨탑의 붕괴를 인간의 오만에 대한 신의 벌이라고 전한다. 그래서 다시는 이들이 모여 신께 대항하지 못하게 언어를 나누고 불신과 오해 속에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지게 했다고 기록하지만, 오늘날의 공동주택 문제와 함께 다시금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기에 모여 산다. 하지만 개인의 존엄성과 차별성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여 살면 반드시 분쟁이 생기기 마련이다. 위의 그림이 실제 바벨탑의 모습이라고 한다면 저들은 탑을 다 쌓기도 전에 층간소음을 비롯한 온갖 이웃 간의 분쟁에 휩싸였을 것이다. 결국 신의 저주가 내리기도 전에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다 뿔뿔이 흩어지고도 남았을 것이 분명하다.
오늘날 우리의 공동주택 문제도 바벨탑의 그림을 통해 유추해본 이야기와 그리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모든 아파트를 헐고 단독 주택을 지을 순 없는 노릇이다. 그때의 그들과 지금의 우리가 다른 점은 우리는 오랜 역사를 통해 종교차별도, 인종차별도, 신분차별도 다 극복한 성숙한 현대사회를 이룩한 문명인이라는 것이다. 그 어려움을 다 극복하고 오늘을 사는 우리가 공동주택에서 더불어 사는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붕괴될 수는 없다.

다음호엔 공동주택 층간소음 문제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아파트, 층간소음의 건축물’이란 제목으로 이야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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